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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락 May 24. 2022

기본 소득은 정말로 없는 자들을 위한 정책일까?

최근 한국은 기본소득 논쟁이 한창이다. 한 정치인이 기본소득을 주장하였고, 그 이후 기본소득을 해야한다는 주장과 이에 반대하는 주장이 서로 부딪히고 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소득이 없는 사람, 가난한 사람에게도 먹고살 수 있는 충분한 돈을 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먹고살 돈이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직장이 없어 소득은 없더라도 이미 가진 재산이 충분히 있어 먹고살 걱정이 없는 사람도 있다. 본인은 소득이 없지만, 부모나 형제자매가 돈이 있어서 먹고살 걱정이 없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재산도 같이 따져서 재산이 많은 사람에게는 돈을주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재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가지고 있으면 재산은 많은 것 같지만 실제 돈은 없다. 시골에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 한 채와 별채만 가지고 있으면 분명 가난한 사람이지만, 서류상으로는 1가구 2주택자로 규제 대상이 된다. 집도 없고 소득도 없이 전세 30억에 살고 있는 사람은 누가 봐도 돈이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만, 서류상으로는 소득이 없는 무주택자이다. 소득과 재산을 따져서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실제 먹고살기 힘들지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충분히 먹고살수 있는 사람인데도 지원금을 받는 사람도 많이 나온다. 정치적, 행정적으로 부담이 크고, 차라리 그냥 모든 국민들에게 지원금을 주는게 차라리 나을 수 있다.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가난한 사람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정의로운 사람으로 생각한다. 기본 소득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부의 돈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용되는 것을 싫어하는 것으로 주장한다. 정부의 돈은 기득권 사람들, 힘이 있는 사람들에게 주로 사용되어야 하는데,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용되니 반대하는 것으로 본다. 


 그러면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말 기득권을 대변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것일까? 그럴리가 없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로 경제학자, 연구자, 복지 전문가들이다. 그리고 학자, 연구자, 복지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기득권으로 보기 힘들다. '나는 부자들을 위해서 연구해야지'라는 학자는 없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 연구해야지라는 학자는 굉장히 많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것은, 기본소득이 정말로 돈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정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돈이 없는 사람들을 더 어렵게 할 가능성이 큰 정책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과 비슷하게 전국민들에게 지원금을 주었던 재난지원금을 보자. 코로나 사태로 정부에서는 절대 다수의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을 주었다. 돈이 꼭 필요한 사람이 아닌 중산층에도 모두 주었다. 그 재난지원금은 어떻게 사용되고 어떤 효과를 발생시키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갈비집 매출이 급증했다. 재난지원금을 받고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평소 먹기 힘든 한우, 갈비 등 음식 먹기에 사용했다. 돈은 음식점 주인에게 이동한다. 음식점을 하는 사람은 그 돈으로 식재료 값을 지불하고, 종업원에게 임금을 지급한다. 식재료 업자는 그 돈을 운반업자에게 지불한다. 운반업자는 그 돈으로 주유소 기름 값을 지불한다. 주유소 업자는 그 돈으로 종업원 임금을 지불하고, 종업원은 그 돈으로 생활비를 지출한다. 이런 식으로 돈은 계속해서 다른 사람에게 이전한다. 


 그런데 그렇게 돈이 돌다가, 어느 순간 이 돈은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 손에 들어간다. 이미 충분히 돈이 있어서 지금 돈이 추가적으로 들어왔다 하더라도 별로 쓸일이 없는 사람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돈으로 충분히 소비 생활을 하고 있기에 돈이 더 들어왔다고 더 쓰지는 않는다. 재난지원금은 계속 돌고 돌다가 어느 순간 이런 사람들, 즉 부유층 손에 들어간다. 


 이 사람들은 그 돈으로 무얼할까? 그냥 통장에 쌓아둔다. 그런데 통장에 이미 어느 정도 돈이 있는 사람들은 그 돈을 그냥 예금으로 두지 않는다. 주식을 산다. 돈이 더 많이 있는 사람들은 부동산을 산다. 주식, 부동산 시장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 사는 돈이 더 많아진다. 공급은 그대로인데 사려는 수요는 증가하니 주식 가격은 오른다. 부동산 가격도 오른다. 


 2020년 코로나 사태로 경제는 굉장히 안좋아졌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경제가 이렇게 안좋아졌으니 주식, 부동산 가격은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2020년, 2021년 코로나 경기 속에서 주식, 부동산 가격은 폭등을 했다. 한국만 주식, 부동산이 오른 것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모두 주식과 부동산이 폭등을 했다. 그 이유는 바로 모든 국가에서 국민들에게 엄청난 지원금을 풀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는 주가를 띄우려고 돈을 풀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코로나로 소득이 없어진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서 돈을 풀었다. 하지만 그 돈은 돌고 돌다가 결국 여유가 있는 사람의 손으로 들어간다. 그 돈이 주식, 부동산으로 가면서 전세계 자산 가격은 폭등을 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주식은 2배 이상 올랐다. 부동산도 몇십퍼센트가 올랐다. 주식, 부동산을많이 가지고있는 사람은 부유층이다. 부유층의 재산이 크게 늘었다. 이에 비해 보통 사람들의 수입은 코로나로 줄거나 제자리 걸음이다. 현대 사회의 주요 문제라고 하는 빈부격차가 더 커진 것이다. 


 모든 국민들에게 준 재난지원금을 대부분의 국민들은 보다 더 잘 먹는데 사용했다. 대신 부자들은 주가 폭등, 부동산값 폭등의 호기를 맞았다. 일반 국민들의 맛있는 한끼와 부자들의 높은 재산 가치 급등과 맞바꾼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값 폭등은 단지 부자들의 재산이 늘어났다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 값이 오르면 전세, 월세도 오른다. 집을 사려고 했던 사람들이 타격을 받고, 집이 없는 사람들은 증가된 전세금, 월세를 부담해야 한다. 집값이 1억이 오르면 월세가 20-30만원 오르는 효과가 발생한다. 


  지금 정부가 모든 국민들에게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준다고 하면 찬성일까 반대일까. 당연히 찬성이다. 공짜로 100만원을 준다고 하는데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런데 이 재난지원금으로 부자들은 주식, 부동산 폭등으로 엄청나게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하면 어떨까? 나는 갈비 한짝을 먹고, 부자들은 몇억이 넘는 돈을 번다면, 그래도 찬성일까? 더 나아가 몇 년 후 집값이 1억원 오르고 월세가 20-30만원 오른다고 하면 그래도 재난지원금을 찬성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먹을 것이 없이 어려운 사람들은 그래도 재난지원금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굶을 정도가 아닌 사람들은 쉽게 찬성할 수는 없다. 


 이런 재난지원금 효과, 모든 국민들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않는다.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재난지원금 지급과 월세 상승을 서로 연결짓지 못한다. 하지만 정부가 돈을 뿌리는 효과를 연구하는 경제학자들은 이런 메카니즘을 알고 있다. 그래서 반대를 한다. 기본소득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득권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빈부격차가 더 이상 증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나중에 인플레이션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미리 막기 위해서 반대를 한다.

 기득권자, 부자들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기본소득을 찬성해야 한다. 모든 국민들에게 지원금을 주면 기득권자, 부자들은 더 큰 돈을 벌 수 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는 길이라며 기본소득, 전국민지원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사실 지금 부자가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도록, 빈부격차가 더 커지도록 애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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