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좋아하는 쌀국수를 먹으러 호텔 근처 베트남 식당으로 갔다. 근데 가는 날이 장날인지 셔터가 닫혀있어 확인해 보니 쉬는 날이다. 하는 수 없이 Larkin St. 인근의 베트남 식당으로 향했다. 요즘 호텔에서 Civic Center인근까지 노숙자들이 더욱 많아져 걸어 다니기에 어려움이 많다. 아침에는 전날밤 실례를 본 흔적들로 발밑을 조심해야 하고 눈빛이 흐릿한 노숙자들과는 눈을 마주치지 않게도 조심해야 한다. Pho2000에 도착하니 오픈까지 10여분 남았다. 문 앞에 서 있으며 안쪽의 직원과 눈이 마주치자, 아직이라고 기다리라 그런다. 옆의 Golden Lotus는 어떤가 가 보니 친절한 사장님이 들어와 기다리라 한다. 재스민티를 먼저 주시며 메뉴를 고르라 한다. 셋이서 쌀국수 하나씩 주문하고 애피타이저로 깔라마리 튀김을 시켰다. 역시 튀김은 항상 진리다! 깔라마리 접시가 비어 갈 때쯤 쌀국수가 나왔다. 오늘 쌀국수 면은 납짝면으로 후루룩후루룩 잘 넘어간다. 나중에 계산할 때 사장님 말로는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 쫄깃면은 배달되지 않았다고 한다. 본래 가려고 했던 가게는 못 갔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동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었던 단골 커피집으로 안내했다. 호텔에서 직접가도 15분쯤 걸리며 Market St.를 지나 7th St.를 따라 4블록쯤 내려가다 보면 Sightglass Coffee가 나온다. 호텔 근처에 있는 괜찮은 커피집으로 몇 년 전부터 가끔씩 가고 있다. 로스팅도 같이 하는 커피집으로 분위기는 아주 힙하다.
입구옆의 창을 통해 밖을 마주 보고 있는 자리는 자리는 멋내기 좋아하는 손님들의 자리이다. 선글라스를 끼고 음악을 들으며 들어오는 손님들의 주의를 끌면서 곁눈질로 보는 듯하다. 1층 홀 중앙에서 주문을 받으면서 한쪽에서는 계속해서 커피를 만들어 만들어 낸다. 나는 아메리카노, 후배들은 카페라테와 Cortado를 주문했다. 잠깐 가게 안을 둘러보는 새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커피를 만들어 주던 바리스타의 티셔츠가 우리들의 눈길을 끌어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1988 서울올림픽'이 쓰여 있다. LA에 갔다가 사 왔다고 한다. 한국에도 작년에 다녀왔다고 한다. 우리도 구하기 힘든 티셔츠가 친근함을 더해준다.
2층 큰 테이블 한편에 자리 잡고 각자의 커피에 잠시 빠져 본다. 세 가지 모두 에스프레소 베이스라 기본 맛은 비슷하다. 맛있다! 산미가 살짝 느껴지는 신선한 커피 맛이다.
몇 모금 마신 후에 주위 손님들을 살펴봤다. 맞은 편의 남자 두 명은 아침부터 가까이 붙어 앉아 소곤소곤 얘기하는 게 연인 같다. 1층이 내려다 보이는 바 테이블의 손님들은 각자의 일에 열중이다.
노트북으로 일보는 사람,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 그냥 커피에 진심인 사람. 로스팅도 같이 하는 곳이라 카페 안은 커피 향으로 가득하다.
Blue Bottle도 좋지만 SFO에서만 맛볼 수 있는 Sightglass Coffee도 한 번 둘러보면 그 매력에 빠질지 모른다. 호텔로 돌아올 때는 그나마 Homeless들이 없을 만한 길로 왔지만 그래도 군데군데 길가에 몸을 구부리고 눈동자가 풀려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앞으로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질 텐데 걱정이다.
후배들은 호텔로 들어가고 나는 가고 싶었던 서점을 가 보기로 했다. 호텔에서 유니언 스퀘어 쪽으로 가다가 Grand Ave.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SFO의 ChinaTown을 지나가게 된다. Grand Ave.와 California St.가 만나는 길에서 이곳의 명물인 케이블카를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이 도로 중앙에서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없다. 나도 한 장 남겨본다.
여기는 차이나타운이라고 말하는 입구문을 지나면 오전시간인데도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중국풍의 기념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길 양편으로 늘어서 있어 구경하는 재미도 솔솔 하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와서인지 저렴한 가격에 식사하려는 관광객들도 제법 보인다. 색다른 물건들을 보면서 걷다 보면 SFO의 대각선 도로인 Columbus Ave.를 만나면 오른쪽으로끼고돌면 'City Light Bookseller'가 나타난다.
서점은 1953년에 세워져 올해로 70주년이 된 오래된 서점이다. 가능한 모든 공간에 책으로 꽉 채워 놓은 느낌이지만 작가별 알파벳 순으로 정리되어 있어 원하는 작가의 책은 찾기가 쉽다. 입구를 지나 소설부문으로 가면 책들이 겉표지가 독자의 주목을 끌려는 듯 아니면 표지 자체가 디자인인 듯 색감도 특이하고 다양한 글씨 모양으로 서로서로 뽐내고 있다. 사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게 하는 책이 여러 권 있었지만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많이 쌓여 있어 마음을 잡고 참아야 했다.
좁은 계단을 올라 2층으로 가면 시집들이 기다린다.
한국에서도 시집은 거의 읽지 않아 어떨까 했지만 영어 시집도 제법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눈길을 끄는 시집 한 권을 골라 읽어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듯하다. 이런 서점이 더욱 매력적인 것은 대 놓고 책을 읽고 가라고 쓰여저 있다는 것이다.
흔들의자에 앉아 잠시 시집을 읽다 보니 흔들의자가 책 읽기에 적합한 의자란 걸 느끼게 해 준다. 다음에는 시집에 한 번 도전해 봐야겠다.
지하로 내려오면 더욱 다양한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여행, 음식, 철학, 역사 등 장르가 다채롭다. 샌프란시스코이기에 LGBT 관련 섹션이 있는 것이 특이하다. 대학시절 교재로 사용한 복사본의 원서를 찾으니 감회가 새롭다.
호텔로 돌아가려고 서점을 나서면 샌프란시스코의 상징 건물인 피라미드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돌아가는 길은 Kearny St.를 따라 걸어가면 올 때와 또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어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주소 :
-. SightGlass Coffee, 270 7th St, San Francisco, CA 94103 미국
-. City Light Bookseller, 261 Columbus Ave, San Francisco, CA 94133 미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