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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떡꿀떡 Feb 19. 2022

왕자님의 키스없이도 저주를 깨는 방법

  비록 내가 공주는 아니지만 여느 공주님들 부럽지 않은 점이 한가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저주’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걸린 저주들은 엄마께서 생생히 전해주셨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저주만 존재할 뿐 왕자님의 키스는 없었는데… 그래도 다행히 자연스레 저주가 깨진 몇 번의 경험이 있어 적어볼까 한다.


  10대때 깨진 저주 : 너는 못생겨서 꼭 성형해야해.

  원래 내 눈은 쌍꺼풀이 짙은 눈임에도 엄마는 늘 내 눈을 손톱으로 다시 그어보며 너는 꼭 커서 쌍커풀 수술을 다시 해야한다고 했다. 눈매가 사나워서 못생겼으니 뒷트임, 앞트임도 꼭 같이 해얀다고 말이다. 그렇게 나는 본디 못생긴 저주에 걸려 태어난 태생이었다.


  못생긴 저주가 깨진 건 여고에 입학한 첫날이었다. 한 친구가 첫 쉬는 시간에 다가왔다.

 ‘너 ㅇㅇㅇ 이지? 나 반 배치고사 보는 날 너 뒤에 앉아 있었는데 너가 답안지 바꾸러 나갔다 오는데 너무 이뻐서 한번 더 틀리라고 계속 그러고 있었잖아.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제대로 대답도 못한 채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께 ‘엄마 친구가 나보러 예쁘대’하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알렸는데 화장실에서 손빨래 하던 엄마는 시큰둥하니 ‘몰랐어?’하고 가버렸다. 아하! 못생김의 저주는 고등학교 반 배치고사를 볼 때 깨지는 거구나!


  20대때 깨진 저주 : 너는 엉덩이가 철푸덕해.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서 걸어다니면 엄마는 항상 동생들과 뒤에 앉아 나를 놀려대곤 하셨다.

 ‘큰언니 엉덩이 좀 봐라. 철푸덕 철푸덕 엉덩이 널찍하니 큰 것 좀 봐라.’

 커서야 비만이었다지만 10대때까지 늘 저체중이었음에도 엉덩이가 크다 소릴 들었으니 내 골반 자체가 큰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28살에 지금의 아이를 출산할 때 나는 걱정이 없었다. 일도 하고 있었고 열심히 걸어도 다녔으니 내 큰 골반이 순산의 길로 인도하리라. 그런데 왠일인지 유도분만 주사를 놓고 양수를 터뜨려도 골반이 3cm 이상 열리지를 않았다.

  ‘원래 남성형 골반이라 잘 열리지 않는데다가 아이는 나오려고 골반에 머리를 밀어넣다가 끼어 붓고 있어서 응급으로 제왕절개해서 꺼내야 합니다.’

  하시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 다행히 아침 9시부터 시작한 출산 과정은 5시 10분에 건강하게 아이가 태어남으로 잘 마무리 되었지만 골반의 저주가 언제 풀린 일인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 이번에도 엄마께 여쭈려고 했으나 엄마는 회비가 아깝다며 계모임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하신 관계로 물어볼 기회조차 없었다. 아마도 추측컨데 커다란 골반은 남자 아이를 임신하면 자연스레 작아지는 듯 하다.


  30대때 깨진 저주 : 너는 남자만 보면 가리생이 빠진 X처럼 달려들테니 남자 조심해야 한다.

 엄마는 나에게 걸린 미래의 저주까지 모조리 다 알고 계신 듯 했다. 사투리인지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몰라도 남자를 조심하라는 말씀이셨다. 어떻게 해야 아이가 태어나는지도 모를 때부터 나는 저 이야기를 가슴 깊이 새겨왔다.


  이번만큼은 나도 저주를 완전히 비껴나갈 수는 없었는데,  남자를 조심하지 못한 탓에 결혼 생활이 3년만에 깨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이혼 한지도 7년차에 접어든 지금, 이제는 저주가 깨진 것으로 알고 조금은 안심해볼까 한다. 왜냐하면 아이를 여태 혼자 키우는 동안   번도 눈에 들어오는 남자도, 다시 남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도 전혀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또한 이혼과 함께 친정과도 등을  연유로 엄마께 여쭙는 것은 불가했다. 짐작컨데 남자에 관한 저주는 첫남자만  조심하면 깨지는  하다.


  여러분의 인생에 백마 탄 왕자님이 없다고 인생의 저주들에 너무 낙심 마시기를 바란다. 왕자님의 키스가 없이도 여러 저주가 세월의 힘으로 자연스레 풀렸으니 말이다. 대단한 비법은 아니지만 세월에 장사가 없기는 정말 없는 모양이다.

  참 이 저주들은 엄마께 귀에 못이 박히도록 전해 듣고 자랐지만 누가 걸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들은바가 없다. 누가 걸었으면 아무렴 어떠한가. 그저 나의 아이는 이러한 저주에 하나도 걸리지 않았으니 다행스러울 따름이다.

  나의 아이는 아주 귀엽고 야물게 생겼고 엉덩이도 남자 아이라 그런지 오동통하니 작고 여물다. 아무 여자나 좋아하는 저주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듯 한데 엄마인 나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아니 초2가 될 때까지 다른 여자친구를 사귀어 온 적이 없으니 조금은 안심해도 될까?! 모두의 인생에 저주대신 축복만이 가득하시길…! (아, 그리고 나는 친구의 말처럼 그렇게 예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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