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지도』
미국의 어머니들은 자녀와 함께 놀이를 할 때 특정 사물에 초점을 맞추고
그 사물의 속성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반면에 일본의 어머니들은 사물의 ‘감정’에 특별히 신경을 써서 가르친다.
특히 자녀가 말을 안 들을 때에 그러하다. 예를 들어
“네가 밥을 안 먹으면, 고생한 농부 아저씨가 얼마나 슬프겠니?”,
“인형을 그렇게 던져버리다니, 저 인형이 울고 있잖아!”,
“담장이 아야 아프다고 하잖아!”
같은 말들로 꾸중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63쪽)
『생각의 지도』/리처드 니스벳 지음/ 최인철 옮김/ 김영사 펴냄
아이가 놀이터에서 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할머니가 달려와 아이를 일으켜 세우더니 옷을 툭툭 털어주며 돌부리를 꾸짖는다. “돌부리가 그랬쪄? 돌부리 떼찌, 떼찌!” 그러자 아이도 돌부리를 향해 “떼찌, 떼찌!”하더니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던 눈물을 싹 거둔다.
이런 비슷한 종류의 양육 방식이 최근 젊은 엄마들 사이에서는 사라졌겠지만 어찌됐건 동양에서는 사물에 ‘감정’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양육하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양육 방식은 자칫 자신의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는 안하무인격 인간으로 성장하게 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자책하는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는 방법으로는 매우 유용한 것이기도 하다.
서양인들이 보기에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일지도 모른다. 사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양인들과 달리 서양인들의 ‘생각의 지도’는 사물의 본질을 중요시하고 직선적이며 논리적인 추론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양과 서양의 방식 중 딱히 어느 쪽의 사고방식이 ‘옳다/그르다’로 구분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은 아니다. ‘본질’을 중시하는 동양과 달리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양의 생각은 세계를 이해하는 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실험 결과와 상황들이 많다. ‘역시 나는 동양인이었어.’라든가, ‘맞아, 맞아. 그게 동양적 사고방식에서 기인한 거군.’ 같은 생각들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 그렇지 않은데?’라든가 ‘요즘 사람들은 그렇지 않잖아?’라는 점도 없지 않다. 이는 세계화 과정을 통해 이미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서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저자 역시 동양과 서양, 누가 옳은가를 논하고자 함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특히 에필로그를 통해 동양이 서구화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그 차이가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며, 서로 수렴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동양이 서양화되든, 서양이 동양화되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교통의 발달이 가장 큰 힘이었던 제1의 세계화는, 이제 초스피드한 각종 통신과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세계화를 구성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양이 서양이고, 서양이 동양인 세상, 동양과 서양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는 세상, 그것이 바로 제2의 세계화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