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스포 주의)
회는 존재한다
이 책은 자전적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과학 서평 내지 기사인지 경계가 모호(경계가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하여 분류할 수가 없는데 놀랍게도 이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저자는 이것까지 의도하고 집필했을까.
분류와 경계와 선의 부정. 상식과 틀을 깨는 책이다. 세계의 확장을 원한다면 봐야 할 책이고 역사에 남는 고전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저자는 자신의 의미 없고 무가치한 인생에 삶의 방향성을 알려줄 것이라고 믿고 선망하는 한 과학자(이하 '그' 소설에서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 )의 자서전과 인터뷰를 쫓아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은 풀 한 포기도 지나치지 않았던 그. 생태계의 경이로움을 알았던 그. 그런데 그가 믿는 세계. 자연의 사다리(박테리아(하등생물)로 시작해 인간(고등생물)에 이르는 사다리)를 고수한 끝에 우생학(인류에 인간의 우월한 유전자만 남기도록 열등 유전자를 말살하는 것)의 선봉자가 되는 오류가 있고 저자는 그 우월성에 대한 주장은 완전히 틀렸음을 취재를 통해 밝힌다.
한 과학자의 믿음. 자신의 올다고 굳게 믿는 신념으로 저지른 무자비하고 잔혹한 행위들. 아직도 만연되고 있는 우월주의와 차별의 문제들을 조명해 우리들에게 생각해 볼 메시지를 던진다. 저자는 서로가 서로의 도움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로, 필요한 존재로 실재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민들레 법칙-
어류는 없다. 그래서 물고기는 없다. 과학은 믿음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당연시하고 있는 것도 의심해야 한다.
주인공도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혼돈 속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어느 쪽도 다 속하지만 세상 속에서는 속할 수 없는 경계와 선 너머. 어떤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분류하기, 구분 짓기, 이름 명명하기란 어쩌면 의미 없고 위험한 일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혼돈 속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인간이 세운 질서는 거대한 우주의 한 조각일 뿐 전체를 알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을 포기하면 얻어지는 새로운 세계란 어떤 것일까.
이면에 너머에 또 다른 세계들이 존재함으로 세상은 그저 혼돈 그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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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집중력이 약한 사람을 위해 짧고 간결하고 더 이해하기 쉬운 문장으로 번역되었으면 좋았을 것을...이라고 생각했다가 세심한 묘사와 서정적이고 풍부한 표현력에 감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