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배낭여행기 4: 피렌체 1
피렌체, 친퀘테레, 토스카나지역
오늘은 드디어 고대하던 피렌체로 가는 날이다. 벌써부터 설렌다.
르네상스의 도시, 예술의 도시 피렌체!
유서 깊은 피렌체의 골목을 버버리코트에 머플러를 휘날리며 마치 고뇌하는 예술가인양 서성여야 할 것 같은 도시, 피렌체!
피렌체에서는 4박 5일을 머무를 것이다. 10년 전에 스치듯 봤던 이 아름다운 도시를 구석구석 잘 둘러봐야지 다짐해 본다. 이곳에 머무는 동안 당일여행으로 다녀올만한 근처 토스카나 지역 여행도 병행할 것이다. 피렌체는 이탈리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이다. 처음 한 달 여행을 계획했을 때는 원래 피렌체에서 비엔비 숙소를 얻어 한 달을 살까 하는 생각도 했을 만큼 난 피렌체가 좋다.
전날 묵은 남동부 바리에서 중서부의 피렌체까지는 고속열차로 거의 7시간이 걸렸다. 기차를 타며 샀던 빵과 음료만으로 끼니를 해결하며 긴 기차여행을 거쳐 석양이 질 무렵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역에 도착했다. 피렌체역 주변은 사실 별로 르네상스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엄청난 인파가 오가는 가운데 역 주변 풍경은 다소 오래된 도시에 온 듯한 느낌 정도였다. 역 앞으로는 현대식 트램 두대가 계속해서 오가고 있어 매우 부산스럽기도 했다. 맵을 따라 역 근처 2백 미터 정도 떨어진 호텔로 걸어가 짐을 푼 후 곧바로 구시가지 유적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운치 있는 골목 두어 개를 도니 바로 눈앞에 그 유명한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이 떡 하니 나타났다.
‘우와~ 그래 이거였어! 내가 드디어 피렌체에 왔구나!’
10년 만에 와보는 피렌체는 역시 피렌체였다! 골목골목 르네상스의 예술과 낭만이 가득했다. 두오모성당의 그 유명한 푸르넬네스키 돔 지붕을 보니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이 날도 많은 연인들이 그 장면을 연출하러 가는지 길게 줄을 지어 돔을 오르고 있었다. 나는 4백 개가 넘는 그 계단을 혼자 올라갈 엄두가 안나 그냥 패스했지만 말이다. 이래서 여행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야 한다!
피렌체 두오모 대성당을 중심으로 주변의 낭만적인 길들을 걷다가 근처 피렌체 중앙시장으로 들어갔다. 1층은 일찍 문을 닫아서 바로 2층으로 올라갔는데 여러 종류의 가게들이 나 같은 혼자여행객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푸트코트식으로 돼있었다. 구석에 있는 해산물코너에 가서 눈에 번쩍 들어오는 해산물샐러드를 주문하고 옆 가게에서 생맥주 한잔을 시켰는데, 지금도 그 샐러드 맛을 잊지 못한다. 너무도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 맛있는 해산물 샐러드였다. 나는 피렌체에 머무는 동안 매일 그 해산물 샐러드를 사 먹었다. 가격도 13유로면 이탈리아에서는 괜찮은 가격이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해산물 샐러드와 맥주 한잔을 마시고 근처 슈퍼에서 물과 스낵 등을 사들고 호텔로 돌아가 일찍 잠을 청했다.
내일은 르네상스를 꽃피운 천재 예술가들을 본격적으로 영접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
피렌체, 그곳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