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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자라 Mar 24. 2024

이불에 똥칠하는 동생


자극적인 제목에 끌려 들어오셨나요..?

제목은 진실이니, 뒤로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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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똥칠한다'는 말 익숙하시죠? 보통 치매 관련해서 쓰이거나 오래 사는 걸 말할 때,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다", "벽에 똥칠하고 싶어?" 등등의 표현으로 자주 쓰죠.


기억이 점차 휘발되어 자신의 몸을 돌보기도 어려워진 사람에게는 변을 처리하는 일마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있는 일이고, 누구에게나 해당될 있는 일이요.


제 동생은 원래부터 혼자 변을 처리하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뒷정리를  한다는 뜻이지요. 감사하게도 혼자 변을 수는 있고요!


그럼 어떻게 처리하냐, 동생은 기저귀를 찬 채로 용변을 보고, 부모님이나 이모님께서 치워주셔요. 가끔 기저귀를 가는 동안, 잠깐 다른 볼일을 보고 오는 동안에 오줌이나 똥을 싸기도 하는데요. 매일 누워 노는 이불에다 바로요! 생각만 해도 "으-" 소리가 나고 ( •᷄⌓•᷅ ) 이런 표정이 되시나요? 이해합니다.ㅎㅎ 실제로 이번 주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요. 부모님 결혼기념일이라 네 가족이 뷔페에 다녀왔는데, 함께 못 간 동생이 화가 났는지 이불에 다 저질러 놨더라고요.


그 상황에서 저는 뭘 할까요? 어떤 표정을 지을 겨를도 없을 정도로, 반사적으로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뭐 가져와야 돼?"

그리고는 패드, 비닐장갑, 수건, 새 이불 등을 준비하죠. 이불은 바로 손빨래할 수 있도록 화장실에 걷어두고요. 치워야 하는 사람의 행동 메커니즘이죠.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 되었어요.


여러분이라면 가족의 생오줌, 생똥(이라고 저희 집에서는 말합니다..ㅎ)을 치울 수 있으시겠어요?

다 큰 23살의 변을..!?


떠올리기 힘든 상황을 상상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 ᴗ •̥ ˳ ˳

하지만 저는 알아요. 가족이 아프다고 하면 여러분 누구든 기꺼이 그 일을 해내실 거라는 걸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에요.(소곤소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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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니까, 모르고 한 거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내가 치워야만 하니까. 이런 이유들로 여러분도 다 치우실 거예요. 동생이 이불에 용변을 보는 건 알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생리적인 현상이라 어쩔 수 없는 거고요. 이걸 이해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죠. 냄새가 나면 숨을 잠시 참거나 마스크를 쓰고 문을 열면 되고, 이불이 젖은 건 세탁하면 되니까요. 나는 그 모든 걸 선택할 수 있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동생은 더러운 이불인 줄 모르고 그냥 돌아 누울 거니까요.


물론 이런 생각도 다- 어머니에게서 배운 거예요. 어머니는 힘들다고 욕하다가도 동생 얼굴을 보면 다정하게 변해요. 목소리 톤도, 말투도, 표정도 다 바뀌어요. 제가 지금도 "똥 쌌다고 칭찬받는 쭈니 좋~겠다!"라고 투정할 정도거든요.


우리 가족이 동생을 대하는 자세는 다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들이에요. 주로 동생을 양육했던 분이 어머니시고, 어머니의 사랑법은 자식의 미움보다 더 큰 사랑으로 우릴 감싸주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비위가 약해 음식물 쓰레기 근처에도 못 가지만, 동생의 모든 냄새는 다 견딜 수 있답니다. 동생이 불편하지 않도록, 자기가 모르고 한 일 때문에 주눅 들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해요.


믿거나 말거나 사랑의 힘이죠. 그렇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 일단 사랑하면 다 사랑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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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를 직접 돌본 어머니, 아버지들은 어릴 당연히 자식의 용변을 보고 치우경험을 하죠. 다만 저희 부모님은 일을 평생 해야 한다는 점이 특별하고요. 어쩌면 오랫동안 힘든 일을 해내기 위해 사랑을 택한 걸지도 몰라요. 그게 없다면 견디기 힘든 일이니까요. (*´ ˘ `*).。oO ( ♡ )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우리 가족은 다른 가족이 겪지 않는 상황을 겪어가며 더 단단해졌습니다. 웬만한 더러움과 고통, 밤낮 없는 소음과 밝은 밤에도 견딜 수 있고, 그 모든 시간을 함께하는 '가족'이라는 든든한 공동체가 남았죠. 이거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고, 볼 거 안 볼 거 다 본 사이가 아닐까요?ㅎㅎ


가족은 그런 사이인 것 같습니다. 내 최악의 최악, 바닥까지 다 드러내 보이고도 맘 편히 웃을 수 있는 사람들. 세상에 둘도 없는 내 편.




여러분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인가요?

가족과 함께한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우리 가족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하시겠어요?


다음 주에도, 우리 더 솔직한 이야기로 만납시다!

( ˊ• ૢ·̫•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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