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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락 May 16. 2022

동양이 아니라 서양에서 산업혁명이 발생한 이유

경제학의 패러독스 9


 경제역사를 주로 다루는 경제사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가 하나 있다. 왜 서양에서 산업혁명이 발생하고 서양이 동양보다 더 잘살게 되었느냐는 문제이다. 17세기 이전 동양사회와 서양 사회는 별 차이가 없었다. 똑같이 농업사회였고, 일부 지도층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살기 어려웠다.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 중국 문명은 절대 유럽 문명보다 뒤떨어지지 않았다. 중국은 근대까지 서양보다 더 잘살았다고 본다. 서양의 르네상스는 중동 지역의 선진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시작되었다. 산업혁명 이전까지 어떤 면에서 보아도 동양 사회는 서양보다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았다.  


 그런데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서양은 동양을 경제적으로 크게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제적 우위였는데, 곧 무기 측면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발생하면서 서양이 동양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동양 사회와 비슷하고 오히려 뒤쳐졌던 서구 유럽이 18세기들어 동양을 앞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산업혁명 때문에 서구 유럽이 앞서나가게 되었는데, 왜 산업혁명은 세계 다른 지역이 아닌 서유럽에서 발생했는가. 서구 경제 발전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것이 경제사에서 소위 대분기 문제이다.


 서양이 동양을 앞선 대분기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있다. 우연이라는 설명도 있고, 영국에서 석탄이 풍부했다는 점도 주요 설명중 하나이다. 특허권 제도가 산업혁명을 이끌었다고 보기도 한다. 그런데 대분기에 대한 설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재산권에 대한 동양과 서양의 사회 제도의 차이이다. 각 개인이 재산을 모으고 부자가 되어도 되는 사회인가, 부자가 되면 안되는 사회인가의 차이, 즉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느냐 인정하지 않느냐가 가장 중요한 차이점으로 제시된다.


 물론 고대 석기시대 이후 어느 사회에서도 사유재산은 인정되었다고 본다. 내 집, 내 땅, 내 물건이라는 개념은 청동기 시대 이후 어느 사회든 있었다. 문제는 그 사유재산이 보장되는 정도이다. 다른 사람, 특히 권력자가 개인의 재산을 빼앗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 


 동양사회, 특히 중국에서는 부자가 되면 곤란했다. 부자가 되면 지방 수령이 온갖 죄목을 붙여서 잡아갔다. 감옥에서 풀려나려면 돈을 바쳐야 했다. 아무리 돈이 중요하다고 해도 감옥에 갇히는 것과 돈 중에서 돈을 선택할 수는 없다. 중국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큰 부자가 되면 권력자에게 이런 저런 방법으로 돈을 빼앗겼다. 부자이면서도 이런 수탈을 받지않으려면 권력자와 선이 닿아야 했다. 일가친척이나 친구 등에 관료, 권력자가 있으면 다른 관료들의 수탈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사람들이 부자가 된 이후에 직접 권력을 얻으려고 하거나 권력자와 친해지려고 노력하는건 괜히 그런게 아니다. 그래야만 재산을 빼앗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조선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조선 말기 기록을 보면, 권력과 연결되지 않은 부자들이 어떻게 관리들에게 재산을 빼앗기는지 적나라하게 적혀있다. 사유재산이 인정된다고 하지만, 먹고사는데 충분한 정도의 사유재산만 인정된다. 부자, 자산가라 할 정도의 사유재산을 가지면 사방에서 몰려들어 그 재산을 빼앗으려 했다. 부자들은 항상 몸을 사려야 했고, 돈이 있는 티를 내면 안되었다. 이런 사회제도, 관습 아래에서는 돈을 벌려고 무언가를 발명하고 사업하려고 노력할 수 없다. 사업을 벌여서 큰 성공을 거두어도 아무것도 건질 수 없다. 이런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큰 돈을 벌려고 사업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기술이 있어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려도 소용없다. 취미삼아 새로운 발명품을 내놓을 수는 있다. 하지만 거기까지이고, 사업화를 시도하지는 않는다. 동양사회에서 여러 발명품들이 나왔지만 사업화가 되지는 못했던건 그런 이유였다. 


