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대하여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
“인물? 풍경? 뭐 찍어? 나도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데 !”
“어때, 어제 나가서 촬영 좀 했어?”
사진학과에서 석사를 하고 있다고 소개를 하면, 종종 듣는 말이다.
아무런 악의가 없는 것을 알지만, 수 없이 반복되는 이 말은 나를 조금 불편하게 만든다.
나의 예민한 성격도 한 몫 하겠지만, 이제는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기 보다는 “테크닉은 꽝이에요"라며 농담을 던져보기도 한다. (부끄럽지만 어느 정도 진실이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에는 이렇게 설명 해 보곤 한다. “저는 ‘사진작가’라기 보다는 사진 매체를 통해 작업하고 연구를 해요.” 또는 사진 뒤에 한 단어 더 첨가하여, “사진 ‘예술’을 전공하고 있어요.”
하지만 솔직히 나 자신 조차도 짧은 순간에 명쾌하게 내가 하는 것을 설명하려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조금 오만하게 들리지 않을까 조심스럽기도 하다.
그림과 페인팅이 좋아서 ‘조형예술과’를 마치며, 학사 마지막 학년에 기회가 있음에도 사진학과로 진학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사진, 또는 영상 작업을 하긴 했지만 그래봤자 아이폰으로 찍은 것을 하나의 설치 작품으로 선보이는 식이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마도 나 또한 사진학과에서 배우는 내용에 대한 확신과 이해가 잘 없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석사 2학년 마지막 학기를 지나가며, 나는 내가 사진학과를 택한 것이 얼마나 잘 한 일인지를 실감할 정도로 사진 이론 책과 도록을 읽고 논문을 쓰는 일에 순수한 행복을 느낀다. (물론 지독히 힘듦을 동반하지만)
내가 하고 싶고, 또 하고 있고, 좋아하는 ‘사진’이라는 분야는 그냥 찍는 행위나, 초상화, 풍경화로 묶이는 범주를 넘어 훨씬 더 깊고, 다양하며 매력적인 많은 것을 포함한 분야이다. 예를 들어 벼룩 시장에서 이름 모를 가족, 인물 사진들을 모아 이를 아카이브 하는 방식만으로도 작업을 하는 동기도 있고, 학교에서의 주요 고민과 연구에는 사진이 어디에 인쇄되고 어떤 방식으로 전시 되는지도 빼놓을 수 없다.
2년이라는 공부의 막바지에 놓이며, 이러한 재미있는 이미지에 대한 모든 것에 대하여 계속해 연구하고, 쓰고 나누는 사람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브런치는 내가 나에게 주는 졸업 숙제이다. 2주에 한 번 토요일, (여유가 될 때엔 매 주를 목표로) 사진에 대한 글을 쓸 것이다. 레시피를 보는 것만이 아닌, 썰고, 볶고 실천으로 옮겨야 진짜 나의 요리가 되는 것처럼 구름같이 뭉게 뭉게 존재하는 생각과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본격적인 요리를 해서, 사진 매체의 아름다움과 이 분야가 가진 예술성을 예쁜 접시에 나의 방식으로 담아 보려한다. 작은 바램이라면, 이 글들이 모여 많은 사람들이 사진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볼 수 있다면,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가는 것에 취미가 없는 나 같은 사진 전공자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