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나갔다가 줄이 길게 늘어선 가게를 발견했다. 우리 동네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살고 있었다니. 뭘 파는 가게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줄을 섰다. 나오는 사람들 손에 들려 있는 식품을 가만히 관찰해 보니 '창억떡, 우리 베이커리 초코케이크, 이름 모를 떡볶이'였다. 줄을 서서 사야 할 만큼 맛있는 음식인 건가 싶어 얼른 검색을 했다. 오, 유명한 곳이었네.
케이크를 엄청 좋아하진 않지만, 수량이 얼마 안 남은 걸 보니 안 사면 손해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결국 결제를 했다. 자주 음식을 나눠 먹는 옆집 할머니와 202호 부부가 생각났다. 할머니도 혼자 사시고, 202호 부부도 우리 부부처럼 둘이니 1/3로 커팅하면 딱이다.
종이 호일에 1/3씩 나눈 케이크를 들고 벨을 눌렀다. 먼저 옆집 할머니. 한동안 내 얼굴을 못 봐서 잘 지내는지 궁금했다는 할머니는 안 그래도 줄 게 있는데 잘 됐다며 들어오라고 하셨다. 깐밤과 고구마 줄기 김치를 담아주시며 맛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주고 싶었다고, 늘 너무 고맙다고 환하게 웃으신다. 이건 마치 엄마가 한 명 더 생긴 기분. 삶은 밤을 까는 게 얼마나 손이 가는 일인 줄 알기에 그 마음이 더 귀하다.
그다음은 202호다. 안 그래도 빵을 좋아하는 아기 엄마는 우리 베이커리 초코케이크를 한 번쯤은 꼭 먹어보고 싶었다고 했다. 덕분에 먹어볼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고. 실제로 다양한 빵을 택배로 시켜드시는 것 같다. 맘모스빵부터 카스테라까지 유명한 베이커리 빵을 자주 가져다 주시는 걸 보니. 별거 아니지만 받아달라며 대추를 주셨는데 대추가 참 달다.
나는 이렇게 집에 있는 음식 뭐라도 손에 쥐어주는 따뜻한 이웃이 있는 게 참 좋다. 복이 많은 사람 나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