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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승원 Jun 12. 2023

MZ는 없다.

원래부터

(빅이슈 코리아 300호에 기고된 글입니다. 빅이슈 코리아의 수정 요청으로 기고된 글은 너무 정제되어버렸지만 브런치에는 초고를 한번 올려봅니다..)


MZ세대는 없다. 정확히는 원래부터 없었다.


MZ세대라는 단어는 어느 날 뜬금없이 우리 앞에 등장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 단어에는 실체가 없다. 왜냐하면 각종 이득 세력들이 자신의 입맛대로 그 뜻을 왜곡해서 규정하여 불러대는 탓이다.

그딴 식으로 사용되는 단어는 단어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


예를 들자면

정치권과 정치인들은 어느 특정 정당과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투표를 하지 않는 중립 세력인 20-30대를 가리켜 MZ세대라고 불러댄다고 한다.

개가 똥 먹는 버릇 남 못 준다고 그들은 지들 입맛대로 규정한 MZ세대를 본인들이 가장 자신 있어하는 무의미한 쌈박질의 세계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들은 이데올로기가 통하지 않고 특정 정당의 발자취를 기억 못 하는 소위 MZ세대를 조종하기 위해 아주 원초적인 남녀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같은 것 등을 통해 혐오와 차별, 분쟁을 만들어낸다.

대단하게도 그들의 방식은 아주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작용해 버렸다.

지금의 세상을 둘러보자.

사람들 간에 넘쳐나는 미움과 분노와 비난과 혐오로 인해 이런 살얼음판이 따로 없다.


이제 우리는 어디 가서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대외적으로 내비치면 혹시 내가 “그쪽 사람들 “의 표적이 되어 혹여나 사회적인 생매장이나 치명적인 불이익을 당하게 될까 싶어 입을 꾹 다물고 펜대를 꺾게 되고야 말았다. 입 닥치고 사는 게 최고인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잘 한번 생각해 보자 먼 고대에서부터 권력자와 정치가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한낱 일개 시민이 함부로 자신의 생각이나 불만을 입으로 나불거리거나 펜을 휘갈기지 못하게 하는 것 아닐까? (심지어 자신들이 직접 폭력과 억압을 행사하지 않아도 시민들끼리 알아서 서로를 감시하고 통제하니 얼마나 편할까?

이 유치한 우민화 정책은 정말 기가 막히게 성공하고야 말았다. 슬프게도.


또 한편 대한민국의 고루한 꼰대들은 자신들의 철없고 미숙했던 옛 시절을 까맣게 지워버리고는 지금의 젊은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조롱하고 싶을 때 MZ세대라는 단어를 활용한다.

그들의 MZ세대의 규정은 대충 이런 식이다.

“한반도 역사상 찾아볼 수 없었을 정도로 버르장머리가 없고 기본적인 상식이 부족하며 사회성이 떨어지고 집단을 위해서는 조금도 희생하려 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자신을 불필요할 정도로 고평가 해가며 하는 것 이상의 권리를 보장받으려 하는 존재들”

이 긴 의미의 내용을 단 네 글자로 줄여 비아냥거리거나 시기 질투를 하고 싶을 때 그들은 MZ세대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마는 것이다.


흔히 MZ세대의 아이콘이라고 불리는 래퍼 이영지는 한 인터뷰에서 MZ세대라는 단어는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연할 것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음습한 꼰대들의 비아냥을 못 알아들어 먹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당연하게도 그들이 그토록 야유하고 놀려먹고 싶은 MZ세대는 실존하지 않는다.

물론 이 글을 읽고 있는 몇몇의 “아닌데! 내가 경험한 요즘 애들은 정말 그렇던데?”라고 말할지도 모를 일이다. 자신과 자신 주변인들이 젊은 시절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기억도 하지 못한 채 말이다.


홍보 마케팅 업계에서도 자신들의 이득을 위하여 MZ세대라는 단어를 진절머리 나게 사용한다. 그게 결국 자신들의 목줄을 죄어오리란 것도 모르는 채 말이다.

내가 “MZ세대“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던 건 2021년 초 어느 날로 기억한다.

어느 거대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 광고주와 광고 에이전시를 대상으로 자사 플랫폼 광고 시스템의 설명을 하기 위해 영상을 제작하고자 했고 영상업을 하고 있는 나는 해당 건을 맡게 되어 별생각 없이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똘똘해 보이는 해당 회사의 직원들은 카메라 앞에 꼿꼿이 서서 정면을 응시하며 어려운 전문 용어를 써가며 자신들의 고객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무식한 내가 그중 기억하고 알아들어 먹을 수 있는 건 그들이 하루 종일 반복해서 말하던 단 한 문장뿐이었다.


“MZ 세대의 마음을 읽고 그들의 소비 패턴을 이해하여 더욱 효과적인 광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때 그 말을 그냥 이렇게 아래와 같이 이해했다.


“주로 대부분의 소비를 온라인 쇼핑을 통해 행하는 나이대의 사람들의 취향과 소비 패턴을 분석하여 우리 한번 신나게 돈 좀 벌어 보아요.”라고 말이다.


그들에겐 참 미안한 말이지만 참 저능하다고 밖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작금의 20~30대만큼 다양한 취향과 욕구를 가진 세대는 단 한반도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특정 나이대만으로 그 세대의 소비패턴과 취향을 분석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를 비롯한 소위 MZ세대들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너무나도 방대한 정보와 문화를 습득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너무나도 많은 취향의 선택의 기회가 생겨 버렸다.


이제 취향과 유행이란 시대가 흐를수록 여러 갈래로 뻗쳐나갈 것이며 그 방향성을 더욱 종잡을 수 없어졌으며 특정 연령대가 일관된 취향과 소비 패턴을 가질 것을 기대하는 것은 점점 불가능한 일이 되어갈 것이다.

그쯤은 그다지 똑똑하지 않은 나도 예측가능한 일이다.

이러니 MZ세대의 마음과 욕구라는 것을 꽉 막힌 그들이 무슨 수로 읽어낸단 말인가? 그들은 자신들이 규정한 것에 자신의 목을 스스로 조르고 있을 뿐이다.


위에 언급한 이들이 정의 내리는 MZ세대가 실존한다면 참 MZ세대만큼 슬픈 세대가 없다.

100% 타인의 입맛에 맞추어 규정되어 미친 꼰대와 정치권, 마케팅 업계등에게 이리저리 조리돌림 당하기 일쑤이니 말이다.


어차피 이렇게 되어버린 거 나도 내 맘대로 MZ세대를 규정해 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정치쟁이도 꼰대도 바보도 규정하는 MZ세대의 규정을 나라고 못할 건 무어란 말인가?


“MZ세대는 없다. 원래부터 없었다.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MZ세대라는 단어는 그저 자신들을 이익과 나이 든 처량함의 분풀이를 위해 그것이 존재하리라 믿는 바보, 등신, 꼰대, 머저리들을 위한 허상일 뿐이다. 설령 내 말이 온통 거짓투성이고 MZ세대라는 것이 실존한다 한들 위에 열거한 그들이 바라는 MZ세대는 더 이상은 없다. 아니 원래부터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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