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소비재 비즈니스의 케이스 스터디를 하다보면 판매의 영역, 주로 영업이나 마케팅과 관련된 사례들을 많이 본다. 소비자인 우리와 가깝기도 하고 또 재밌기도 하고 이해가 쉽다. 반면 나와는 먼 이야기인 생산이나 물류, 구매와 같은 백오피스 사례들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진다. 사실 사업적인 관점에서 업무 효율상 영역을 나누어 둘 뿐 모든 영역은 일관된 프로세스 안에 있다.
전에 그릇 공장 견학을 갔을 때, 생산공정과 관련된 내용 설명을 들으면서, 생산효율과 병목현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커피잔의 모양에 따라 기계로 찍어내기만 해도 되는 커피잔과, 전사지만 착착 붙이면 되는 커피잔이 있는 반면, 별도의 성형을 거치거나 수작업인 화공을 통해 만들어내야하는 커피잔이 있었다. 당연히 후자는 생산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제품기획자나 디자이너들은 소비자가 좋아하는 디자인 자체에만 초점을 두고, 생산 효율까지 고려해야한다는 것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전사적인 관점에서 판매의 영역 종사자들이라도 SCM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알려준 사례였다.
이러한 이유로 접하게 된 "공급망 관리 성공전략"은 SCM과 관련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개념편과 실전편으로 구분되어, 개념편에서는 공급망 관리와 관련된 개념적인 내용을 쉽게 풀어 썼고, 실전편에서는 해당 개념을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여 설명한다. 개념편은 좀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영업의 관점에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SCM의 영역을 이론으로 쉽게 정리해주어서 좋았고, 실전편은 보다 흥미로웠다. 특히 국내에 제조시설이 없는 외국계기업에 근무했어서 SCM팀에 대한 지식이 구매계획과 재고관리에 한정되어 있었던 나에게 제조 생산의 영역에 대한 부분은 특히 더 재미있었다.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몇 가지 정리해보면,
1. 공급망 관리의 기본 원리
1) 수요와 공급을 최대한 맞춘다.
2) 이를 위해서 주문을 받을 때부터 고객에게 제품을 배송 완료하거나 서비스를 마칠 때까지의 시간(리드타임)을 최소화한다.
3) 리드타임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획과 실적을 끊임없이 관리한다.
4) 이상의 일을 최소한의 자원으로 수행한다.
5) 잘 돌아가면 수요를 늘려 크기를 키운다.
6) 이상의 과정을 반복한다.
2. 제약이론에 따른 최적화의 방법
1) 공급망 전체의 제약조건을 찾아낸다.
2) 제약조건 중 가장 큰 것을 식별하고 제거한다.
3) 다음으로 큰 제약조건을 식별하고 제거한다.
3. 수요계획, 공급계획, 단일계획
- 수요 예측을 정리하면 수요계획이 되며, 수요 계획은 계획기간(얼마나 먼 미래까지), 계획단위(어떤 기간 단위로), 계획 주기(얼마의 주기로)를 정하고 세워진다. 수요계획은 해당 수요를 가장 잘 아는 영업에서, 각 영업담당자가 Bottom-up 방식으로 짜면, 수장이 의지치 등을 반영하여 확정한다. 동일기간에 대해서도 주기에 따라 리뷰하여 더 정확하게 업데이트한다. 계획기간은 또한 제품의 특성을 반영한다. 예를 들어 트렌드가 많이 바뀌는 패션 제품의 경우 길게 잡지 않는다.
- 수요계획이 수립되면 이에 대해 생산, 구매측에서 공급계획을 세운다. 공급계획 시에는 기존재고(공장재고+운송중재고)에 생산가능수량을 더하여 RTF(Return to Forecast)를 산출한다. 생산가능수량에는 생산라인의 제약인 "캐파 제약", 제품의 단종 등에 따른 "생애주기 제약", 그리고 자재 구매 등에 따른 "자재 제약" 세 가지가 영향을 주며, 이 RTF와 수요의 차이, 즉 공급불가수량을 쇼트(Short)라고 한다. 공급계획은 실제 제조계획인 생산실행계획과 구매 리드 타임등을 고려하여야 하는 자재소요계획으로 나누어 실행한다.
- 이 수요계획과 공급계획과 관련해 판생회의(판매-생산회의) 혹은 글로벌운영회의(GOC회의, Global Operation Center)를 통해 쇼트를 최소화하기 위한 협의를 거치고 단일계획을 수립한다. 단일 계획을 통해 구매, 생산, 판매에서 일어나는 채찍효과의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
4. SCM 체계와 컴퓨터 시스템
위에서 말한 SCM 체계에는 각각에 맞는 컴퓨터 시스템이 있다.
1)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마케팅, 판매, 사후 서비스의 관리
2) APS(Advanced Planning & Scheduling): SCM의 중추적인 역할, 단일계획을 수립하고 활용해 전 공급망의 판매, 생산, 구매영역에서 자원운영 및 납기관리를 일관성있게 지원
3)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APS의 두 다리 중 하나인 생산실행시스템으로 생산실행계획과 관련. 생산현장의 모든활동을 지원하고 제조 현장정보를 실시간으로 집계, 분석. 몇 개가 어떤 작업장에서 작업이 되고 있고, 몇개가 양품, 몇개가 불량인지 등.
4)SRM(Supplier Management System): APS의 두 다리중 하나로, 자재소요계획과 관련. 공급업체관리 시스템.
실전편으로 갈 수록 실제 사례에 가까워 더 흥미로웠는데, 실제 각 영역과 관련된 시스템들의 활용방식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지 않은 점은 아쉬웠다. 이런 부분은 추가적으로 공부해봐야겠다.
책을 읽어보니 사실상 내가 지난 번 수요예측(계획)과 재고관리 라는 글에서 다뤘던 수요예측의 영역은 전체 SCM영역에서 보자면, 수요계획까지였다. 국내에 제조공장이 없는 외국계 소비재이다보니, 국내 SCM팀은 영업과 마케팅과 함께 인풋을 넣어 수요계획까지를 세우고, 본사의 제조공장과 협의를 하는 수요 측의 입장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해당 회사의 임원분 중 한 분이 "Efficiency Everywhere"라는 말을 강조한 적이 있다. 회사의 모든 영역에는 효율성을 개선할 만한 부분이 늘 있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발견해내고 개선해내는 것을 강조했던 말이었다. SCM은 그 자체에 대한 지식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이 말이 가장 크게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인 것 같고, 그만큼 회사의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의 영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