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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클레어 Jan 30. 2023

로또에 2번 연속으로 당첨됐었다

당첨금보다 나에게 더 중요한 건 무엇일까?

오늘 갑자기 로또가 사고 싶어 졌다.  꾸준히 사진 않았고 그냥 주변에서 로또를 산다고 했을 때 종종 사는 정도였다. 인터넷 로또 구매 사이트에 접속해서 로또를 사고 그동안 구매 이력을 아무 생각 없이 살펴봤다.


그런데 이게 웬걸 수령 기간이 만료된 당첨금 미수령액이 2건이나 있었다. 그것도 연속으로! 이 얼마나 엄청난 확률인가.


지급기한종료에 대해 자세히 찾아보니 최소 200만 원 이상의 3등 이상 당첨금에 대해서는 신분증 확인 후 수령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지급되어야 한다고 하며, 당첨일로부터 1년이 지나면 노출되는 문구라고 한다. 


내가 당첨된 회차의 당첨금을 바탕으로 얼추 추산해 보니 최소 400만 원~최대 50억 원 내외 정도가 나에게 잠깐 찾아왔다가 다시 사회로 환원된 것이다.


항상 뉴스에 나오는 1년 이내 미수령 로또 당첨금을 보며, 저 사람들은 얼마나 바쁜 삶을 살길래 저 많은 당첨금액을 수령하지 않은 걸까? 했는데 그게 나였다니! 그냥 나처럼 열심히 현실을 살아온 평범한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당첨금들도 1년을 훌쩍 넘긴 터라, 이미 사회에 환원된 지 오래였다.






자 이미 지난 일, 이번 일을 통해 무엇을 깨닫고 내 삶에 녹여야 나는 더 발전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봤다.


1. 일단 난 진짜 행운아가 맞았다.


우리 집은 정말 가난했었다. 


아버지의 문제로 어린 시절부터 빚쟁이들이 집에 종종 찾아와서 같은 골목길을 공유하는 이웃들이 우리 집을 동물원처럼 구경했던 기억이 난다. 매일 끼니를 걱정하며 라면 하나로 하루를 버티기도 했다. 사립대에 가고 싶었지만, 대학교 등록금이 엄두가 안 나서 국립대만 지원했었다. 생활비를 마련하지 못하면 곧바로 학업을 멈춰야만 하는 삶이었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난 꽤 행운아였다. 


수시전형료가 부담돼서 단 2곳만 지원했던 국립대도 모두 합격했다. 한 번의 고배를 마시고 1학년 2학기에 근로장학생에 최종 선정 됐다. 덕분에 학업을 중단하지 않고 4년 간 꾸준히 대학교를 다닐 수 있었고 '4.12'이라는 만족스러운 학점으로 학사를 마칠 수 있었다. 


졸업 전 취업에 성공하고 온전한 독립이 가능해졌다. 전공과 크게 연관이 없는 업계였지만 좋은 사수를 만나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인턴부터 대리까지 빠르게 승진할 수 있었다. 또한 금전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소중한 인생 친구들을 만났다. 그리고 지금도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좋은 회사에서 좋은 사람들과 열심히 일하고 있다. (로또에 당첨된 기간도 계산해 보니 현재 회사를 막 다니고 반년이 채 지나지 않을 무렵이라, 많이 바빴을 때이다.)


내 인생은 그리 순탄하다곤 말할 순 없다. 내 인생은 끊임없는 문제 해결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잘 해결할 수 있었다. 남들에게는 당연한 생존이 나에게는 가치를 증명하는 꾸준한 기회였다. 특히나 인복이 많은 삶이라, 부족한 사람임에도 늘 근처에 좋은 사람이 가득했다. 때로는 신기하게도 나와 함께하니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을 해주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나의 삶은 항상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행운이 함께하는 것 같았다. 마치 난도 높은 게임이지만, 꾸준한 버프와 근성으로 버텨내며 결국 만렙을 향해 다가가는 느낌이랄까? 열심히 살다 보니 20대가 끝나기 전 1억을 모았다. 30여 년간 살아본 내 인생은 재미도 꽤 있었고, 보람도 많았다. 


2번의 로또 연속 당첨을 통해 나의 행운이 깃든 삶은 단순한 내 추측이 아니라 확률적으로도 증명됐다는 뿌듯함도 생겼다. (꽤 멋진 삶을 살고 있는 걸 지도!)



2. 그동안 내가 사회를 통해 받았던 수 없는 따뜻함을, 나보다 더 온기가 필요한 수 백, 수 천명의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었다.


내 초등학교 시절 장래희망은 '보통 사람'이었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며 살았던 우리 가족에게 '금전적 풍요'는 낯선 단어였다. 좋은 리코더, 6가지 색상이 들어간 펜, 멋진 캐릭터가 그려진 책가방처럼 '보통 사람' 친구들이 당연하게 누렸던 대다수의 물건들은 나에게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금전적인 부족함을 보상받기라도 한 듯, 나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이 있다. 어머니의 충분한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여동생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랐다. 또한 한부모를 향한 사회의 꾸준한 관심과 따뜻한 지원은 우리 가족의 매일이 더 나은 삶으로 향하도록 응원해 줬다. 온전히 나를 책임질 수 있을 때, 나에게 찾아온 이 금전적 행운은 그동안 내가 공동체로부터 받았던 수없는 따뜻함을 오롯이 돌려준 것이 아닐까?



3. 항상 로또 결과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자.


그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아쉽긴 매한가지이다. 어떻게 보면 아쉬운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렇게 구구절절 적은 걸지도 모른다. 이번 일을 바탕으로 이후에는 항상 로또 결과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자. (그래놓고 또 지급기한종료를 만난다면, 난 진짜 구제불능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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