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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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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Oct 27. 2024

가슴이 하는 말에

아침편지

안녕요. 짭조름한 반숙란을 우물대며 인사드려요. 새벽은 헥헥대다 감감해졌어요. 오늘따라 요가하고 열이 올라서요. 끝엔 사바아사나라고, 시체처럼 누워 호흡했어요. 이대로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제랑 다르게 괜한 설렘으로 눈을 떴어요. 그리움도 묻어 있고요. 이 마음, 저 마음이 장난치듯 다녀갑니다. 앉아 명상하는데 발가락을 톡톡 건드는 느낌이 들어요. 알면서 눈을 떴어요. 작은 고양이가 발에 붙어서요. 훈훈한 온기가 기분 좋습니다. 생명은 참 따듯하지요.


토요일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아이 둘은 제각각 약속이 있어서요. 저는 일하다 말다 했습니다. 돈을 좀 벌어보자, 요량도 있었고 책도 좀 읽자 싶었어요. 아마 저보다 약간은 더 퀭한 분이 지난 한 주 얼마나 고단했는지를 슬쩍 내비치셨어요. 우리 참 애쓰며 살지요. 부디 곁에 누구라도 있다면 따듯하게 대해 주세요.


일이 많아 힘들기보단, 사람 때문에 괴로웠다고 말해요. 아이고, 꼭 그게 나인 것만 같아 미안해집니다. 어제 읽은 책 <피, 생명의 지문>에서 저자가 말하는데요. '피'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병들게 하기도 한다고요. 사람도 그러지 않나요. 사람이 사람을 살리고, 병들게 하지요.


실은 여기 두 눈 꿈뻑이고 있는 건 사람 덕분이에요. 엄마가 나를 낳았지, 하는 이야기냐면 그것도 맞고요. 엄마가 나를 낳기까지 무수한 도움이 있어요. 만일 엄마는 나를 버렸다고 말한다면, 부모 아니라도 나를 먹이거나 챙겨줬던 사람이 꼭 하나씩은 나타나서요. 여태 내가 무사한 것은 내 덕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당연한 이야긴데, 당연하지 않아요. "나는 여태껏 누구 하나 도움 없이 살아왔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게요. 저도 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고요. 그런 말과 생각이 나를 지배했던 시기는 참 어렵고 힘들 때예요.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몰라요. 세상 혼자 살아온 것처럼 고마운 줄 몰라서 삶이 괴로워지는 건지, 삶이 괴로우니까 저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가끔 이야길 꺼냈지만 감사는 훈련이에요. 머리 생각은 늘 옳고 그름을 나누고, 네 편과 내 편을 나눕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으려고만 해서요. 이미 내가 가진 것보단 갖지 못한 것을 골라내기 바빠요. 감사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거예요. 우리 생각이 할 줄 아는 거라곤 불평뿐인지 몰라요.


지난 한 주가 고단했다는 분에게 제 경험을 소상히 놓아드렸어요. 비슷하려니 싶은 때를 꺼내서요. 나는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괜찮아졌는지.


일한다고 읽고 쓴다고, 핸드폰을 만지는 시간은 늘지 않지만요. 편지를 쓰는 이 마음은 그래요. 조금이라도 그대 마음에 가 닿기를, 덜 아프기를. 편안하시기를.  


오늘 아이들은 아빠랑 밖에 논다 하고, 저는 어제와 다름없을 것 같아요. 오후엔 글로 읽다 7기 모집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저만치 느슨하고 따듯한 독서모임이에요. 관심 가져 주세요. ^^ 그대만큼 아름다운 10월의 어느 날이지요. 행복한 일요일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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