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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저씨 Jul 20. 2024

로저씨의 초단상 #78

일기

일기를 쓴다.


로저씨의 초단상 훨씬 이전부터 휘갈겨 쓴 일기


일기장을 가지기 시작한 건 20여년전


후보생 시절 수양록이다.


고된 과정을 나름 즐기려고 시작한 일기가


임관하고서도 전역하고서도 취직하고서도 계속되었다.


쌓이고 쌓인 일기장은 결혼하고서도 얼마간 소장했는데


최근 몇 년전 인생이 휘둘리는 중에


유서를 쓰고난 뒤 모두 다 버렸다.


새롭게 태어나고 싶었는데 여전히 헤매고 있다.




돈, 빚


짊어진 채로 살아가려니 뭘 하기가 너무 힘들다.


대책없고 무책임한 인생이 부럽기까지한


이 고단함...


암튼 고단함을 핑계로 일기를 많이 못 썼다.


그래서 말에도 글에도 논리가 떨어진다.


인생도 정리가 안된다.


우유부단하고 확신과 자신감이 떨어진다.


휘갈기고 뒤죽박죽이라도 쓰다보면 정리되는 신비한 힘을 가진 일기...


멍 때리는 도중에 자연스럽게 찾게 된 일기장...


이것저것 뱉어내다가 이 곳에도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민족의 성웅 충무공 이순신 장군님의 난중일기와 비교하기는 무리지만


사실 난중일기의 대부분은 작디작은 소소한 기록들이다. 이런 기록들만 보면 소심한 장군님으로 오해할 수도..


암튼 일기장은 정교한 '기록이 아니다.


그저 일상을 쏟아내는 일종의 쓰레기통? 분리수거통?여과지? 고해성사? 뭐 이런 의미가 있는 '장치'다.


난중일기는 이순신 장군님이 왜란을 겪으며 기록한 일기라해서 난중일기지만


나의 일기도, 당신의 일기도 모두 '난중일기'다.


하루하루가 전쟁이니 말이다.




힘내자 그리고 또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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