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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물질의 방 Jul 06. 2023

망치와 정으로는 원을 다듬을 수 없다

[장자]를 듣고 읽고 있다. 이따금 다른 책들을 통해 인용된 내용들은 알고 있었는데 직접 접해보니 그 뜻이 깊고도 깊다.

어떤 이는 붓다와 장자가 동일 인물이라고 주장하는데, 장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도 그럴만한 것이, 붓다의 가르침과 상당히 닮아있다.

그래서 내게는 보다 깊게 느껴지나 보다.

장자는 모난 [원]을 망치와 정으로 아무리 다듬는다 해도 완전한 원은 만들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자연으로부터 발생된 모든 존재는 나름의 완벽한 [원]을 갖고 시작한다. 이를 순수함이라 칭할 수도 있겠다.

존재가 [생 生]을 얻으면, 원은 굴러가기 시작한다. 굴러가며 지면과의 마찰도 생기고, 돌부리에도 걸리며 완전한 모양이었던 [원]의 표면은 거칠어진다.

거칠어진 원을 굴리기 위해서는 이전보다 더 큰 힘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힘이 덜 들게 하기 위해 인간은 망치와 정을 이용해 표면을 다듬는다.

이와 같은 인위적인 노력과 마음 쓰는 행위를 [유위 有爲 조작]이라 칭하며, 노자와 장자의 [도가] 사상에서는 피해야 하는 행위라 가르친다.

행위는 하되 결과로부터 자유로운 [무위 無爲 행]만이 [도에 이르는 길]이라 하며, [무위자연 無爲自然]으로 돌아갈 것을 가르친다.

자연으로부터 부여받은 천부적인 [원]을 다듬는데, 망치와 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고운 흙과 모래 위에서 굴리는 방법으로 표면을 다시 다듬는 방법을 사용한다.

생을 받은 존재인 인간의 [원], 즉 수레바퀴는 생이 끝날 때까지 멈추지 않고 굴러간다. 최고로 완벽한 모습의 원은 우리가 만들거나, 외부에서 얻을 수 없다. 이미 받아 굴리고 있는 원의 최초 모습이 완벽했을 뿐이다.

그곳으로 돌아가면 그뿐이다. 어차피 굴러가는 수레바퀴 마찰이 적은 곳에서 오랜 시간 굴리다 보면, 닳긴 하겠지만 동그란 모습의 원의 형상은 간직할 것이다.

장담하건대, 망치와 정으로 억지로 두들겨서 만든 원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세상에는 잘 굴러가는 원에 흠집을 내는 경우가 많다. 억지로 흠집을 내고, 그 흠집을 다듬기 위해 망치를 대면 모양이 일그러지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대중매체가 정한 미인의 기준에 맞춰 성형수술을 반복하다가 결국 얼굴이 이상해지는 경우도 이와 같다.

아무리 예쁜 사람도 웃지 않으면, 노년에 추해진다. 반대로 그리 예쁘지 않던 사람도 미소와 함께라면 노년에 예뻐지는 것을 보았다.

삶이라는 수레바퀴를 가벼이 하여 고운 땅에 놓아두면, 자연스럽게 굴러가며 매끄러운 원의 형태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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