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인 Oct 23. 2024

멜론 빙수

어쩔 수 없는 밤

30분의 고민 끝에 멜론 빙수를 주문했다. 지금 시각은 22시 25분.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자몽, 팥빙수, 아니 골드키위, 아니아니 멜론. 몇 번의 장바구니 교체 끝에, 부엌 간식창고의 단 음식을 주워먹어본 끝에 도달한 결론이다. 바깥의 유입이 필요하다고.


몇 번의 시도가 있었다. 이불을 끌어안은 채 좋아하는 노래와 뒹굴거리고, 전자담배를 물고 뱉고, 약을 삼켜보았다. 박하사탕이 다 떨어져서 채워넣고, 새로 나온 태국산 과자도 사봤지 (별로였지만). 그런데도 견딜 수 없는 밤이 있다. 


가슴이 뛰지도 숨이 막히지도 않아. 그런데도 몸을 한없이 구기고 싶은 날이 있다. 무언가, 여백을 메꿀 한 웅큼필요해. 가만 잠들어도 아무 일도 없다는 것을 안다. 알지만 갑작스레 밀려오는 허기에 떠내려가고 싶다. 배가 고픈 건 아니지. PMS도 아냐. 오늘 하루가 지나치게 무겁고-내 몸에 쌓인 오늘을 밀어낼 것이다. 사람은 너무 크고 무거워서 필요치 않아. 지금 이 무중력이 좋아. 허기지다. 분명 후회하며 더부룩하게 잠들겠지만, 지금은 이 허기를 달랜다. 허기가 영원히 나를 따라다닐까 두렵다만, 다음에는 멜론빙수 말고 다른 먹이를 준비해둘게.


매거진의 이전글 유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