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부터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만기일이 24년 5월 5일인데… 11월 말부터 부담이 생겼다. 먼저 관련 정부 사이트를 방문해서 필요한 서류를 확인했다. 다른 도청에서는 요구하지 않는 출생증명서가 골칫거리다. 이게 뭔가? 여권과 체류증은 갖고 있는 거라 문제가 아니다. 거주 증명서도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요컨대 제출 서류는 많지 않네!
그런데 출생증명서는 도대체 뭔가?
프랑스에서 결혼해서 갖고 있는 가족 수첩을 이용하면 되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 아님 결혼 증명서를 제출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짐작해 보았다. 이런 내용으로 메일을 보냈지만 가타부타 답장이 오지 않았다 결국 출생증명서를 떼야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았다. 대사관 영사과에 가서 증빙 서류를 발급받아야 한다나. 근데 영사과에 볼일을 보려면 약속을 잡아야 가능한 것으로 바뀌었단다. 그전에는 그냥 현장에서 줄 서서 해결했는데… 코로나를 겪고 나서 모든 게 다 변했다. 접촉 금지를 핑계 삼아 모든 걸 간접화시켰다.
대사관 사이트에 계정을 열고 약속을 잡고서는 1월 초 영사과를 찾았다. 신청하고 1주일 후에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출생증명서는 예전의 호적등본 같은 것이다. 왜 이런 것을 10년짜리 체류증 갱신에 요구하나! 이런 서류 업무 보는 일이 나한테는 끔찍하다! 부담이 아니라 엄청난 스트레스다. 시간과 다리품을 좀 파면 되는 일이지만 나한테는 성가시고 귀찮고 막판에 떠밀리지 않으면 절대 하기 싫은 일! 어쨌거나 영사과에 두 번 출입하고서 프랑스어로 공증된 두툼한 출생증명서를 손에 넣었다.
이제 거주 증명서를 전기 가스 회사 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하면 된다. 여권을 복사하고 체류증도 복사했다. 사진 세 장은 작년 한국 갔을 때 찍은 걸 내면 되네.
제출 서류 완벽 준비!
만료일 3개월 전부터 신청할 수 있다니 2월 초부터 도청 사이트에 들어가 약속을 잡기 시작했다. 그전에 얼핏 방문해 본 결과 별거 아니라고 여기고 있었다. 막상 부딪혀 보니 그게 아니다!
주로 화요일과 금요일 20시에 10년 체류증 갱신하는 약속이 열린다. 약속 잡는 날이면 낮부터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한다. 초를 다투면서 키보드를 눌러보지만 결과는 "아무 자리도 없다"는 문구와 마주쳤다. 처음에는 키보드 누르는 속도가 느려서 안 되는 줄 알았다. 약속 자리를 주지 않으면서 약속을 잡으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아주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렇담?
답답한 사람이 우물 파야지!
"약속을 잡지 않으면 서류를 제출할 수 없다."라고 엄연히 정부 사이트에 명시되어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날이 갈수록 스트레스가 쌓이고 쌓여 무슨 일을 하든 체류증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게 되었다. 이러다 불법 체류자가 되지! 상파피에(sans-papiers)!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약속이 열리는 날이면 하릴없이 30분 전부터 책상 앞에 앉아 준비 태세에 들어갔다. 컴퓨터와 전화기를 동시에 활용했다. 결과는 마찬가지! 주지 않는 자리를 만들 수는 없는 일.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
갑갑해서 또다시 관련 부서에 메일을 썼다. 아무리 해도 예약을 잡을 수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아예 아무 대꾸도 없었다. 지난번까지는 그래도 형식적이나마 약속 잡는 사이트라도 알려주었는데...
그래 죽이 되든 밥이 되는 현장에 가보자! 무슨 수가 있겠지.
이렇게 해서 벼르고 별러 도청 사무실에 가보자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