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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지성 Mar 21. 2023

알프스에 가면 행복해집니다!

이탈리아 베낭여행기8-북부 오르티세이, 볼차노

홀로 이탈리아로 떠나온지 12일째! 


밀라노에서의 짧은 1박2일의 여행을 마친후 역시 기차를 타고 이번 여행 마테라에 이은 또하나의 회심의 여행지기이도 한 북부 알프스에 가기 위해 볼차노역으로 향했다. 이름도 생소한 볼차노는 알고보니 이탈리아지역 알프스로 들어가는 관문과도 같은 도시였다. 알프스의 남쪽을 보유하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알프스를 관광하려면 보통 동쪽과 서쪽 두군데의 시골마을로 가야 하는데, 그 중 무난하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 이탈리아 서쪽의 오르티세이라는 마을이었다. 


볼차노역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3백미터 정도 떨어진 버스 승강장으로 걸어가면 돌로미티 마을들로 가는 버스들의 승강장과 녹색의 티켓부스가 나온다. 거기에서 왕복 오르티세이 티켓을 끊고 버스를 타면 되는데, 버스가 한시간에 한 대씩 오기에 시간에 맞춰서 잘 타야 한다. 


한시간 반 정도 산길을 구불 구불 오르고 나면 오르티세이라는 이쁜 알프스마을이 나온다. 거기에서 2박을 하면서 케이블카와 리프트를 이용해 알프스도 맛보고 트래킹도 약간은 할 작정이다. 오르티세이 작은 광장 정거장에 내려 근처에 예약해둔 호텔로 가서 짐부터 맡겼다.


오르티세이 마을 전경

          

정말 이쁜 마을이었다. 예전에 서유럽 패키지여행으로 스위스에서 1박을 한 적이 있는데 스위스에서 본 알프스 마을들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다니! 정말로 이탈리아 사람들이 부럽다! 찬란한 문화유산에다 남부 지중해의 눈부신 해안, 거기에 알프스까지 가졌다니... 신은 너무 이탈리아만 편애하신다! 

      

마을을 구경하며 이번 여행 핵심 관광거리인 케이블카 2개의 승강장을 확인하고 잠시 망설였다. 시간이 2시를 넘기고 있었는데 입장 마감시간인 5시까지는 3시간도 채 안남았기에 51유로나 되는 돌로미티 슈퍼패스 1일권을 끊을까 망설여지지 않을수 없었다. 입장 후 24시간 유효한 것이었다면 아마 끊어서 들어갔을텐데 당일 5시에 끝나는 것이라 잠시 망설이다 포기했다. 날씨가 관광하기 너무 좋은 날이었는데 돈이 아까워서 다음날을 기약하고, 동네 카페에서 식사 후 이쁜 동네거리만 구경하다 호텔로 돌아왔다.                     


오르티세이 전경


근데 이것은 아주 큰 실수가 되었다. 날씨를 확인했어야 하는 것이었다. 다음날 새벽부터 비가 내려 아침에 일어나보니 아차 싶었다. 비가 많이 내리고 있지는 않았지만 산위를 보니 안개가 자욱해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봐도 안개밖에는 보이는게 없을 것이 뻔했다. 


’아이고~ 어제 올라갈 것을...! 몇시간이나 더 탄다고? 에휴~'

뒤늦은 후회를 해봤자 소용없었다.      

오늘 아니면 기회가 없기 때문에 51유로나 되는 1일권을 끊어 알페디시우시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케이블카를 탔다. 날씨 때문인지 정말 한산해서 대부분의 케이블카가 빈 상태로 올라갔다. 정상에는 10분 남짓한 시간에 금새 올라가는데 정상에 가보니 역시 안개로 시야가 좁아서 멀리 있는 알프스 산들은 보이지 않고 몇백미터 안의 풍경만 간신히 보였다.

    

알페디시우시에서 세체다로 연결되는 다리


케이블카에서 내려 평화로운 초원을 걷다가 작은 스키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 다시 좀 걷다가 다시 리프트를 타고 오는 식으로, 그래도 알페디시우시는 최소한의 관광은 할수 있었다. 


알프스는 알프스구나! 

평화롭다! 이쁘다! 우리나라에서는 느낄수 없던 평화롭고 이쁜 풍경을 알프스는 가지고 있었다. 뭔가 알싸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혼자서라도 오기 잘했구나!  

산정에 있는 알프스스러운 카페에서 스프리츠로 몸을 덥힌 후 세체다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건너왔다. 알페디시우시와 세체다 승강장은 길 양쪽으로 있어서 다리나 길을 건너서 걸어오면 된다. 세체다가 알페디시우시 보다 사진 상으로는 더 아름다운 곳이다. 작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중간에 내려 다시 화물용같은 큰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정상에 오를 정도로 더 높이 올라야 하는데, 중간부터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정상에 올라서도 아주 뿌연 안개 때문에 그 신비스런 알프스 돌산의 풍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건 언덕위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님의 거대 조각상 뿐이었다. 자욱한 안개 가운데 떡 하니 서있는 십자가상은 살짝 무섭기까지 했다.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곳을 이렇게 아쉽게 보고 가야 한다니...      


이탈리아 여행을 하며 깨우친 것 중에 하나가 무엇이든 바로 바로 실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일을 기약하다보면 이렇게 낭패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가능할 때, 기회 있을 때, 좋은 것을 먼저, 바로 해야 하는 것이다. 먹을 것이나 생필품을 사는 것도 바로 보일 때 사버려야지 이탈리아 소도시는 한국이 아니어서 한번 놓치면 못사고 만다. 유비무환의 자세가 소도시 여행 중에는 정말 필요한 자세였다.


다음에 남편과 함께 다시 와서 트래킹도 하고 오늘 선명히 못본 이 알프스를 꼭 다시 봐야지...  애써 위안삼으며 마음을 접을수 밖에 없었다. 


오르티세이 마을 전경


그렇게 아쉬운 돌로미티 2박3일 여행을 마치고 마지막날 볼차노역으로 다시 와서 로미오와 줄리엣의 도시라는 베로나로 바로 가는게 다음 계획이었다. 


마지막날엔 해가 쨍쨍하니 떠있었다. 하필 어제만 비가 온 것이다. 돌로미티를 떠나자니 너무 아쉬웠다. 마침 실수로 기차표를 예약하지 않아 시간을 조절해 가면 되었다. 잠시 고민하다 역내의 캐리어보관 서비스에 5유로를 주고 캐리어를 맡기고 볼차노에서 한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산길 마을을 올라가면 나오는 카레짜호수를 방문했다. 


호수는 생각보다 작았지만 정말 신비스럽게도 이뻤다. 어떻게 이런 색깔로 존재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하다. 호수가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다소 쌀쌀함이 전해져 왔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로 몸을 덥힌 후 다시 버스를 타고 볼차노역으로 돌아왔다. 


이제 2시간 정도만 가면 베로나이다. 이제 혼자 하는 여행도 슬슬 후반부로 진입하고 있었다. 하루 하루가 아깝고 감사하다!


볼차노의 카레짜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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