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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은별 Feb 13. 2022

어른이란 무엇인가 묻는 주말

내츄럴 와인과 블루치즈로 졸인 파스타

차일피일 약속 미뤄 반년 넘게 보지 못했던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어른다운 노련함 사이 드문드문 비치는 귀여움이 눈에 띄었다. 나는 친구 말 한마디에 웃음 터져 틈 없이 재잘거렸다. 동생 두 명도 만났다. 나는 언니처럼 굴고 싶어 언제나 가진 돈에 비해 거한 한 끼를 대접한다. 해방촌에서 내츄럴 와인 한 병과 블루치즈로 졸인 브로콜리와 파스타를 먹었다. 또 다른 친구와도 미슐랭 출신 셰프가 운영하는 술집에서 화려한 요리를 맛봤다. 이들은 내가 무리해서 값을 치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것처럼 해맑았다. 하지만 인생의 한때는 원 없이 베풀며 보내야 마땅하다고 생각 중이다. 나 역시 언젠가는 의도 없는 베풂의 수혜자였던 것처럼. 



무엇을 할지 몰라 늘어지게 잠만 자는 주말이다. 커피를 들이붓다시피 마셔도 잠이 깨지 않는 탓이다. 실컷 잤는데도 시간이 남아 영화와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본 영화는 <아이다호My Own Private Idaho(1991)>다. 남창으로 지내며 밑바닥 생활하던 두 명의 청춘 남성이 각자의 자리를 찾는다는 내용이다. 포틀랜드 시장의 아들로 태어나 거리 전전하며 방황하던 스콧은 자신의 친구이자 고아인 마이크가 어머니를 찾으러 떠나는 이탈리아 여정에 함께한다. 그곳에서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진 스콧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자리를 계승 받아 초라했던 자신의 처지를 일신한다. 한편, 마이크는 여전히 부랑자들과 함께 남아있다. 경건하고 고급스럽게 치러지는 스콧 아버지의 장례식과 남루하고 궁색하게 치러지는 거리의 대부, 밥의 장례가 인상적이었다. 과거라면 혼자 되어 덩그러니 남겨진 마이크에게 마음 썼을 것이다. 그러나 어른 흉내 내는 어른이 된 지금,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새 사람으로 도약할 준비가 된 스콧이다. 잠시였을지라도 꺼져가는 촛불처럼 흔들리다 마침내 제 자리 찾은 내게 스콧의 모습은 의미심장했다. 어른이란 무엇인가? 이제 다음 영화를 골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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