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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림진 Oct 06. 2023

오만과 편견

예의와 존중을 조금 더 생각해 본다.

이런 고전을 읽을 때는 항상 주인공들이 나보다 어른, 나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서른이 넘어서 읽는 지금 나는 그 주인공보다 어른임에도 그들보다 미성숙한 내 자신을 발견했다.

엘리자베스의 쾌활함과 진중함 그리고 사랑스러움, 사리분별력 있는 결정에 대해서 아름다웠다. 귀족의 긍지와 예의, 존중이 녹아나 있는 작품이었는데 그게 뭔지 몰랐던 나는 좀 더 유심히 보게 되었다. 돈 싫어! 명예 싫어!라고 삐딱한 자기주장만 내세웠던 나였던 것 같은데 이제 좀 어른이 되었나 긍지와, 예의, 존중이 뭔지 궁금해졌다. 그런 예의와 존중을 내가 받고 싶어서 내가 행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더 그런 것 같다.

날카로운 시선과 비판과 질타만 받은 것도 아닌데도 나는 애정에 급급한 사람처럼 타인에게서 상냥함과 예의를 받고 싶다.


오늘 아침에도 본인이 주차를 잘 못 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노란색 딱지가 붙여져 있어서 아파트 관리소 직원에게 상당히 많은 시간 동안 화를 내는 것을 목격하였다. 좋은 차를 끌고 어른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조절에 미숙하고 사리분별을 하지 않고 감정과잉을 나타내는 사람을 보기만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예의와 존중을 모르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지 않나 씁쓸했다. 그래서 이 오만과 편견의 책이 더 멋있었다.


p.181~183 (주인공인 엘리자베스에게 그녀의 언니 제인이 한 말.)
무슨 말인지 잘 알지만 제발 부탁인데 그 사람이 비난받아 마땅하다거나 그에게 실망했다는 얘기로 나를 괴롭히지 말아 줘. ~ 그러니 나는 이 문제를 선의의 관점으로만 생각할래.

아버지가 누군가를 비난할 때, 견디기 힘들 때가 있었다. 지금은 아버지가 가까이 계시지 않지만, 요새는 어머니가 그러신다. 그때 내가 저런 문장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인의 머리가 꽃밭 같다는 것과는 둘째치고 나는  마땅히 누군가가를 함께 비난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 이 관점이 너무 마음에 든다.


p.486~7 (결혼을 알리는 엘레자베스의 편지/ 엘리자베스 아버지 베넷이 콜린스 씨에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외숙모, 그토록 친절하게 만족스럽도록 상세한 사실을 장문의 편지에 담아 알려주신 데 대해 제가 진작의 감사의 마음을 전했어야 했는 데 죄송해요. ~ 다아시 씨가 세상에서 제일 큰 사랑을 담아 외숙모께 전해드리랍니다. ~ 축하를 받기 위해 다시 한번 번거롭게 해 드려야겠습니다~ 부디 최선을 다해 캐서린 귀부인을 위로해 주기 바랍니다. ~ 조카가 콜린스 씨에게 베풀 것이 훨씬 더 많지요.

수사여 구가 어릴 적에는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의도가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짧은 문장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것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또한 조금 더 다정하고 존중과 예의와 사랑을 담은 언어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간결한 언어만 쓰고 있어서 더욱더 생각의 확장이 되지 않음을, 그리고 더 많은 오감을 느끼는 것을 차단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p.489 그를 자기 옆자리나 그가 모욕감을 느끼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가족의 옆자리에 두려고 계속해서 신경을 썼다.

엘리자베스가 남편을 위해 배려하는 행동이다.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가 조금 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신경 써주는 면에 대해서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정의) 사랑의 이름으로 널 용서치 않겠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건 왤까.

예의와 존중이라는 게 결국은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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