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Dancing with my phone
오늘 아침엔 꽤나 추웠다. 잔디가 얼어있었다. 겨울이 온다. 그에 따라 내가 떠날 시간도 가까워 온다.
그날 우리에게 우연히 찾아왔던 고양이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왜 하필 그날이었을까. 무엇을 암시하던 것이었을까? 그게 아니라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건 아닐까.
세상에는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다. 아무리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가지고 싶은 건 계속 가질 수 있는가? 물론 아니다,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 무언가를 포기할 때는 미루면 안 된다. 머뭇거리는 순간 욕심이 생겨버린다. 그럴 때에 바람직한 자세는 애초에 소유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인간이란 본래 욕심이 가득해서 손에 쥐고 있는 걸 놓기 싫어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도 자신의 물건을 양보하기 싫어하는데, 어른이라고 쉬울 리 없다. 문득 내가 놓고 싶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 항상 놓았을 때가 더 편했음을. 끈기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적절한 타이밍에 포기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글을 업으로 하는 사람도, 그렇다고 해서 많이 쓰는 사람이 아니다. 어림 잡아 일 년에 열 번을 넘기지 않는다. 최근에 글을 미친 듯이 써댔던 것은 꽤나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읽히지 못할 글 따위 무슨 의미가 있다고. 언젠가 매일같이 이어진 형식의 글도 끝을 내야 할 때가 오고 있었지만 어떻게 끝을 내야 할지 몰랐다. 네가 그랬다. 너는 너무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을 내린다고, 그러다 보면 다른 사람의 진심을 왜곡해서 받아들인다고. 그 말을 인정하고 고치겠노라 했다. 시간이 지난 후, 나는 다시 편한 대로 생각해버리고 만다. 그래야만 아픔이 덜 하기 때문이다. 다시 원점이다.
네게 그랬었다. 아직 나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사실 너는 나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처음으로 나의 모든 생각들을 공유했었기 때문에. 하나 하고 싶은 말은 네가 내게서 어떤 모습을 보았건 모두 진심에서 나온 행동들이었다. 말하고 싶을 때는 말했고 그렇지 않을 때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대화의 공백을 못 참는 내가 너와의 침묵이 점점 더 편해져만 갔다. 네 앞에선 가면을 쓰지 않아도 되니 참으로 즐거웠었다.
나는 동력을 잃어버렸다. 아, 모든 것이 덧없게 느껴진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할 말은 많지만 묻어두는 게 더 나을 것만 같다. 나는 애초에 네게 소중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럴 수 있다. 그래, 그럴 수 있다. 하나 고백하자면 이렇게 생각해야만 너를 잊을 수 있다. 네 진심을 내가 좋을 대로 생각해버려야만. 이런 내가 너무나도 싫다. 네게는 미안함뿐이다. 미안해, 너무 미안해. 이기적 이게도 네가 많이 보고 싶다. 눈물을 참으려 입술을 꽉 깨물어봐도 한 번 터져버린 울음은 멈출 줄 모른다. 이제 나는 필사적으로 너를 떠올리는 빈도수를 줄여야만 한다. 그건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다.
다소 조촐한 마무리지만 여기까지예요. 안녕, 행복한 하루. 아프지 말고 잘 지내세요.
Dancing with my phone,
Then our song comes on the radio
Makes me wanna start to dance
Oh, I wanna know
If you feel the same way as me
Why would you go?
I don't think I even know myself anymore
You're the one who knew me fuckin' well
Yeah, you know
Dancing, I'm all alone
Figuring out how I can get you home
Dancing with my phone
Thinking about you…..
이천이십이 년 시 월 이십칠 일.
우리가 좋아하던 노래를 들으며 황홀했던 순간들을 곱씹는다. 널 떠올린다. 이미 끝나버린 이야기에 늦은 마침표를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