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표현하는 키워드를 뽑는다면, 아마도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요? 저는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있어서 좋아하는 걸 물어보면 곧바로 대답할 수 있어요. ‘달리기, 책 그리고 음식’이요. 하나의 카테고리로 파고들면 주변 친구들이 특이하다고 입을 모아 말할 정도로 구체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어요. 이게 마냥 좋을 때도 있고 불편할 때도 있는데, 제 취향을 누리는 과정이 너무나 즐거워서 싫었던 적은 떠오르지 않아요. 일상을 저의 취향으로 채워나갈 때 흔히 ‘소확행’이라고 하는 작은 행복들이 이어지고 때때로 커다랗고 기억에 남을만한 행복 경험도 쥐어줍니다.
잘한다고 말하는 건 사람마다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것에 대해 잘 알게 되지 않나요? 흔히 덕질이라고 하죠. 좋아하면 파게 되고 파다 보면 어느 순간 나를 표현하는 키워드로 자리 잡게 됩니다. 지금은 나의 취향을 모르더라도 무언가를 좋아하고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취향이라고 하는 선호가 생겨요. 이제 ‘잘’ 즐기기만 하면 될 텐데 잘 즐기기 위한 방법은 나와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다. 서은국, 행복의 기원
함께 즐기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 쉽게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좋아하는 게 생기면 이걸 알리고 싶어지고 ‘이렇게 좋은걸 왜 모르지?’라는 마음으로 다른 이들에게 신나게 전파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해요.
좋아하면 잘하게 되는 것처럼 반대로 무언가를 잘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찾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둘을 분리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요.
이제 이 글의 목표를 슬쩍 보여드릴 타이밍이네요. 저는 ‘글쓰기’를 잘하고 싶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야’라고 규정 내리고 나서는 글에 자신감이 낮아져 인스타그램에 짧은 글을 올릴 때도 한참을 고민하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다 결국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런데 잘 쓰고 싶지만 평소에 왜 쓰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이제라도 써보려고 합니다. 앞에서 말했던 잘하기 위한 방법을 좋아하는 것으로부터 찾는 방법으로. 좋아하는 것을 소개하는 글로 시작합니다.
먼저 달리기에 대해 말해보면, 저는 천천히 길게 뛰는 걸 즐기고 주로 오전에 달립니다. 오전도 누군가에게는 미라클 모닝이라고 하는 이른 새벽인 4-5시에 달리는데요.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온 지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억지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전에 일찍 깨기 때문에 이 시간을 잘 보내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새벽은 모두가 잠들어있는 시간이고 문을 연 가게도 없어서 나가서 무언가를 하기에도, 또 집에서 무언가를 하기에도 집중하기 어려운 시간이에요. 달리기를 할 때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고 또 원초적인 운동이어서 두 다리를 열심히 굴리기만 하면 몰입하기 쉬운 운동이에요. 오전에 달리기를 하기 시작하면서 시간을 허투루 보내버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간을 알차게 쓰는 것뿐만 아니라 새벽에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이제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인데 벌써 운동을 끝마쳤다는 사실에 뿌듯함과 약간의 성취감을 주어 오늘 하루를 잘 보내야겠다는 마음에 힘을 보내줍니다. 여기 또 아침 러닝의 또 다른 장점이 보이네요. 나의 일상과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 달리기를 하느라 다른 일을 못하게 되는 일을 피할 수 있어요. 그리고 가끔은 무섭기도 하지만 사람이 적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단점을 굳이 생각해보자면 겨울처럼 해가 짧은 계절에는 해가 달리기를 마칠 때까지도 보기 힘들어서 따뜻한 햇살이 그리워져요. 하지만 대신에 달을 보고 달리는 것도 아침달이 주는 묘한 느낌이 있어서 단점이라기보다는 햇살을 받지 못한다는 아쉬움이라 표현해야겠습니다.
취미가 독서라고 하기에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하지만, 저는 책을 좋아해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독서의 이유에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독서라는 것이 이해하기 힘든 행위인가 봅니다. 점점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고 있고 책이 아니더라도 유튜브와 같은 영상 매체가 책을 대체한다지만 저는 여전히 책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영상이 아닌 글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과 영향력을 생각합니다. 책을 좋아하는 이유를 간단히 말해보면,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이고, 여러 책을 읽다 보면 하나의 대상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점을 알 수 있어요. 자기 계발서나 경제책 등 특정 소재를 다룬 책들은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동일한 주제를 다루더라도 완전히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다릅니다. 아무리 정보성 도서라도 유튜브나 블로그의 요약을 읽었다고 그 책을 읽은 것이 아닌 이유입니다.
이제 음식을 이야기할 차례네요. 주변 친구들이 저의 취향에 대해 입을 모아서 말합니다, ‘너 특이해’라고. 캡사이신을 먹거나 초콜릿을 라면에 넣어 먹는 특이한 입맛은 아닙니다. 아무리 쌀 소비량이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쌀에 김치는 한국인이라면 주기적으로 먹어줘야 하며 빨간 떡볶이가 여자들의 소울푸드인 한국 사회에서 당당하게 김치는 없어도 되고 라면은 고등학교 이후로 끓여본 적이 없으며, 떡볶이를 안 좋아한다고 말하는 저에게 같이 살았던 룸메이트가 ‘너 입맛으로 한국에서 사는 건 서바이벌이지.’라고 말할 정도로 음식 호불호가 확고합니다. 좋아하는 게 명확한 대신 선호하지 않는 것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남들보다 ‘식사’에 여러 가지 의미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식사를 할 때, 또 커피를 마시고 술 한잔 할 때 함께하는 사람들과 그 공간이 우리의 식사 경험을 형성합니다. 제가 요즘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은 ‘조용한 공간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에 어울리는 술 한 잔을 곁들일 때’입니다.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데 술과 커피를 빼놓을 수 없지만, 말하다 보니 끝도 없이 이야기하고 싶어 져서 이건 따로 이야기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