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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 Apr 29. 2024

주말 잘 보내세요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

주말 잘 보내세요.
금요일 퇴근 무렵부터 주말까지 듣는 말이다.
주말에는 주로 SNS를 통해 나도 하거나 듣는 말이다.
그 때마다 생각해본다.
주말을 어떻게 보내야 잘 보내는걸까?
무엇을 해야 주말이 지난뒤
"주말 잘 보내셨내요."
라는 말을 듣게 되는걸까.
주말을 잘 보내는 일,
너무나도 주관적이다.
남들에게 잘 보일 일도 아닌데 말이다.

월요일에 출근하면 주말을 어떻게 보냈는지 물어보는 이도 있다.
물으면 사실대로 얘기했다.
"토요일마다 병원에 가서 병원에 갔다 집에 있었어요."
그렇게 말했을 때 상대방의 얼굴에 드러나는 당황과 안스러움을 나는 놓치지 않았다.
아, 이렇게 답하면 상대방이 힘들어하는구나.
보통 사람들은 토요일마다 병원에 가지 않지.
그 다음부터 나는 주말을 잘 보냈냐 물어보면
"네,  잘 보냈어요." 라고만 답했다.

실제 나의 주말은 금요일 일과후 운동으로 시작한다. 내가 운동으로  필라테스를 하는 것은 체중감량을 위한 다이어트나 체형교정 때문은 아니고 강직과 수축이 심해 사용하지 않으면 마비되는 근육을 사용하고 단련하기 위함이다.
운동의 목표가 다르니 다른 이들과 같이하기 힘들어 1:1 수업을 한다.
나에게는 강도가 높은 1시간 30분의 트레이닝이라 마치고 나면 불금을 즐기기도 전에 쓰러져 잠이 든다.
다음날을 위해 일찍 자야하기도 한다.

토요일 오전에는 병원에 가는데 최근에는 사암침 전문 한의원까지 병원을 두 군데 간다.
필라테스를 하는 이유와 같은 치료를 위해 간다.​
한의원에 가면 사람이 많다. 환자중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많은데 그 분들은 만나면 하는 인사가 "안 죽으려고 왔어" 이다.
저 연세에는 한의원에 매일 오고가는것이 운동이겠다싶은 분들인데 듣다보면 나도 안죽으려고 왔나 싶어진다.
주중에 필라테스 2번, 한의원 2번, 토요일에 특수치료병원과 한의원까지 살고싶어 열심히 다니는건가?
아무곳도 안가면 어떻게되는거지?

한의원에서 왼쪽부터 발목과 손목에 침을 맞고 의사선생님께서 음식을 가려서 먹고 있는지 물으면 답하고 대기하다가 오른쪽 발목과 손목에 침을 맞았다.​

두 병원의 진료를 마치고 나면 지치고 배도 고프다. 실외 온도는 30°C에 오존주의보가 내려 집으로 가야했지만 주말인 토요일에 나와 병원 두군데를 거쳐 집으로 가려니 기분이 우울했다.

그래서 명화를 자수로 표현한 전시회장에 갔다.
침을 맞은 후 침몸살도 오는듯 기운이 없었지만 그림같은 자수 작품들을 보며 있는데 평소 좋아하는 곳에  있어 그런지 없던 힘도 생기고 내가 살아있음이 느껴졌다.

토요일은 그렇게 보내고, 일요일은 밀린 집안일을 했다. 세탁기와 건조기가 계속 가동되고 이불 빨래도 3번이나 했다.

밖에 송진가루가 날려서 그런지 먼지가 많아 닦아냈다.

분리수거를 하고 들어오는길 차유리에 송진가루가 가득 묻어있었다.

세차를 해야하는구나.

나는 이렇게 주말을 보냈다.
내일 누군가 '주말 잘 보냈어요?' 라고 물으면 나는 '병원을 두군데나 다녀와 힘들었어요.' 대신 '네, 잘 보냈어요.' 라고 답할 것이다.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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