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3월 12일
암 답답한 사람이 우물파야지.
몇 시간 화장실을 가지 않고도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대단한 각오로 앙토니를 향해 갔다.
어쩌면 오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지도 몰라.
07:03에 줄에 도착!
지난 번 생각하고 괜찮겠거니 하고 갔었다.
이미 내 앞에 스물다섯은 더 되어 보였다.
이거 좀 위험한데!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바로 내 앞에서 짤렸다!!!
한 끝 차이로 5시간 줄만 꼬박 서고 그냥 왔다.
10시반 지나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산까지 받쳐들고 화장실 볼일도 참으면서 버텼는데 흐흐흐…
대부분은 우산은 들지 않고 쫄딱 맞으면서 묵묵히 기다렸다.
그나마 일기 예보를 보고 우산을 들고 갔었기 망정이지.
끝난 줄 알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12:10에 뒤돌아섰다.
한번 닫힌 철대문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누구한테 항의를 해야 하나?
하루 일을 포기하고 큰맘먹고 출두한 거였는데…
약속 없이 온 사람들을 다섯 명씩 끊어 들여보낸다. 11:10쯤이 마지막인 걸 확인했다. 지난번과 이번 둘 다 비슷했다. 더 일찍 와야 한다.
한편으로 세금 덜내게 한다고 표 관리하면서, 다른 한편 인력을 팍 줄인 결과 공공 서비스는 비인간적으로 추락한지 오래다. 그런 대선 후보를 찍는 인간들이 바보인가, 아니면 서비스가 나빠져도 세금만 덜 내면 된다는 판단인가? 더욱이 짐승 같은 외국인들한테 시혜를 베풀기를 바란다면 너무 지나친 기대일까?
내 참 더러워서!
이날 줄서면서 목격한 일이다. 줄을 제대로 서지 않고도 우선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 지팡이를 짚고온 노인인이 와서 직원하고 실강이를 벌이더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유모차 탄 어린 아이를 동반한 부부도 줄을 서 있다가 먼저 앞으로 들여보냈다. 젊은 남녀 커플이 왔는데 여자만 약속을 잡았고 남자는 잡지 못한 모양이었다. 처음에 여자만 들여보냈다. 좀 이따 젊은 여자가 나와 우는 시늉을 하며 애원을 하자 남자 친구까지 들여보내는 게 아닌가!
과연 이게 평등인가! 이런 식으로 한다면 더 일찍 와서 꼬박 줄서고도 나처럼 바로 앞에 짤려 그냥 돌아가야 하는데 말야.
대부분 사람들은 줄이 무언지 잘 안다. 먼저 온 사람이 앞에 서고 뒤에 온 사람은 뒤에 자리잡는다. 이런 와중에도 꼼수를 발휘하는 대단한 이들이 있다. 일단 자기 자리를 맡아서 한참 기다렸다가 어느 순간 은근 슬쩍 사라진다. 세워둔 자동차로 가서 한참 쉬다가 다시 나타난다. 특히 비가 내릴 때 이 수법은 정말 괜찮다. 그렇지만 대부분은 그냥 자기 자리를 꿋꿋이 지킨다.
너댓 시간 줄서면 어떻게 될까? 발이 저리고 무릎에 무리가 생기고 허리가 아파온다. 몸을 조금 움직여주어야 한다. 발목도 돌리고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고 팔을 뻗어 몸을 풀어야 한다. 가장 힘든 일은 생리 현상을 참는 거다. 이건 정말 고역이다. 특히 장이 나쁜 나는 이게 가장 큰 걱정. 혹시라도 큰 볼일이 생기면 어떻하나? 가기 전날부터 고민한다. 컨디션이 따라주지 않으면 도저히 갈 수 없다. 오랫동안 기다리는 것보다 화장실 갈일이 더 큰 걱정. 주변에서 화장실을 해결할 방법이 없다. 가까이 카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공중 화장실도 달리 없다. 죽으나 사나 그냥 참아야 한다. 만일 이런 정황을 프랑스 사람들이 알면 뭐라고 할까 참 궁금하다. 인권의 나라라는 프랑스에서 버젓이 생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