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스튜 Dec 04. 2022

[책 리뷰] MUJI 무인양품의 생각과 말, 양품계획

안티 브랜드를 추구하니 브랜드가 되었다

이 책은 제목처럼 무인양품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양품계획가 무인양품의 사상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첫번째로 형식이 중구난방인 측면이 있어 정리가 어려웠고, 두번째로 새롭다 할 내용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읽는 과정에서 즐겁지만은 않았다. 다만 새롭다 할 내용이 없다는 것이, 무인양품에 대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이미지와 무인양품이 추구하는 방향이 유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그만큼 무인양품의 의도치 않은 브랜딩은 성공적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방금 전에 말했듯, 책에 따르면 무인양품은 "브랜딩"을 의도하지 않은 듯 하다. 단순히 그들의 "철학"을 그들이 말하는 소비자인 "좋은 생활자"들을 고려하여 적극적으로 "상품"에 반영했을 뿐이다. 무인양품의 시작은 유행과 이슈를 추구하는 소비사회현상의 안티테제로, 그런 사회속에서 자신만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좋은 생활자"로 정의하고, 그런 사람들이 선택할 것 같은 상품을 브랜드/디자이너 이름을 붙이지 않고 가치를 전한다는 발상으로 출발하였다고 한다.

모두가 공감하는 무인양품의 철학은 심플함의 추구와 제품의 본연 가치에 집중하는 사상일 것이다. 책에서는 이것을 "이것으로 충분하다", "마이너스의 미학"이라 부르는데, 특정 상품의 기능을 한정하고 쓸모없는 기능을 배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포장을 간소화하고, 사용기능에 충실하며, 이런 것은 결국 최적의 소재, 제조방법, 형태(디자인)에도 반영된다. "소재의 엄선, 공정의 재점검, 포장의 간략화"를 중시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은 가격책정이다. 가격책정에서도 사상에 기반한 흥미로운 방식을 적용하는데, 일반적인 원가 기반이나 경쟁사 벤치마킹 가격이 아닌, 1) 계속 좋은 가격 2) 고집하고 싶은 가격 3)이득을 본 것 같은 가격이라는 소비자 입장에서의 가격을 고려한다. 1)은 속옷, 양말, 평상복 등 생활 밀착 중심 제품 들로 "좋은 물건을 가능하면 싸고 싶은" 제품에 적용하며 2)는 침대, 소파, 가전제품 처럼 "조금 비싸더라도 좋은 물건을 사고 싶은" 제품들, 3)은 사용빈도나 소모빈도가 높은 제품들로 "단순히 쌀 뿐 아니라 실컷 사용하고 싶어지는" 제품들에 적용한다. 내용 자체는 기준이 애매모하다. 다만 독특한 점은 소비자의 실생활을 기반으로 제품영역별로 소비자들이 고려하는 가격대를 반영한다는 부분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안티 브랜드의 추구가 역설적이게도 모두가 인정하는 브랜딩의 모범사례가 되었다는 것이다. 브랜딩의 관점에서 볼 때, 사실 무인양품은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브랜딩의 모범적인 부분을 대부분 수행했다. 무인양품은 그들의 철학, 즉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설정하고 이것을 내적/외적 전사적인 관점에서 반영하고 추구했다.

결과론적으로 무인양품의 성공요인을 파악하자면 디자인적 요소, 그 철학을 매장을 비롯한 소비자 접점에 제대로 반영하는 센스, 저렴한 가격보다 좋은 가격을 중심으로 하는 마케팅 등 더욱 다양할 것이고, 또한 그들이 브랜드를 추구해온 "기간"자체도 현재의 이미지 구축에 한 몫했을 것이다.   

다만, 책의 대부분의 내용은 철학과 그것이 반영된 상품 그 자체에 집중하며, 알리기 위한 외적인 마케팅에 대한 부분은 크게 없다. 왜 그럴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설정이 무인양품 브랜딩의 정수이자 시작이라고 생각하고, 또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브랜드는 1) 대부분의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들의 브랜드만큼 단순한 철학이며 2) 특정 비즈니스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들이 설정한, "도움이 되자"라는 대전략에서 출발하여 "심플함과 본연의 가치"에 집중한 브랜드 정체성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쉽게 어필되고, 충분히 공감이 갈 만한 좋은 철학이었다. 그들이 상정한 "좋은 생활자"는 실제로 많이 존재했다. 많은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기에, 세분화된 타겟팅이 필요하지도 않고, "알리는" 활동이 무인양품 마케팅의 핵심이 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알려졌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브랜드 철학은 특정 카테고리에 한정되지 않는다. 소비재의 전 카테고리를 넘어, MUJI HOTEL이 보여주듯 타 비즈니스 영역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철학이다. 따라서 비즈니스의 확장성이 무한한 브랜딩이라고 생각한다.

B2C 상품의 본질을 생각한, 그렇기에 단순하고 많은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었던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설정을 기반으로, 이것을 심플학의 미학으로까지 승화시켜 세련됨까지 잃지 않은, 모범적인 브랜딩의 사례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 리뷰] 데이터 브랜딩, 김태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