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제목을 어떻게 채우셨나요?
장애인 가족은 어떠해야 할까요?
어렸을 적, 저는 장애인과 함께 사는 사람이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때가 있었어요. 그건 어머니의 부단한 노력 덕분이었는데, 동생의 장애가 어떤 문제인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았을뿐더러, 그게 내가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고 느끼지도 못했기 때문이죠. 엄마는 늘 웃었고, 동생 때문에 너네한테 신경 못 써준단 말을 한 번도 안 하셨어요. 실제로 살림이며 요리며 정리며, 엄마가 다른 엄마들보다 잘하면 잘했지 못한 적은 없었습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쯤인가요. 제가 장애인 가족에 대해 꽤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수련회에서였어요. 같은 반 친구와 함께 방을 쓰게 되었는데요. 수련회 밤의 국룰이죠, 교관님 단속을 피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침대에 각자 편한 자세로 앉거나 누워서 학교 이야기, 좋아하는 남자애 이야기, 선생님 성대모사 같은 걸 하다가 한 친구가 무거운 입을 뗐습니다.
그 친구의 오빠는 다운증후군이었어요. 같은 동네에 살았기에 알고 있었죠. 엄마들도 아는 사이였으니까요. 그때 친구가 어떤 말을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안 나요. 하지만 오빠 얘기를 하면서 엄청 울었고, 어린 제 눈에 무척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 울음이 꼭 오빠 때문만은 아니었을 테지만, 그 나이 또래들이 겪는 부담감보다는 더 많은 짐을 지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제가 동생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된 건, 수련회 때 그 기억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장애인과 함께 산다는 건 생각보다 흔한 이야기가 아니고, 사람들은 모르는 이야기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웃어야 할 때 울고, 울어야 할 때 웃는 대참사가 발생할지도 모르는 거고요. 저도 처음 듣는 말 앞에서는 늘 어색한 미소를 띠게 되더라고요.
사람들의 반응이 예측되지 않아 저도 오랫동안 입을 닫고 살았던 것 같아요. 괜히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드나 싶기도 했고, 그럴 필요 없는데 날 더 챙기거나 불쌍하게 볼까 걱정도 되었고요. 저는 참 행복하게 살았기 때문에, 그런 눈빛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어요. '역시 장애인과 함께 살면 힘들구나.'라는 기억이 나로 인해 상대에게 새겨지지 않았으면, 싶기도 했고요.
장애인 가족 하면 떠오르는 키워드 중 안타까움, 불쌍함이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할 거라 생각해요. 지금이야 많은 유튜버들과 인플루언서들이 있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장애인을 매체에서 보는 건 기적을 일으킨 사람으로 소개되는 것 아니면 후원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잖아요. 저도 TV로는 늘 불쌍하게 비치는 장애인을 마주했어요. 후원 프로그램이나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본 게 전부였죠.
무의식 중에 그런 모습이 겹겹이 쌓인 것 같아요. 그게 너무 단단해져 실체는 찾아볼 수도 없게 되었고요. 저도 이런데, 비장애인 가족들에게는 얼마나 낯선 세계일까요. 제가 브런치를 시작하고, 장애 이야기를 최대한 다양하게 하고자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장애인 가족이 ___ 해야 하는 건 없습니다. 가족이 ___ 해야 하는 게 없는 것처럼요. 다만 모든 가족에게 적용되는 빈칸이 있다면... 그건 '행복' 아닐까요? ( ⁎ᵕᴗᵕ⁎ )
가족은 모두 다른 모습입니다. 그래서 남의 가족 이야기가 새롭고 재밌게 다가오잖아요. 요즘은 일반인의 가족 이야기도 하나의 콘텐츠가 됩니다. 특별할 것 없는 사람들이 일상을 올리고, 사람들은 좋아해요. 매력에 빠지고 응원해요. 거기서 내 모습을 찾고, 내 가족과 똑같다며 웃고요. 장애인 가족에게도 똑같이 굴곡이 있고, 웃음이 있습니다. '장애인이라서' 불쌍한 게 아니라, 안타까운 일이 있을 땐 안타깝게 느껴지고, 행복할 때는 또 그런 일 때문에 행복해 보여요. 원인은 존재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오고 가는 일 때문에 여러 감정을 느끼는 겁니다.
연예인과 소수 누군가의 '특별한 삶'보다 '평범한 삶'이 주목받고 있는 것 같아요. 평범한 삶이 경제적인 걸 의미하는 건 아니고요. 자는 것, 먹는 것, 노는 것, 집에서 보내는 시간처럼 모두가 경험해 본 일에 주목하게 된 것 같아요. 그전까지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 나는 힘든데 다들 즐거운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쉽게 외로워진 걸까요.
저는 '진짜' 사람 사는 세상이 궁금합니다. "장애인 가족은 어떻게 살까?", "불쌍한 거 말고 잘사는 집은 어떻게 살까?", "진짜 외출하기 힘들까?", "사람들이 막말할 때도 있었을까?" 여러분이 궁금하신 부분에 대해 솔직히 답하는 것부터가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의 시작점이 될 거라 믿어요.
여러분이 댓글로 질문을 남겨주신다면, 제가 성심성의껏 답변해 볼게요. 저는 평생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와서, 비장애인으로만 구성된 가족의 궁금함을 알기가 쉽지 않거든요. 우리 모두 서로의 삶에는 초보니까요. 아이처럼 순수하게 묻고, 답해보자고요!
지금처럼 제가 선별해 들려드리는 이야기도 좋지만, 앞으로는 질문에 답하는 글도 많이 써보고 싶어요. 질문하려다 망설이셨다면, 걱정 말고 댓글 남겨주세요! 물론 건강한 지적도 좋고요. 다 그렇게 인생을 배워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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