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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정 Dec 29. 2023

[책 한 소절] - 그때대로 행복했고 이때대로 행복한

 『크로이체르 소나타』

렐프 톨스토이 / 고일 역 / 작가정신 / 2019 (이기주 역 / 웅진씽크빅/ 2008)



이날부터 남편과 나의 로맨스는 끝이 났다. 
예전의 감정은 귀중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추억으로 남게 되었고,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라는 
새로운 감정이 생겨났다. 
이 감정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전혀 다른 행복한 삶의 기반이 되었다. 
(p.165.)


나와 남편은 초등학교 동창생이자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이다, 우정이 애정이 되고, 애정이 애증이 되었다가 끝내 이것저것 다 떼고 ‘정’만 들어 지금껏 함께 살고 있다. 지금도 역시 남편을 사랑하지만 이 사랑은 그때의 사랑과 조금 다르다. 그렇다고 그때는 행복했고, 지금은 아닌 것도 아니다. 그 사랑은 그때대로 행복했고, 이 사랑은 이때대로 행복하다. 


톨스토이의 자전적인 내용이 꽤 많이 담긴 이 책은 톨스토이의, 톨스토이에 의한, 톨스토이를 위한 사랑과 욕망에 대한 처절한 고백서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톨스토이는 젊었을 때 사람들이 성(性)적으로 고결하면서도 동시에 행복할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했다. 고결한 행복이란 그에게 결혼생활과 부부간 정절을 의미했다. 따라서 그의 첫 러브스토리인 「가정의 행복」에서 그는 성욕을 가정 안에서 길들일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책에 실린 나머지 세 편의 소설 「크로이체르 소나타」, 「악마」, 「신부 세르게이」는 톨스토이의 인생 말기에 쓰였고, 그때 톨스토이는 더는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지 않게 되었다.”(서문, 7쪽)     


그때대로 행복했고, 이때대로 행복하다는 나의 고백을 이러한 톨스토이의 사랑과 욕망에 대한 위로로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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