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 메콩강으로 둘러싸여 섬은 아니고 삼각주의 끝부분에 위치해 있어 차량으로 시내 중심부로 나가려면 택시나 툭툭을 타고 U자 모양으로 한 참 돌아서가야 한다. 강만 건너면 시내까지 접근이 좋아 블로그를 찾아보니 배(Ferry)로 건너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아침을 단단히 먹고 선크림, 모자, 생수 등을 챙겨 길을 나섰다. 매시 정시와 30분마다 배가 출발한다고 하는데 시계를 보니 벌써 50분이 지나 있었다. 호텔 정문을 나와 왼편 주차장에서 계단을 이용해 한 층 내려오면 선착장 쪽 출입문이 나온다.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더위에 뛰어가니 배를 타기도 전에 등이 땀으로 젖어 버렸다. 승선요금 500 Riel(한화 약 200원)을 내고 마지막 손님으로 배 위에 올랐다. 숨을 고르고 배안을 둘러보니 차량과 오토바이로 꽉 차 있었다. 구석 한 켠에는 어린아이가 나뭇잎에 싸인 먹거리도 팔고 있다.
메콩강은 뻘물이라 황토색으로 강속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호텔이 점점 멀어지며 강 한중간을 지나치고 있었다. 강바람으로 땀을 식혀 보지만 날씨가 더워 땀이 가시질 않는다.
10여분 남짓 지나자 강 반대편 선장장에 들어 쓰려고 속도를 줄이기 시작한다. 도착하자마자 출발때와 마찬가지로 차량들과 오토바이가 뒤 썩여 속속 빠져나간다. 그러고 보니 차나 오토바이를 타지 않고 승선한 사람은 나뿐이었다.
지도를 확인하고 큰 길가 옆쪽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금빛 찬란한 고층 건물들이 많이 보인다. 아마도 중국자본으로 지어진 빌딩들이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길가 중간중간에 노점상들이 여러 가지 식음료를 판매하길래 나도 사 먹어 봤다. 사탕수수 음료에 줄 서 있는 사람이 많이 나도 그걸로 정했다. 영어도 안 통하고 나도 크메르어를 모르는 지라 가지고 있는 현지 돈을 손바닥에 올려두자 알아서 가져간다. 음료 가격은 우리 돈으로 1,000원가량 하는 것 같다. 배탈이 날까 봐 그리고 내 취향 맛이 아니라 아까웠지만 반도 채 못 먹고 버려버렸다.
10여분쯤 걸어가다 땀도 식힐 겸 Aeon Mall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실내가 시원하지 않았다. 슈퍼마켓에 들러 필요한 물품 몇 개를 사고 쇼핑몰 쪽으로 가 보았다. 부티끄 Shop들을 구경했는데 그중에서 CK의 '정국과 제니'가 반갑다. 오전이라 그런지 매정 안에 손님이 없는 곳이 있는 곳보다 더 많다. 점원들은 할 일이 없는지 휴대폰을 보거나 졸고 있다.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고 Mall 출입문을 나서려는데 스벅이 눈에 들어온다. 목도 축이고 카페인도 보충할 겸 매장으로 들어가 커피를 시켰다. 아까 슈퍼마켓에서도 느꼈지만 이곳의 모든 가격표가 현지화와 달러 두 가지로 함께 표시되어 있다. 나보다 앞에서 주문하는 손님은 100 USD를 낸다. 점원이 잔돈이 없었는지 작은 돈으로 달라한다. 나는 다행히 현지화로 주문한 음료 가격을 지불할 수 있었다. 지폐 여러 장을꺼내보이자 카운터직원이 필요한 만큼 가져가고 영수증을 주면서 기다리면 된다는 한다. 자리를 잡고 주위를 둘러보니 프놈펜 멋쟁이들이 여기 다 있는 듯잘 차려입은 손님들이 제법 많이 보인다. 주문한 음료로 갈증을 해소하고 지친 다리도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카페는 요즘 시대의 "도시의 오아시스"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중심가로 걸어 가 보기로 했다. 도로 양옆으로 마사지 가게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아직 이른 낮시간이라 손님은 없다. 청소를 하던 직원이랑 눈이 마주치자 들어오라고 호객행위도 한다. 눈길을 돌려 나는 나의 갈 길을 다시 간다. 프놈펜도 큰 길가가 아니면 보도 위로 차를 주차시켜 놔 걸어서다니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도로로 걷자니 뒤에서 오는 차량과 오토바이를 조심해야 하고 보도로 걷자니 주차된 차들을 헤치고 가야 해서 걷기가 아주 불편했다.
큰길로 빠져나오자 주변이 아주 깔끔하게 정리된 중앙공원이 보인다. 꽃들로 정원을 만들고 중앙에는 분수를 배치한 전형적인 중앙공원 같다. 조금 걸어가 보니 전신상의 동상이 보인다. 나중에 찾아보니 캄보디아의 독립 영웅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의 동상이라고 한다.
동상 뒤편의 조형물을 가까이서 보려고 가보니 횡단보도도 보이지 않는 교통섬 중앙에 있어 접근이 어렵다. 무단횡단을 하지 않으면 못 갈 것 같아서 가까이 가는 것은 포기했다. 건너편에 사람이 있는 것으로 봐서 어딘가에는 가는 길이 있을 것 같은데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오른편으로 눈을 돌리니 인공기가 나부끼는 건물이 보인다. 북한 대사관인 듯싶어 문 앞에까지 가니 북한 관련 선전 사진들이 보인다. 캄보디아는 남북한 모두 외교 수교국인가 보다. 높은 담벼락 뒤로 인기척은 없다.
내가 구경한 공원 끝에 다다르면 왼편으로 또 다른 공원이 이어지는데 이번에는 여기까지만 구경하기로 했다. 구글 지도를 확인하고 다시 선착장으로 향했다.
강반대편 도심 쪽 선착장은 여러 곳으로 가는 페리들이 출발한다. 내가 가야 할 호텔 쪽 페리 탑승구가 맞는지 두 번 물어보고 배를 기다렸다. 돌아오는 배도 승용차와 오토바이가 대부분이다. 이번에는 2층으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2층에는 나 혼자만 있어서 이곳저곳 방향으로 구경하기가 좋았다.
씨엠립의 호수에서 흘러온 강물이 메콩강과 만나 사이공까지 흘러간다. 물이 황토색이라 물속을 전혀 볼 수 없어 더욱 깊어 보인다.
AEON Mall 주소 : 132 Samdach Sothearos Blvd (3), Phnom Penh, 캄보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