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대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때였다. 대학교 강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한 교수님이 상담을 진행하며 한 명 한명에게 질문을 하셨다. 내게 돌아온 질문은 정말 간략하면서 분명했다.
"드라마 쓰는 게 재밌니?"
나는 그때 '다른 글보다 확실히 드라마 쓸 때 재미있는 것 같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돌아온 답은 그 정도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드라마 쓰는 게 너무 행복하고 좋아서 미치겠어요."
이 정도는 되어야 드라마를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래, 드라마판이란 그 정도 마음가짐이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치열한 곳이겠지. 드라마가 좋아서 미치겠는 나를 어떻게든 내보여야 하는 곳이라고.
어릴 적부터 드라마 작가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문예창작과와 드라마작가교육원 강의를 들으며 작가가 될 수 있는 방법은 하나씩 다 찾아 다녔다. 나름 열정을 내보인 것 같았지만 드라마작가로 삶을 살아간다는 건 절대 거기에 그쳐서는 힘들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질문에 대한 답변이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나중에 봐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내가 얼마나 드라마 쓰는 일을 사랑하고 행복하게 여겼는지 기록하려 한다. 씬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나면 과연 나는 드라마 작가로 데뷔를 할 수 있을까? 아니지, 억소리나는 원고료를 받는 작가가 되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