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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세인 Mar 31. 2023

난쟁이와 크리스마스의 도시, 브로츠와프

우당탕탕 유럽여행일기 in 폴란드 브로츠와프

수도인 바르샤바 보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곳으로 유명한 폴란드 브로츠와프

특히 이곳은 폴란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려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인기가 많다.

나도 이제 진짜 크리스마스가 다가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브로츠와프로 가는 기차표를 샀다.


브로츠와프에 처음 도착하자마자 날 반겨준 건 난쟁이들이었다. 서점 앞에는 책 읽는 난쟁이가, 카페 앞에는 차 마시는 난쟁이가 있었다. 거리 곳곳에 있는 가지각색의 난쟁이들을 찾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찾아보니 브로츠와프에 처음 난쟁이 동상이 생긴 건 2001년, 1980년대 브로츠와프에서 시작된 반공산주의 운동 'Orange Alternative'를 기념해서라고 한다. 당시 운동에 참가했던 학생과 시민들은 벽에 난쟁이 그림을 그려 당시 정권을 조롱했는데, 폴란드 민주정권이 들어선 후 민주화의 상징으로 도시 곳곳에 난쟁이 동상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 5개로 시작한 난쟁이 동상이 현재 1000개가 넘고 아직도 난쟁이를 더 만들고 있다고 한다.

'난쟁이 마을'이라는 수식어가 너무 잘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도시이다.


폴란드에 살면서 피에로기(폴란드 전통 만두)를 많이 먹어봤지만 그중에 제일은 브로츠와프에서 먹었던 피에로기였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돼지 같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브로츠와프에 또 가고 싶은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이 '피에로기'이다. 바르샤바에선 한 번도 먹어본 적 없었던 구운 피에로기를 먹었는데 빵처럼 폭신한 피와 고기와 치즈로 가득 찬 속, 그리고 같이 나오는 사워크림의 조화가 정말 최고였다

이제까지 왜 이렇게 폴란드 사람들이 피에로기를 좋아하는지 이유를 몰랐는데 브로츠와프에서 먹은 피에로기 덕분에 그 이유를 명쾌하게 알게 됐다.


브로츠와프 크리스마스 마켓은 익히 들었던 대로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특히 낮보다 밤이 더 아름다웠다. 브로츠와프 마켓 광장 전체가 다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꾸며져 있어서 규모도 꽤 컸다. 추로스 냄새, 소시지 굽는 냄새, 핫초코의 달달한 냄새와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 술 한 잔씩 걸친 어른들의 격양된 웃음소리가 한데 섞여 내가 꿈에 그리던 크리스마스 축제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대부분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매년 크리스마스 기념 컵을 판매한다. 브로츠와프 크리스마스 마켓도 마찬가지였는데 '난쟁이의 도시'라는 수식어에 맞게 난쟁이가 튀어나올 것 같은 신발 모양의 컵을 팔고 있었다. 다들 손에 컵 하나씩 들고 와인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웃기면서도 귀여웠다. 나와 친구들도 하나씩 사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안주삼아 함께 와인을 마셨다.

안주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런지 쓴 와인도 사탕을 넣은 것 마냥 달달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하얀 게 내려오기 시작했다.

눈이었다!!

내 인생 첫 번째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장식해 줄 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캐럴 소리, 친구들의 웃음소리, 하얗게 내리는 눈과 그 뒤로 함께 보이는 대형 트리까지 완벽한 화이트 크리스마스였다.

이제 크리스마스 하면 오랫동안 오늘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생각날 것 같다. 오늘의 온도, 친구와 나눴던 대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산 컵, 친구들과 함께 걸었던 새하얀 눈길까지 브로츠와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오랫동안 내게 따듯했던 기억으로 추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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