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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Mar 29. 2024

엄마의 영어공부, 화상영어

일정한 시간을 할애하는 게 어렵지만 할 때마다 좋다

 영어회화는 늘 나에게 숙제였다. 대학교 때부터 영어회화학원도 다니고 몇 개월의 연수도 다녀왔으며 원어민과 일도 했었지만 늘 자신감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무언가를 위해 몰두한 적이 없었다. 영어를 잘하고 싶었지만 어느 정점에 올라갈 때까지 노력하지 않았고 조금씩 하다 말기 일쑤였다. 책에서 영화를 반복적으로 보고 외워서 영어를 잘했다 해서 영화 한 편을 계속 보기도 했고, 연수 다녀와서는 미드도 보았지만 그것들이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툭 치면 나올 정도로 외우지도 않았다. 그렇게 정점을 찍은 적이 없고 이어지지 않으니 영어실력은 들쑥날쑥 이었다. 그러다 작년에 갔던 코타키나발루 여행에서 기본적인 말조차 나오지 않아 화상영어를 시작하게 되었다.      


 3달이 지난 지금은 화상영어하고 있는 것이 참 좋다. 친한 엄마가 필리핀 화상영어를 하고 있는데 가격대비 괜찮다고 했다. 북미권은 가격이 부담스러운데 괜찮을 것 같았다. 여행 다녀온 후 바로 알려달라고 해서 시작했다. 지금 나는 주 5일, 25분씩 하고 있다. 화상영어를 하면서 알았는데 필리핀은 정전이 자주 일어난다. 그래서 갑자기 수업을 못 할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내가 수업을 연장하는 것보다 메이크업 클래스를 첫째를 하게 한다. 필리핀 화상영어는 정말 선생님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 처음에 트라이얼 레슨했을 때는 기본적인 질문만 나에게 해서 이걸 하는 게 맞나 싶었는데 다음 선생님은 대화가 통해서 하고 나니 마음에 들어 시작하게 되었다. 내가 하고 있는 선생님은 어떤 주제든 대화를 잘 이끌어주고 호응을 잘해준다.     

 

 첫 시작에는 너무 오랫동안 영어로 말하지 않아서 많이 버벅댔는데 이제 조금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리고 느끼는 건 예전 대학교 때 회화학원에서 하던 대화와 지금의 대화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대학교 이후로 20년 정도를 살아오면서 나의 경험, 콘텐츠들이 쌓여서 주제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해졌다. 단순히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 나의 걱정, 미래 때로는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차이점등을 이야기하니 화상영어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역시 영어를 잘하는 데는 발음이나 기술보다는 콘텐츠다. 내가 말할 거리가 있으면 어떻게든 알고 있는 단어를 조합해서 생각을 전달하게 된다.

   

 화상영어를 하면서 또 좋은 점은 매일 대화상대가 있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전업주부이다 보니 혼자 집에서 외로울 때가 있다. 아이가 생기고는 전화하거나 톡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도 점점 줄어든다. 그런데 오전에 선생님과 대화하다 보면 어느새 활발해진 나를 발견한다. 오늘만 해도 감기기운으로 두통이 있어서 화상영어 전까지는 누워있었는데 일단 시작하면 웃으면서 대화하는 나를 발견한다. 또, 고민이 있거나 기분이 조금 좋지 않은 날에 화상영어를 하면서 선생님과 이야기하고 나면 한결 기분이 좋아진 적도 있다. 어제 이야기하다가 생각났는데 또 편한 이유 중 하나는 주변 사람에게 나의 고민을 이야기하면 그게 흠이 될 수도 있고 그 사람이 다른 데 가서 이야기할까 겁나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선생님과의 대화는 그렇지 않아서 더 편하다. 어느새 선생님도 자신이 요즘 고민이 있을 때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나라고 한다.   

   

 하면서 늘 고민되는 부분이 있다. 과연 이렇게만 해서 영어가 향상될까 하는 부분이다. 코로나로 온라인에서 “낭독”이 한창 붐이었다. 나도 그래서 챌린지도 해보고 일정기간 했지만 회화는 또 다른 분야라고 느껴졌다. 정말 열정이 있거나 끈기가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걸로 효과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살림과 육아를 하면서 머릿속이 끊임없이 움직인다. 지금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도 “저녁은 뭐 하지” “오늘 챙겨야 할 건 뭐지” 등 여러 생각이 드는데 영어공부하면서 머리를 쓰는 게 참 어려웠다. 그래서 문장을 완벽하게 외운다거나 내 생각을 말해보는 연습 대신 쉬운 낭독을 택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돈이 들지라도 화상영어가 지금 나에게는 최고의 방법이다. 초반에는 그날 대화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다시 노트에 적어보았었다. 그러다 아이들 겨울방학이 되면서 흐지부지되어 화상영어 하는데만 의의를 두고 있다. 늘 하면서 이렇게만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일단 꾸준히 해 볼 생각이다.     

 


 화상영어를 하면서 깨달은 부분이 있다. 작년 여행이라는 “동기부여”가 있었기에 내가 간절히 영어를 하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 그리고 어쨌든 비용을 지불하니 빠지지 않으려 하고 최선을 다해 이용하고 싶어 진다. 아이에게도 그냥 영어를 하자가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의지를 갖도록 해 주고 영어를 지속할 수 있는 매개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이렇게 꾸준히 무언가를 하고 있고, 하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만들어주는 “엄마”라는 자리를 만들어준 남편과 아이들에게 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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