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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락 May 26. 2022

상속세는 왜 문제가 될까

경제학은 패러독스 - 14 

현재 한국의 많은 경제적 이슈 중에서 상속세만큼 소위 진보와 보수 측의 견해가 다른 것은 드물다. 지금 한국의 상속세 체계는 누진적이다. 1억원을 상속하면 10%이고, 10억이면 30%, 10억에서 30억 사이는 40%, 30억을 초과하면 50%가 상속세이다. 1억원을 상속하면 1,000만원을 내고 10억원을 상속하면 2억 4천만원을 세금으로 낸다. 30억이면 11억 4천만원이고, 50억이면 21억 4천만원을 상속세로 낸다. 30억이 넘어가면 재산의 반 가까이를 상속세로 낸다고 보면 된다. 


 진보 측에서는 이 상속세 세율을 낮추는 것을 반대한다. 오히려 상속세율을 높일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사람들의 빈부 격차 원인 중 가장 중요한 것중 하나가 상속 재산이다. 상속을 많이 받은 사람은 부자가 되고, 상속이 없는 사람은 현재 재산 상태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본인이 열심히 노력을 해서 부자가 되었다면 또 모르지만, 상속은 정말로 부모를 잘만났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이런 우연적인 요소에 의해서 쉽게 부자가 되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 빈부 격차를 줄이고, 부자의 불로소득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속세를 높여야 한다. 최소한 지금 수준보다 낮춰서는 안된다고 본다.


 구구절절이 맞는 이야기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다. 무엇보다 복지를 중요시한다고 인정받는 북유럽 국가들은 상속세가 거의 없다. 노르웨이, 스웨덴은 상속세가 없고, 핀란드, 덴마크는 10% 대이다. 이들 국가들이 처음부터 이렇게 상속세가 없거나 낮은 것은 아니다. 1970년대에는 이들 국가들도 지금 한국처럼 상속세가 높았다. 하지만 이 국가들은 결국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거의 없는 것으로 낮추었다. 가난한 사람을 돕자는 복지 정책을 폐지해서가 아니다. 이 국가들은 지금도 여전히 대표적인 복지국가들이다. 보수가 정권을 잡고 부자의 재산을 지키려고 상속세를 폐지한 것도 아니다. 후진국이라면 모를까, 최소한 선진국 중에서 부자의 재산을 지켜주기 위해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나라는 없다. 그럼에도 이들 국가들이 상속세를 폐지한 이유는 상속세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안된다는 것, 오히려 가난한 사람에게 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높은 상속세의 문제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진짜 부자이자 자본가라 할 수 있는 사업가들의 인센티브를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여러분이 창업을 해서 사업을 시작한다고 하자. 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계속 돈을 벌면서 사업이 확장되고 있다고 하자. 처음에는 아무리 돈을 벌어도 상속세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하지 않는다. 몇십억 정도 재산이 마련되어도 상속세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 없다. 하지만 50억 정도가 넘으면 이제 상속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때 나이가 젊으면 아직 상속세는 생각하지 않지만, 나이가 좀 들어있으면 상속세가 의식되기 시작한다. 100억이 되면 이제 상속세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대로 본인이 죽으면 자식들은 50억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50억이란 돈이 그냥 현금으로 있을리는 없다. 공장, 기계, 사무실 등으로 있는 자산이다. 상속세를 내려면 이것들을 현금으로 바꿔야 한다. 이런 것들을 쉽게 현금으로 바꿀수 있을 리가 없다. 자기가 죽으면 이 회사는 아주 헐값에 팔아치울 수 밖에 없다. 전재산 날리는건 시간문제다.


 어떻게 해야할까. 이제 이 사업자의 기본 목표는 상속세 줄이기가 된다. 지금까지 이 사업자는 1억=>10억=>50억=>100억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계속 노력하면 앞으로도 더 사업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100억 재산에서 사업에서 돈을 더 번다고 하면 얼마를 더 벌 수 있을까. 100억을 더 벌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건 어렵다. 10%, 20% 수익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상속세를 줄이면 어떻게 될까. 지금 100억이면 50억 상속세는 확정이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해서 상속세를 내지 않으면 50억이 절약되는 것이고 그러면 수익률이 50%이다. 


 앞으로 열심히 사업을 하면 10-20%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상속세 줄이기에 전념하면 50% 수익률이다. 이 사업자가 앞으로 할 일은 사업을 확장하고 사람을 더 채용하는 것이 아니다. 상속세 줄이기이다.


 상속세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업을 확장하면 안된다. 이익을 더 늘려도 안된다. 지금 기업 상속세 제도는 상속받은 후에 직원을 줄이면 상속 공제를 모두 토해내도록 되어 있다. 기업 상속 후에 직원을 줄이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직원을 줄여놓아야 한다. 아무리 회사가 잘 나가도 사람을 더 채용해서는 안되고, 이미 있는 직원도 가능한만큼 내보내야 한다. 


 기업이, 사업자가 사업을 확대하고 고용을 늘리려 하지 않고 오히려 사업을 줄이고 고용을 감소시키려 한다. 상장기업이라면, 주가가 높으면 상속세가 늘어난다. 주가가 낮아야 상속세가 준다. 상장기업이 주가를 낮출려고 노력하는 기현상이 나타난다. 


 최근 한국 기업에서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바로 이런 상속세 문제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박근혜, 이재용이 감옥가게되는데 일조했던 삼성물산 제일모직 합병도 상속 문제 때문에 시작되었다. 기업의 경쟁력이 아니라 상속세 때문에 기업간 합병, 분할이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을 더 발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상속세 줄이기에 초점을 두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면서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사회이다. 그래야 가난한 사람들도 보다 잘 살 수 있다. 그런데 상속세가 높은 사회에서는 기업이 발전하려하지 않는다. 일자리가 늘지 않고 오히려 준다. 일을 해도 현상 유지만 하거나, 오히려 이익을 줄이려는 쪽으로 일을 한다. 이익이 감소되니 성과급도 보너스도 없다. 지배주주는 상속세가 감소되니 이득이지만, 보통 직원들은 받을 수 있는 돈을 받지 못하게 되니 손실이다. 


 사업체를 운영하지 않는 사람들은 더 강력한 상속세 회피 방안이 있다. 상속세가 없는 나라로 국적을 옮기는 방법이다. 이민은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어렵지만, 몇십억의 돈이 있는 사람은 국적 옮기기가 쉽다. 100억이 있는 사람은 국적을 옮기는 순간 50억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한국에 있던 100억은 외국으로 빠져나간다. 부자는 외국 국적을 가져도 한국에서 거주하면서 잘 살 수 있고, 외국 나가서도 잘 살 수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100억이란 자산이 빠져나가니 한국의 보통 사람들이 그 돈을 빌려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진다. 


 유럽에서 발생한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사업체가 발전하려 하지 않아 고용이 되지 않는다. 부자들은 외국으로 빠져나가 국내에 돈이 없어진다. 그 피해는 모두 국내의 가난한 사람들이 부담한다. 부자를 괴롭히기 위해서는 상속세가 높아야 한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 보통 사람들이 보다 잘살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상속세가 낮아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는 상속세가 없는게 더 낫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는 북유럽 국가들이 상속세를 폐지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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