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패러독스 11
현재 사회의 불평등을 강조하는 측에서는 1980년대 신자유주의를 비판한다. 신자유주의를 비난하는 논리는 대강 다음과 같다. 세계 경제는 1960년대, 1970년대 계속해서 소득 불평등이 감소하고 있었다. 이때는 자본주의가 활개를 치지 않았고, 부자들에 대한 세금도 높고 가난한 자들에 대한 복지도 증가하고 있었다. 돈보다는 사회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시작되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의 대표 주자는 영국의 대처 수상,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다. 영국의 대처 수상은 1979년에 영국 수상이 되어 1980년대 신자유주의를 추진했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도 1980년 말에 대통령에 당선되어 신자유주의를 적극 도입했다.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대처 수상, 레이건 대통령은 대표적인 악당이다.
대처 수상, 레이건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는 민영화, 부자들에 대한 세금 감소, 기업의 자유화, 복지 제도의 감축을 추진했다. 그동안 공기업 형태로 운영되던 기업들이 민영화되었다. 민영화되면서 가격이 올랐다. 공공성을 중시하는 공기업에서는 낮은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민영화되면서 이익을 중시하는 사기업 체제가 되었다. 사기업에서는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가격을 올린다. 기업은 좋아졌지만, 국민들은 어려워졌다. 특히 신자유주의에서는 정부 재정 안정을 위해 복지제도를 크게 줄였다. 국민들의 복지 혜택이 감소되어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이 증가한다.
이에비해 부자들의 세금은 감소되면서 부자들의 자신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 부자들의 이익을 사회가 흡수하지 못하게 되면서 부자는 더욱 더 부자가 되어갔다. 1980년대 이후 빈부격차는 심화된다. 지니계수, 소득분배율 등 어떤 지표를 봐도, 1980년대 이후 세계의 불평등은 증가되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은 제자리인데 부자들의 소득은 크게 늘어났다.
기업이 자유화는 자본주의의 득세를 의미한다. 돈을 버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되었고, 이익, 이윤의 논리 앞에 다른 가치들은 힘을 잃는다. 환경보호, 인권보호 등 우리가 지키고 보전행할 중요한 가치들이 있는데, 돈만 중요시하는 자본주의의 논리가 이런 가치들을 압도하게 되었다. 돈, 이익만 중시하는 천박한 사회가 되었다고 본다.
1980년대 신자유주의는 2020년대 현재까지 경제의 기본 원리가 되어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등의 발생으로 신자유주의가 몰락했다고 보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신자유주의적 논리로 경제가 운영되고 있다. 이 신자유주의에서 세계화가 나왔다. 자본이 국경을 너머 쉽게 이동하는 세계화 속에서 기업들은 자기나라를 떠나 임금이 싼 다른 나라로 공장을 이전했다. 선진국의 노동자들이 힘들게 된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을 떠나 다른 곳에 공장을 지었고, 미국 자동차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 노동자의 지위가 위협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지어서 국내 일자리가 줄어든다.
코로나 이후로 크게 부각되는 경제 문제가 공급망 문제이다. 중국이 상하이를 봉쇄하니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부품을 구하지 못해 전세계 자동차 공장이 멈춘다. 한 나라안에서 부품을 모두 생산해서 제작하는 과거 시스템이라면 문제가 없었다. 자본주의화, 세계화 때문에 부품 공장들이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어서 공급망 문제가 생긴다. 신자유주의는 경제의 불안정성을 증가시키는 약점도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옳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빈부격차가 증가된건 분명한 사실이고,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공장들이 세계 각국으로 퍼지게 된 것도 맞다. 이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많이 생겼고, 노동조합은 힘을 잃었다. 어느 한 나라의 생산 위기가 전세계로 파급되고, 어느 한 나라의 금융 위기가 전세계의 금융 위기로 확산되는 위험도 크게 증가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1970년대 경제가 더 좋았고,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안좋았다고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신자유주의로의 변화는 분명히 발전이고 또 성장이다.
