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디스트 페미니스트와 퍼포먼스적 사진
식물 사진, 누드, 산업 풍경으로 알려진 사진작가, 이모겐 커닝햄(Imogen Cunningham)은 드물게 여성으로서 사진 커리어를 시작하며, 1913년 발행된 그녀의 책 'Photography as a profession for women'을 통해 여성도 사진을 직업으로 갖고 경력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가부장적 사회의 흐름 속, 많은 다른 분야에서 그렇듯, 사진 세계에서도 여성 사진작가는 인정받기 어려웠던 시대였다. 한편 이러한 억압은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존재라고 여겨졌던 여성들이 독립성을 가지고, ‘신여성’의 물결을 만들어 내며 한 줄기 새로운 희망과 작은 힘을 모으게 되었다. 사진 역사상으로는 ‘코닥 걸’이라는 상징적인 캠페인이 여기에 힘을 보탠다.
코닥(Kodak)은 취급 용이한 건조된 필름과 작은 크기의 카메라들을 보급시키며 사진의 예술성과 접근성을 증대시킬 뿐 아니라,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카메라를 널리 사용하고, 집을 떠나서도 자신을 표현하는데 사진과 함께하도록 독려하며 새로운 소비층을 이끌어냈다. 이렇게 ‘신여성’의 출현은 ‘신여성 사진작가’들의 데뷔를 부추기며, 여성이 독립성을 가지고, 예술, 연극, 스포츠, 저널리즘,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사진을 통해 소통하고, 사회의 중심에 합류하도록 했다.
“일반적으로, 그들은 사진, 미술, 편집 또는 과학과 같은 분야에서
아버지나 파트너의 보조로 자신의 소명을 찾았지만,
사진은 그들에게 지적 및 실질적인 독립을 제공했다.” p.155
이러한 여성 사진작가들의 성장과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의지,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용기는 2차 세계 대전을 지나며 더욱 활동적인 예술 운동을 북돋았다. 특히나 20세기 오스트리아 및 독일에서는 여성들이 본인의 신체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동반하여 사진을 정치적 표현 매체로 사용하는 창작 흐름을 보이며, ‘아방가르디스트 페미니스트’들을 탄생시켰다. 그녀들은 여성의 고정관념적 역할, 사회적 불평등을 여성들을 집에 감금시키는 정치적 사회적 억압으로 보며, 자신의 신체를 실제로 가두고, 또는 이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 또는 퍼포먼스 활동 등을 사진 매체로 포착하여 탈출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였다.
위의 사진 속, 비르기트 위르겐센 (Birgit Jürgenssen)의 유리창에 짓눌린 얼굴은, 여성에게 할당된 수많은 제약들을 공간감적으로 표현하는 비판적 집을 표현해 냈다. 특히나 그녀가 입고 있는 착장에 대하여 주목해 볼 만한데, 주부의 전통적인 옷차림을 대변하는 단정한 머리와 레이스 깃의 블라우스, 앞치마가 인상적이다.
루씨 거닝 (Lucy Gunning)의 비디오 작품인 'Climbing around my room'은 더욱 폭력적인 연출을 선보이는데, 가정 공간에서 높은 가구와 가구 사이를 거니는 위태로운 행위는 사회적 억압을 실질적인 물리적 위협으로 느끼고 있는 그녀의 체험을 표현한다. 비슷한 작업으로 레티시아 패런트 (Letícia Parent)의 비디오 작품 'In'은 스스로를 벽장에 가두는 가학적 퍼포먼스를 통해, 여성에게 부여된 사회적, 가족적 책임의 제약적 성격을 단호하게 꼬집고 있다. 실제로 그녀는 다섯 아이의 어머니이며, 그렇게 그녀의 창작 공간은 그녀가 직면한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가사 노동을 바탕으로 한 현장과 일치한다.
가정 공간에서 아내, 주부를 표방하는 창작은 또한 더 나아가 엄마로서의 일상을 투영시킨다. 영화감독 헬크 샌더(Helke Sander)는 그녀의 아이와 함께 보내는 장면을 리코딩 함으로써 엄마로서의 삶의 일부를 가정에서의 창작물로 탈바꿈시킨다. 그녀는 임신과 출산의 시기를 거치며, 독립 예술가로서의 경력과 미혼모로서의 삶의 충돌이 야기한 고민과 어려움을 작업으로 승화시키는 동시, 가정과 직장, 즉 내부와 외부 세계를 함께 수행하는 어려움에 대해 고발한다.
레아 루블린 (Lea Lublin)의 '나의 아들 (Mon fils)' 또한 마찬가지로, 그녀는 7개월 된 아들을 간호하는 모습을 관객 앞에 선보인다. 두 작품은 다른 아방가르드 퍼포먼스의 전투적 연출과는 다르게, 엄마로서의 일상을 조망한다. 이러한 다큐멘터리적 창작물은 여성으로서 영위하는 가정에서의 삶과 창작 활동의 일치를 통해 가부장적 사회에서 받는 그 무게를 고발하고 있다.
이렇게 우리는 1970년 여성주의 예술가들의 가정을 무대로 한 창작물들을 통하여, 일상적 장소인 집이 사진 매체를 통해 어떻게 사회적, 정치적 제약으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평가해 보았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퍼포먼스적 사진들이 사진 매체의 예술적 가능성을 더욱 꽃 피우게 하였음을 볼 수 있다. 은신처이자 자유의 공간이 노동 현장과 일치하는 아이러니를 예술 활동으로 주목시킨, 누군가의 엄마 또는 아내로서 더불어 예술가의 소명을 과감하게 살아낸 그녀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참고 자료 :
- ROBERT Marie, POHLMANN Ulrich, GALIFORT THomas (dir.) Qui a peur des femmes photographes ?, (Catalogue d’exposition, Musée d’Orsay et Musée d’Orangerie, 14 Octobre 2015 au 25 Janvier 2016), Paris, Edition Hazan, 2015
- Claudia Sandoval Romero, Motherhood in the art world, MA, Thesis Supervisor : Univ.-Prof.Diedrich Diederichsen, Master in Critical Studies, University of Fine Arts Vienna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