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보라빛창가 Jun 21. 2023

사진 찍기 싫어지는 나이가 되었다

자기야, 우리 대빵 늙었다

주말에 예쁜 장미 정원이 있는 카페에 갔다.

우리가 흔히 보는 붉은 장미가 아닌 연한 파스텔 핑크색의 장미와 작약등이 탐스럽게 피어 있는 동화 같은 곳이었다.


"와 진짜 예쁘다!!"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미리 알고 간 것도 아니고 우연히 들린 곳이라 길가에서 보석을 찾은 듯 더 신이 났다.


예쁜 것에 아무런 감흥이 없는 아이들을 이리도 세워보고 저리도 세워보고 사진을 찍어댔다.

역시나 정상적으로 찍은 사진은 하나도 없고 서로 공격하는 듯한 괴상한 자세를하며 배경인 러블리한 카페와 괴리감 있는 사진들이 되었다.(남자아이들은 왜 그러는 걸까?ㅜ)


"ㅇㅇ아 우리도 한장찎어줘!"


평소에는 사진 찍히는 게 싫었지만 이날은 왠지 사진이 찍고 싶어 아이들에게 부탁했다.

아이들이 서로 찍어주겠다고 싸우는 바람에 교통정리하느라 또 진땀을 뺐다.

겨우 정리를 한 후, 지친 상태로 장미가 우아하게 감싼 건물을 배경으로 남편과 포즈를 취했다.


"하나 둘 찍었어 엄마!!"

"야.. 셋을 해야지.."


기대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찍은 사진을 본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도대체 게 누구란 말인가...


사진 속의 나와 남편은 삶에 찌든 아줌마 아저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40대 중반이긴 하지만 나름 패션에도 신경 쓰고 절대 아줌마 아저씨처럼 안 살 거야 다짐했는데...

사진 찍기 전의 소동에 지쳤다고 해도 얼굴은 인상을 쓰며 일그러져 있었고 몸은 코끼리나 하마같이 보였다. 남편은 눈밑 살이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고 팔자주름에 얼굴도 까맣고 어깨도 꾸부정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자기, 우리 대빵 늙었다! 이 사진 봐봐"

"진짜 그러네... 이제 중년이니깐... 어쩔 수 없지 뭐"


갑자기 코끗이 찡해졌다.

내 모습보다도 남편이 늙어가는 것이 보여 안쓰러웠다.곁눈질로 보니 옆머리에 새치도 보였다.

(요즘 남편만 보면 짠하다ㅜㅜ)


그래, 사십중반에 뭘 바랐단 말인가...

하지만 시간이 가고 늙어가는 것이 서운하다. 젊음이 점점 나를 스쳐 지나는 것이 아쉽다.

내 마음은 아직 20대에 머물러 있지만 아이들이 자랄수록 우리는 그렇게 아저씨 아줌마가 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겠지...


그래도 괜찮다...

슬픔을 진정시키며 담담하게 마음속으로 외쳤다.


난 늙어도 힙하면서도 멋진 어른이 될꺼야!


젊음은 나이가 아니라 마음의 상태라는 말을 믿는다. 내 마음은 누구보다 젊고 그것은 아무도 빼앗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도 항상 도전하고 젊게 살아가려고 노력해야겠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장밋빛 용모, 앵두 같은 입술, 나긋나긋한 자태가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한다."

- 사무엘 울만 [청춘] 中에서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해준 오이소박이가 먹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