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인 Nov 01. 2024

진주조개

무언가 침투했다

작고 여린 속살에

더욱 작고 날카로운 상처를

박박박 긁어 새긴다

우리-는 그를 품으라 한다

그리하면 없던 일이 된다고

덮고 또 덮고 견디다 보면

빛나는 진주가 된단다


나는 거부한다

그를 내보낼 힘이 없

하나가 될 수

매 순간 심장이 시큰거려도

보석으로 잊을 수는 없

진주를 위해 태어나지 않았


나는 순응한다

마음껏 들쑤시거라

상처를 새기며 살리라

피를 흘리며 살리라

이 통증에 출혈에 고꾸라지면

그 날이 나의 끝이려니.


헤집어진 심장을 그대로 두어라

다만 어떤 광채도 없으리니

망각으로부터 도망친

약한 물살의 기록을

나는 남기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어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