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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아노 May 13. 2024

13일차: 핀터레스트와 유튜브를 보는 마음

100일 글쓰기 13일차 

  심심할 때면 핀터레스트나 유튜브를 켜서 "aesthetics", 혹은 "that girl"에 관한 틱톡을 모아둔 영상을 본다. "glow up"에 관한 영상을 볼 때도 있다. 텀블러나 인스타그램에서나 접할 법한 근사한 집에서, 일찍 일어나서 감사일기(모닝페이지)를 쓰고, 예쁜 옷을 입고(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마르고 '완벽한' 몸무게가 요구되기 마련이다) 규칙적으로 헬스나 필라테스 같은 운동을 하고,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은 화장품이 쌓여있는 화장대에서 "트렌디"한 메이크업을 하고, 멋지게 꾸민 모습으로 일을 시작하는 영상이 대부분이다. 다른 경우에는 보통 사람들이 선망할 만한 여러 특징을 얻기 위한 방법을 추천한다. 핀터레스트에 올라오는 사진들은, 우리가 선망하는 aesthetics가 드러난 사진을 콜라주하여(어떤 의미에서는 그 부분만을 부각시키고 오려내어) 편집해 올린 것들이다.  

    이런 영상을 보다 보면 가끔 제대로 살아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어제 이런 영상을 잔뜩 보다 잠들었고, 오늘은 피티가 끝난 후 닭가슴살과 샐러드로 먹을 야채를 한아름 사 왔다), "중산층 이상의 백인 여성들"에게만 이러한 삶과 aesthetics가 유효하다는 비판이 양심을 쿡쿡 찌르기도 한다. 싸고 질 나쁜 음식은 사람의 몸을 망가뜨려 비만이 가난의 지표가 되고,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유하는지가 부의 척도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어도, 이런 영상을 올리는 인플루언서들이 소유한 자본을 단기간 내에 획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나는 실제로 시코르에 갔다가, 외국의 한 인플루언서가 쓰는 모이스처라이저가 8만 원이 넘는다는 걸 보고 기겁한 적이 있다). 운동과 마른 몸은 대표적으로 이 두 가지를 가로지른다. 배척과 차별의 대상이 되어 온 인종적 특징(올라간 눈꼬리나 땋아내려야 하는 머리카락 등)을 그저 단순한 트렌드로 취급한다는 입장도 있다. 나도 이에 동의하고 말이지. 

  사람들이 주목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비현실성"이다.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고(또는 미니멀하고) 강박에 가까운 규칙적인 삶은 우리가 주로 보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추구하는 '감성'이나 인플루언서의 삶을 볼 때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우리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그럼에도 박탈감을 끊임없이 느낄 만큼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삶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이때, 나는 북미 지역에 거주하지 않으므로 이러한 박탈감을 덜 느끼게 되고(정말 먼 세상처럼 보이니까), 그래서 이런 콘텐츠를 재미로 볼 수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유튜버들이 올리는 감성적인 브이로그에 '계급성'이 드러날 때마다(대부분의 경우 항상 은연중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내가 과거에 향유하지 못했던 것들을 끊임없이 상기시킬 때마다, 멘탈과 자존감을 얼기설기 붙여보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언팔밖에 없었다.   

  이러한 트렌드가 유효하다는 것에는 항상 동의하고 우리나라 유튜버를 보면서 그 유효성을 절감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나는, 의욕없고 끈기없는 나는 이런 콘텐츠를 끊임없이 찾아보고, 여전히 그 비현실성을 선망하고, 간혹 동기를 얻는다. 10대들이 주로 보는 이러한 영상을 나 또한 들여다본다는 점에서 내 미성숙함이 드러나는 것일지도, productivity(생산성)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내 성격이 보이는 걸지도 모른다. 아마도 이러한 영상을 찾아보는 것은 지금의 나와 내 삶이 불만족스럽기 그지없기 때문일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루틴을 살아가는 완벽하지 않은 방과 나. 이런 영상을 보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일까. 나는 다르게 살 수 있다는 미지의 가능성일까, 자극을 위해 소비를 하거나 멘탈을 깎아내리는 행위일까, 아니면 그저 다른 세상을 구경하는 것일까. 이런 영상을 본다고 내가 대리만족을 충분히 했는지, 그리고 내 삶의 일부를 바꾸는 데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 적어도 틱톡이나 유튜브 영상을 보면 시간은 훅훅 가므로 일차적인 목적을 이뤘다고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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