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연애 시절
숏박스 장기 연애 시리즈를 보면서 누가 우리를 찍고 있나 싶을 정도의 디테일함에 놀랬다. 5가지 영상을 봤는데 그중 벚꽃놀이 링크를 공유했다. 숏박스에 가면 더 있으니 안 보신 분들은 보고 오시길.
장기 연애 시리즈를 보면서 공감 가는 포인트들 정말 많았는데 그중에서 생각나는 것들을 기록해봤다.
1. 사람 많은 곳은 잘 안 가려고 함. 연애 초반에는 사람들이 다 가는 곳을 가서 사진 찍기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명소보다 둘만 아는 곳을 가거나 끝물에 가서 사람들이 다 다녀갔을 때 가는 편이다. 둘이 함께 하는 게 중요하지 장소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2. 매일 운동복을 입고와도, 생얼로 나와도 그냥 그런가 보다 함. 연애 중에도 편하게 만나는 날이 많다. 꾸며 입은 날은 멋있다 예쁘다고 해주지만 운동복을 입는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3. 사생활은 존중해줌. 각자 인스타나 카톡에 서로를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함께 얼굴 나오는 사진이 많이 없다. 셀카나 독사진은 많이 찍는다.
4. 서로의 약속을 존중해줌. 데이트로 밥을 간단히 먹고 친구 만나러 가는 경우도 많았다. 하루 종일 데이트하는 날이 거의 없었고 함께 밥 먹고 각자 할 일 하는 게 편했다.
5. 각자의 취향을 존중해줌. 꼭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해야 한다는 게 없음. 배달 음식 시킬 때 여자는 떡볶이, 남자는 돈가스인 것도 소름이었다. 그리고 영화 취향도 달라서 각자 보는 경우도 많다.
장기 연애 시리즈를 보니 나의 연애 시절이 떠올랐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그 순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랑과 전쟁을 했을지 그려져서 초창기부터 연애시절이 떠올랐다. 초반에는 몰라서 서운하기도 했고, 달라서 재밌기도 했다. 우리는 취업준비생일 때 만나서 그런지 서로에게 많이 집중하지 못했지만, 자주 만나지 못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초반에 연애를 하는데 타이밍도 참 중요하고 생각했다. 다르게 말하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가이다. 한 명은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어서 시험공부하느라 바빴고, 한 명은 사기업 취업 준비 때문에 활동하고 공부하느라 바빴다. 서로 같은 준비를 한 건 아니지만 해내야 하는 목표가 있었기에 1주일에 한 번 만나면 많이 만나는 일이 일상이었지만 서운하지 않았다. 서로를 위해 그렇게 해야 한다고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자주 보지 못해도 아침, 점심, 저녁식사 때나 자기 전에 연락은 꼭 해줬다.
연락 또한 나는 연애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매 시간마다 보고하라는 뜻이 아니다. 서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공유해줘야 각자 일에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행동하고 있는지는 연락에서 나온다.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건 상대방을 불안하게 만드는 일이다. 집중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연인 때문에 불안하면 다른 일에도 집중할 수 없다. 그래서 각자의 생활을 공유해주는 잠깐의 연락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상대방의 생활 패턴도 이해하게 되면서 짧은 연락에도 충분히 안정감을 느끼고 신뢰할 수 있게 된다.
취업준비의 시간이 지나고 한 명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었지만 바쁜 업무에 시달리며 자주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연락은 꼭 했다. 출근할 때, 퇴근할 때, 약속이 있을 때, 자기 전에 톡을 남겼다. 답장을 늦게 읽어도 괜찮다. 상대방이 공부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내가 뭘 하고 있는지만 보고 해주는 것만으로도 신경이 덜 쓰이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서운하거나 아쉽긴 해도 이해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이 취업을 하고 나서도 각자의 생활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맞을 때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했고, 그 와중에 약속이 있으면 일찍 헤어지기도 하면서 서로의 개인적인 시간을 이해해줬다. 그리고 데이트를 안 하는 시간에는 내 할 일을 하면 된다. 그래서 친구와 놀든 혼자 다른 일을 하든 상대방이 없어도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혼자도 잘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연애도 오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인이 모든 시간을 잘 맞춰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제 서로의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하면 시간 맞추기도 쉽지 않게 된다. 그래서 무조건 연인만 바라보는 일 보다 나만의 시간을 잘 보낼 줄 알아야 딴생각을 하지 않는다. 쉬는 날 나는 쉬는데 연인이 다른 약속이 있어 만나지 못하는 상황일 때, 연인 생각을 하다 보면 불평불만이 나오게 되고 결국 부정적인 생각이 들어 결말을 안 좋게 만든다.
나는 오랜 인연을 이어가는 데는 몇 년을 만났는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서로를 대하는 태도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0년을 만나도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 연애를 함에 있어서 존중과 배려 또한 사랑이라는 것을 서로가 인지하고 감사해야만이 오래 인연을 이어갈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귀중한 사람이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고, 그 삶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나의 귀한 인연을 놓치지 않을 거다. 연애하는 모든 분들이 행복한 연애 생활을 이어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