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단절 여성의 일 찾기
공허한 하루하루였다.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모든 것을 다 잃은 것만 같은…….
그때까지도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주어진 삶에 만족하면서 학생 때는 공부해야 되니까 공부를 했고 직장인이 되어서는 맹목적으로 일을 했다. 그리고 적당한 시기에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을 하고 아기도 낳았다. 그저 순리대로 평범하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엄마로서의 주어진 삶을 만족하며 살면 되는 것이었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그저 곱게 남편이 벌어다 준 돈으로 취미 생활이나 하며 동네 아줌마들과 수다나 떨러 다니는 그런 삶을 바라던 것 아니었나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 텅 비어버린 것 같은지 알 수가 없었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딱히 어려움도 그렇다고 풍족함도 없이 딱히 불행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막 행복하지도 않은 심심하고 지루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나를 보며 어디에도 마음을 붙일 수가 없었다.
새로운 목표도 세우고 싶고 열심히도 살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빨리 죽어 이 허무하고 공허한 인생을 어서 마감하고 싶은 이중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나. 가족들이 있어 외롭지 않지만 솔직히 엄청 외로운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넘어져 누워 있을 수만은 없다. 아이들이 다 자는 밤마다 숨을 죽여가며 인터넷 서핑을 했다. 취업 사이트에도 들어가 보고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좀 알아보자 싶었다.
혼자 살 때는 일을 찾을 때 돈을 얼마나 줄까, 워라벨이 가능한가, 전망이 좋은 회사인가를 기준으로 직장을 찾았지만 아이가 있는 엄마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나, 애가 있는 엄마에 대한 배려가 있는가, 경력단절 여성도 일을 할 수 있는가라는 것으로 직장을 찾는 기준이 완전히 달라진다. 하지만 갓난아기를 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이리저리 맞춰 보아도 어느 곳에서 걸리는 게 나왔다.
시간이 되면 나이에서 걸리고 나이가 되면 시간이 애매하고 둘 다 되면 페이가 너무 적었다. 결혼하고 애 둘 있는 엄마는 되는 이유보다는 안 되는 이유가 더 많았다. 경력 단절이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어서 그리 된 것도 아닌데 마치 세상이 나를 단절시킨 것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