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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관 Nov 22. 2022

어떤, 제주

1화. 육아휴직 그리고 제주도

“널 위해 좋은 소식을 가져왔어.”


“네?”


“본사에서 베트남 지사에 센터를 만들려는 건 너도 잘 알 거야. 내가 센터장 자리에 너를 강력히 추천했어. 그동안의 업무 경험과 전문성으로 볼 때 네가 그 자리에 적임자라고.”


“…”


“인사팀도 다 설득해 놓았으니 이제 넌 6개월 간 어학과정을 마치고 호찌민으로 파견 가는 거야. 처음 3개월은 너 혼자 먼저 가 있고, 나중에 주재원으로 정식 발령 나면 가족들도 다 데려갈 수 있어.”


“…”


“왜 말이 없는 거지? 혹시 딴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


“말을 좀 해 봐. 그동안 넌 운이 좋았든 나빴든 간에 인사 고과를 잘 받지 못했잖아. 이번에 센터장으로 가게 되면 승진 기회도 생길 거야. 너한테 절호의 기회라고.”


“저... 육아휴직을 신청하려고 합니다.”


“뭐라고? 네가 어떻게 육아휴직을 하겠다는 거지? 넌 아이들도 이미 다 컸잖아.”


“네... 저희 막내가 초등학교 2학년인데 아직 만 9세가 되지 않았어요. 부서원들과 상무님껜 정말 죄송하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회사에 육아휴직을 얘기하기까지 많은 날들을 고민해야 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는 건 인사고과와 승진을 포기한다는 것을 의미했고 어쩌면 회사를 그만 다녀야 할 구실이 될 수도 있으니.


회사에서 육아휴직은 주로 여직원들이 사용했지 내 나이와 직급의 남자 직원이 사용한 건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니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는 내 말에 부서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육아휴직을 사용한다는 내 소문이 직원들 사이에 금세 퍼졌다. 비난의 눈총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던 내 예상과 달리 의외로 많은 동료와 선후배들이 찾아와 응원해 주었다.


“난 네가 정말 부러워. 나도 그럴 기회와 용기가 있었으면 좋겠다.”


“선배님이 우릴 위해 좋은 선례가 돼 주셔서 고맙습니다. 우리도 이제 기회가 되면 선배님처럼 당당하게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어요.”





육아휴직과 함께 우리 가족 모두 제주도 산방산이 가까운 사계리 마을로 이사했다. 이사하자 마자 제일 먼저 면사무소에 들러 전입신고를 하고, 아이들은 집에서 약 200 미터 거리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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