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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eng Oct 26. 2022

현실적인 사랑

12. 인연




나는 가끔 당신의 유년기가 궁금했다. 멈춰있는 사진이 아닌 움직이는 인간의 모습으로 말이다. 당신의 유년시절을 실제로 본다면 모든 행동들이 사랑스러워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당신과 같은 시간대에 살고 있다는 게. 내가 너무 젊거나 늙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렇지 않았더라면 접점이 없어서 힘들었을 거라고.




갑자기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당신에게 인연이란 현실적인 것 같다고 말을 꺼낸 적이 있다. 우리는 친구로서 현실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만날 뿐이라고. 결국 누구를 만나든 간에 활동반경에서 가장 괜찮은 사람을 고르는 것을 요즈음에는 사랑이라고 칭한다고 했다. 그건 너무 슬프다고…




내 말에 당신이 무어라 말을 꺼냈었는데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당신이 하는 말이라면 모두 기억하고는 했는데 참 이상하다. 기억하기 싫었던 걸까.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꼭 당신의 생각을 물어보고 싶다. 그럴 일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이 시대에 이뤄지지 않는 인연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부족해서라는 변명밖에 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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