필자는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면서 1970년대 경제 시스템이 더 나았다고 이야기하는건 잘 이해할 수 없다. 20세기 경제사에서 가장 어려웠다고 여겨지는 시점은 두군데가 있다. 하나는 1929년의 대공황이다. 자산시장은 폭락하고 실업율은 20%를 넘었다. 자본주의 역사상 최대의 공황이었다. 1929년 대공황은 미국에서 일어난 것이었으니 미국만 어려웠고 다른 나라는 괜찮았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경제규모가 크다. 전세계 다른 나라들은 미국으로부터 상품을 수입하고 또 수출하면서 돈을 벌었다. 미국이 대공황이면 세계 다른 나라들도 대공황이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대공황으로 고통을 받았던 시기이다.
20세기 경제사에서 암흑으로 남아있는 또 하나의 시점이 1970년대이다. 1970년대의 특징은 스태그플레이션이다. 물가는 오르고, 실업율은 높았다. 보통 경제가 안좋다고 하면 물가가 높거나, 실업율이 높거나 둘중에 하나다. 그런데 1970년대 불황은 물가가 높으면서 실업율도 높았다. 1950년대 60년대 미국의 실업율은 3-6% 정도였다. 그런데 1970년대 미국 실업율은 6-9% 수준이었다. 2022년 미국의 실업율은 3.6% 수준이다. 1970년대 미국 실업율은 최고 수준이었다.
이렇게 실업율이 높으면서 인플레이션은 20%에 육박했다. 인플레이션이 20%에 가까웠기 때문에 은행 금리는 20%가 넘었다. 2022년 한국에서는 은행 부동산 대출 이자율이 5%에 가까워만져도 국민들의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큰 걱정을 한다. 금리가 20%가 넘으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1970년대가 그런 시대였다.
실업율은 높고 인플레이션도 높고, 정부 재정 적자는 어마어마해서 쓸 수 있는 돈이 없고, 그런 상태에서 공기업들은 모두 적자라서 세금을 들이부어야 했다. 신자유주의는 1970년대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는데 갑자기 대처, 레이건이 나타나서 정책을 바꾼 것이 아니다. 빈곤층, 중산층이 아무 문제 없이 잘 살고있는데, 대처, 레이건이 부자들과 부자들을 추종하는 세력들의 도움으로 정권을 잡은 것이 아니다. 1970년대 국민들은 워낙 살기가 힘들었고, 그래서 뭔가가 달라져야 한다고 원했다. 1970년대 경제 시스템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경제를 자유주의로 바꾸겠다고 소리치는 대처, 레이건을 수상, 대통령으로 뽑았다.
1970년대 빈부격차가 다른 시대에 비해 굉장히 낮았던 것은 맞다. 하지만 그것을 보고 1970년대가 좋았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한국 경제에서 최근 몇십년 동안 빈부격차가 가장 적었던 시점은 언제일까. 1997년 IMF 이후이다. 기업들이 모두 망했고, 주식, 부동산에 투자한 부자들도 완전히 망햇다. 그래서 빈부격차가 낮아졌다. 부자들이 망했다고 해서 보통 사람들의 삶이 좋아지거나 그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가 되었다. 이때 2년이 넘게 기업은 신입사원 모집을 아예 하지않았다. 고교,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는 사람들이 모두 실업자가 되던 시대이다. 한국에서 IMF 시대는 악몽이다. 그 이전 이후 어떤 경제위기도 IMF와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빈부격차는 낮았다. 1970년대 빈부격차가 적은 것을 보고 1970년대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IMF 때 빈부격차가 낮았던 것을 보고 IMF 시대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것은 일리가 있고 정당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빈부격차가 적은 1970년대를 모델로 해서는 정말 곤란하다. 세계 경제는 신자유주의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다. 신자유주의 때문에 1970년대 악몽에서 벗어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