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 반도체 지정학 리스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아타 야스히코(ATAR YASUHIKO)의 책 <2030 반도체 지정학>을 읽었어요. 반도체 산업은 이제 단순한 첨단 기술이 아닌, 국가의 전략적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는 만큼 큰 화두를 던지고 있죠. 특히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 간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최근 뉴스에서도 이런 이슈가 빈번하게 다뤄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30 반도체 지정학>은 이러한 글로벌 무대에서 반도체 산업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국가 간의 경쟁이 이 산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 책을 통해 반도체가 그저 기술 발전을 이끄는 요소가 아닌, 각국의 경제적, 안보적 전략을 좌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미국은 최근 반도체 제조업체들에게 중국과의 협력 제한을 요구하며 자국 내 제조 및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무역 분쟁을 넘어선, 기술 패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읽히는데요, 중국 역시 자국 내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며 대응하고 있죠.
이 책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2030년을 바라보며, 이런 갈등과 경쟁 속에서 어떤 국가가 반도체 패권을 쥐게 될지, 그리고 그로 인해 지정학적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반도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시대 속에서, 미국과 중국 뿐만아니라 한국, 일본, EU 등의 정책이 어떻게 변화해야할지 제시하고 있어요.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무역 분쟁을 단순히 경제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더 큰 지정학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이 책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미래의 국제 질서에 대한 깊은 이해를 제공해줍니다.
WTO는 자유무역의 파수꾼으로 꼽혀왔지만 어쩌면 미국의 손바닥 위에서 춤추고 있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 2장 반도체를 둘러싼 국가 간 힘겨루기 中
WTO(World Trade Organization, 세계무역기구)는 국가 간 자유무역의 규칙을 지키고, 불공정한 무역 압박을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구인데요. 하지만 모든 무역 문제를 다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에요. WTO의 규정에는 각 국가가 ‘안보상 중대한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안보상 중대한 이익’이라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에요. 즉, 각국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있죠.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 조항을 이용해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을 제한하는 보호무역 조치를 중국에 취했지만, WTO의 제재를 받지 않았습니다. 만약 WTO가 이에 대해 규제하려 했다면, 오히려 미국이 WTO를 탈퇴할 가능성이 더 컸을 거예요.
저자는 이런 점에서 WTO가 자유무역을 위해 존재하더라도, ‘안보’라는 이름의 보호무역 정책 앞에서는, 특히 강대국인 미국에 대해서는 그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주장합니다. 국제 무역 규칙을 세우고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지만, 강대국의 안보 논리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짚어보고 있어요.
설령 보안 우려가 있더라도 넉넉하지 못한 나라들은 인프라 정비에서 경제성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이들 지역은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광역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와 겹친다. - 4장 시진핑의 백년전쟁 中
중국은 강력한 공급망과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많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는데요, 이는 미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들이 따라오기 어려울 만큼 막강합니다. 특히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반도체 산업을 보면, 첨단 기술이 요구되지 않는 레거시 공정에서는 중국이 미국의 기술 없이도 값싼 비용으로 제조하여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5G 통신 장비도 마찬가지로 에릭슨이나 노키아 장비에 비해 약 30% 저렴하게 제공되고 있어요. 비록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중국산 통신 장비의 보안 우려가 있지만,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같은 지역에서는 경제성을 중시하다 보니 중국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중국의 저렴한 제조업 결과물에는 LCD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패널도 포함되는데요, 이로 인해 한국의 관련 산업들이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죠. 덤핑 수출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미국의 규제 속에서 중국이 생존하기 위해 택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한편, 소비자 입장에서는 품질이 보장된다는 전제하에 같은 성능의 제품을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혜택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중국의 독자적 기술 발전으로 서방과 기술 호환성이 낮아질 것이다. 전 지구적으로 보면 자원과 재능의 낭비이며, 인류 발전의 효율성 저하이다. - 작가와의 대담 中
최근 미국과 중국이 기술 표준을 독자적인 길로 나아가면서, 두 나라의 기술 간 호환성이 점점 떨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요. 이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인 불편을 넘어서, 각국이 자원과 인재를 중복으로 투자하게 만들며 전 세계적으로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자체 기술 규격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지만, 서방의 강력한 표준화 흐름을 뛰어넘기에는 한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각국 사용자가 특정 기술 표준에 묶이게 되어, 제품이나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확산되는 데 제약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글로벌 기술 표준의 양극화는 효율적 협력을 제한하게 만들고, 국제 사회에서는 이러한 단절을 줄이기 위해 공통 규약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 관련 기사 : What China's semiconductor price advantage means for US 'chip war'
https://www.globaltimes.cn/page/202403/1309138.shtml
- 관련 기사 : Decoupling Without Direction
https://www.thewirechina.com/2024/09/29/decoupling-without-direction/
앞으로도 다양한 책 리뷰를 하려고 합니다. 리뷰에 대해 의견 있으시거나 추천해 주실 책이 있다면 댓글 또는 메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