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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신과 물질의 방 Apr 28. 2023

여행하며 만난 이들이 준 교훈

인도와 파키스탄 여행을 하면서 만난 두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을 만나서 타지에서 나눈 대화는 뇌리에 깊게 각인되어 있다. 이따금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면 미소 짓곤 한다. 이런 기억들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첫 번째로 만난 이는 여행작가였다. 악명 높은 인도 바라나시를 떠돌다가 찾아간 한식집에서 만났다. 한식집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지만, 실제로는 분식점 같은 곳이고 한국 음식을 바라나시에서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곳이어서 한국인, 일본인들이 자주 찾아오는 곳이다.

그 형님은 나보다 5살 위였고, 범상치 않은 고급 카메라를 들고 세계여행을 하며 한 도시에서 한 달을 생활하는 콘셉트로 글도 쓰고, 영상도 촬영하고 있었다. 고려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해 대치동 영어학원에서 억대 연봉을 달성한 후, 학원 강사 생활을 그만두고 여행을 시작했다고 했다.

제주도, 방콕, 바라나시까지 출발한 지 3달이 되었고, 다음 도시는 이집트라고 하며, 바라나시에서의 1달이 난이도가 가장 높다고 했다.(당연할 것이다...... 바라나시... tlqkf)

두 번째로 만난 이는 여행 유튜버였다. 만났을 때는 구독자 5만 명 정도였는데,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은 9만 명이 넘는 유명한 유튜버가 되었다. 학군장교로 임관하여 2년의 군 복무를 마친 후 사업을 하다가 여행 유튜버로 전향했다고 했다.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국기 하강식을 보러 갔다가, 누가 봐도 한국 사람처럼 생긴 사람이 영상을 촬영하고 있길래 물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한국 사람이었다. 반가움에 함께 저녁을 먹고 즐거운 대화를 나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여행을 하며 만난 2명의 인물은 내 삶 속에 깊게 각인되었다. 함께 한 시간은 불과 6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교감의 밀도는 상당히 진하게 남아있다. 나는 이들에게서 내가 갈망하는 어떤 것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히 자유로운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부러움이 아니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경제적 울타리를 벗어나 하나의 인간으로서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에 경외심을 느꼈다.

이후 나는 고민을 거듭했다. 나는 무엇으로 세상과 마주할 수 있는가? 어떤 행위를 할 때 나로서 오롯이 존재할 수 있는가?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은 걷기와 쓰기였다. 나는 하루에 10킬로를 걷고, 1,000자의 원고를 적었을 때, 나는 행복감이 충만하고, 완성된 하루를 보낸 기분이 든다. 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이제는 내 삶에서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그렇게 나는 삶에서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이것을 라테의 풍성한 거품을 걷어내고 에스프레소 본연의 맛을 찾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나를 갉아먹는다는 느낌은 들지 않으니 그걸로 충분하다.

투자를 할 때에도 원금을 지키며 시장에 머물러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좋은 과정을 꾸준히 반복하면, 시시각각 변하는 환경은 기회를 줄 것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고사 성어가 담고 있는 뜻이 이와 같을 것이고, "인샬라(ان شاء الله)"라는 아랍 국가들의 표현도 이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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