 서유럽도 처음에는 동양과 마찬가지였다. 왕족, 귀족, 영주님은 부자가 되어도 됬지만, 보통 사람들이 부자가 되면 곤란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재산을 빼앗길지 몰랐다. 하지만 영국 명예혁명을 시작으로 사유재산권이 보장되기 시작한다. 명예혁명은 법에 그 이유가 규정되어 있지 않으면 사람들을 잡아가지 못하게 했다. 원래 이건 왕이 신하들을 마음대로 잡아가두지 못하게 하기 위한 조항으로 정치적 자유를 위한 규정이었다. 하지만 자의적인 인신 구속 금지 원칙은 경제적 자유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국민들은 정말로 나쁜 죄를 지어야만 경찰이 잡아간다. 부자라는 이유로, 부자의 돈을 빼앗기 위한 수단으로 잡아가둘 수 없다. 그동안에도 사유재산은 인정한다고 말은 했지만, 실질적으로 인정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 정말로 사유재산이 인정되었다. 


 사유재산 보장은 단순히 그 재산이 네 것이라고 인정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부자라는 이유로, 돈이 많다는 이유,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경찰, 사법권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면 경찰에 불려갈 위협, 감옥에 갈 위협 없이 돈을 벌어도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사업을 해서 부자가 되도 된다. 부자가 되어도 나쁜짓을 하지 않으면 재산을 빼앗길 일은 없다. 


 산업혁명은 영국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증기기관, 철도 등 산업혁명을 이끈 기술들이 영국에서 처음 개발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증기기관이 대량생산되고 공장이 만들어지고 산업에 본격적으로 이용된건 영국이다. 기술이 좋아서, 발명이 좋아서 새로운걸 만들어내는건 개인의 취미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장이 만들어지고 기계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취미로는 안된다. 많은 돈을 투여해야 하는데, 여기에서는 돈을 더 많이 벌고자 하는 욕망이 필요하다.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투자로 인한 큰 이익을 자기가 챙길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이 보장이 없으면 아무리 기술이 좋고 전망이 좋아도 회사, 기업체가 만들어질 수 없다. 사유재산이 가장 보장된 국가가 영국이었기에, 영국에서 기업이 만들어지고 산업화가 시작된 것이다.   


 동양 사람들보다 유럽 사람들이 더 똑똑하고 지혜로워서 수많은 근대 발명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다. 종이, 화약, 나침반, 인쇄술 등은 중국인이 발명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런 발명을 더 개량하고 사업에 이용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아이디어 상품으로 돈을 벌려고 하면 붙잡혀갈 가능성이 커진다. 유럽 사람들은 이런 아이디어를 계속 개량하고 발전시켜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내고, 산업 자본을 이루었다. 서양이 산업혁명이 일으키고, 동양을 앞서나가게 된건 이런 제도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대분기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설명이다.  


 결국 산업혁명, 서양이 동양을 앞서게 된 대분기는 부자의 재산을 그대로 인정하느냐, 부자의 재산을 인정하지 않느냐에서 비롯되었다. 모두가 평등하고 공평하게 살아야 하는데 소수 몇 명이 큰 돈을 번다. 빈부 차이가 커지고 부자가 아닌 사람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되는걸 인정해주는 사회인가, 아니면 부자의 부를 보통 사람들이 나누어가지려고 하는 사회인가의 차이가 있다. 서구 유럽 사회, 특히 영국은 부자가 사업을 해서 더 큰 부자가 되는 것이 아무 문제 없었다. 그래서 큰 기업체가 많이 설립되고, 더 큰 공장이 만들어지고 결국 산업혁명을 이끌어낸다. 


 부자가 혼자 잘사는걸 인정하지 않고, 부자의 부는 모두 나누어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던 동양 사회는 빈부격차를 줄이려 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보다 더 생각한 인간적인 사회였다. 하지만 이런 이상적인 동양사회는 서양 사회에 완전히 뒤쳐져 서양 식민지의 길을 걷게 된다. 서양이 동양을 뛰어넘은 대분기는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되려는 욕망, 그로 인한 빈부격차 확대(빈익빈 부익부가 아니라 빈부격차 확대)가 나쁜 일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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