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제목에 끌려 들어오셨나요..?
제목은 진실이니, 뒤로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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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똥칠한다'는 말은 익숙하시죠? 보통 치매 관련해서 쓰이거나 오래 사는 걸 말할 때,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다", "벽에 똥칠하고 싶어?" 등등의 표현으로 자주 쓰죠.
기억이 점차 휘발되어 자신의 몸을 돌보기도 어려워진 사람에게는 변을 처리하는 일마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있는 일이고,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일이에요.
제 동생은 원래부터 혼자 변을 처리하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뒷정리를 못 한다는 뜻이지요. 감사하게도 혼자 변을 볼 수는 있고요!
그럼 어떻게 처리하냐, 동생은 기저귀를 찬 채로 용변을 보고, 부모님이나 이모님께서 치워주셔요. 가끔 기저귀를 가는 동안, 잠깐 다른 볼일을 보고 오는 동안에 오줌이나 똥을 싸기도 하는데요. 매일 누워 노는 이불에다 바로요! 생각만 해도 "으-" 소리가 나고 ( •᷄⌓•᷅ ) 이런 표정이 되시나요? 이해합니다.ㅎㅎ 실제로 이번 주에도 이런 일이 있었어요. 부모님 결혼기념일이라 네 가족이 뷔페에 다녀왔는데, 함께 못 간 동생이 화가 났는지 이불에 다 저질러 놨더라고요.
그 상황에서 저는 뭘 할까요? 어떤 표정을 지을 겨를도 없을 정도로, 반사적으로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뭐 가져와야 돼?"
그리고는 패드, 비닐장갑, 수건, 새 이불 등을 준비하죠. 이불은 바로 손빨래할 수 있도록 화장실에 걷어두고요. 치워야 하는 사람의 행동 메커니즘이죠.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 되었어요.
여러분이라면 가족의 생오줌, 생똥(이라고 저희 집에서는 말합니다..ㅎ)을 치울 수 있으시겠어요?
다 큰 23살의 변을..!?
떠올리기 힘든 상황을 상상하게 해서 죄송합니다.
• ᴗ •̥ ˳ ˳
하지만 저는 알아요. 가족이 아프다고 하면 여러분 누구든 기꺼이 그 일을 해내실 거라는 걸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에요.(소곤소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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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니까, 모르고 한 거니까, 어쩔 수 없으니까. 내가 치워야만 하니까. 이런 이유들로 여러분도 다 치우실 거예요. 동생이 이불에 용변을 보는 건 알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생리적인 현상이라 어쩔 수 없는 거고요. 이걸 이해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죠. 냄새가 나면 숨을 잠시 참거나 마스크를 쓰고 문을 열면 되고, 이불이 젖은 건 세탁하면 되니까요. 나는 그 모든 걸 선택할 수 있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동생은 더러운 이불인 줄 모르고 그냥 돌아 누울 거니까요.
물론 이런 생각도 다- 어머니에게서 배운 거예요. 어머니는 힘들다고 욕하다가도 동생 얼굴을 보면 다정하게 변해요. 목소리 톤도, 말투도, 표정도 다 바뀌어요. 제가 지금도 "똥 쌌다고 칭찬받는 쭈니 좋~겠다!"라고 투정할 정도거든요.
우리 가족이 동생을 대하는 자세는 다 어머니로부터 배운 것들이에요. 주로 동생을 양육했던 분이 어머니시고, 어머니의 사랑법은 자식의 미움보다 더 큰 사랑으로 우릴 감싸주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비위가 약해 음식물 쓰레기 근처에도 못 가지만, 동생의 모든 냄새는 다 견딜 수 있답니다. 동생이 불편하지 않도록, 자기가 모르고 한 일 때문에 주눅 들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해요.
믿거나 말거나 사랑의 힘이죠. 그렇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 일단 사랑하면 다 사랑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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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를 직접 돌본 어머니, 아버지들은 어릴 때 당연히 자식의 용변을 보고 치우는 경험을 하죠. 다만 저희 부모님은 그 일을 평생 해야 한다는 점이 특별하고요. 어쩌면 오랫동안 힘든 일을 해내기 위해 사랑을 택한 걸지도 몰라요. 그게 없다면 견디기 힘든 일이니까요. (*´ ˘ `*).。oO ( ♡ )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우리 가족은 다른 가족이 겪지 않는 상황을 겪어가며 더 단단해졌습니다. 웬만한 더러움과 고통, 밤낮 없는 소음과 밝은 밤에도 견딜 수 있고, 그 모든 시간을 함께하는 '가족'이라는 든든한 공동체가 남았죠. 이거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고, 볼 거 안 볼 거 다 본 사이가 아닐까요?ㅎㅎ
가족은 그런 사이인 것 같습니다. 내 최악의 최악, 바닥까지 다 드러내 보이고도 맘 편히 웃을 수 있는 사람들. 세상에 둘도 없는 내 편.
여러분에게 가족은 어떤 존재인가요?
가족과 함께한 특별한 경험이 있나요?
우리 가족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떻게 표현하시겠어요?
다음 주에도, 우리 더 솔직한 이야기로 만납시다!
( ˊ• ૢ·̫•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