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요. 짭조름한 반숙란을 우물대며 인사드려요. 새벽은 헥헥대다 감감해졌어요. 오늘따라 요가하고 열이 올라서요. 끝엔 사바아사나라고, 시체처럼 누워 호흡했어요. 이대로 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제랑 다르게 괜한 설렘으로 눈을 떴어요. 그리움도 묻어 있고요. 이 마음, 저 마음이 장난치듯 다녀갑니다. 앉아 명상하는데 발가락을 톡톡 건드는 느낌이 들어요. 알면서 눈을 떴어요. 작은 고양이가 발에 붙어서요. 훈훈한 온기가 기분 좋습니다. 생명은 참 따듯하지요.
토요일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아이 둘은 제각각 약속이 있어서요. 저는 일하다 말다 했습니다. 돈을 좀 벌어보자, 요량도 있었고 책도 좀 읽자 싶었어요. 아마 저보다 약간은 더 퀭한 분이 지난 한 주 얼마나 고단했는지를 슬쩍 내비치셨어요. 우리 참 애쓰며 살지요. 부디 곁에 누구라도 있다면 따듯하게 대해 주세요.
일이 많아 힘들기보단, 사람 때문에 괴로웠다고 말해요. 아이고, 꼭 그게 나인 것만 같아 미안해집니다. 어제 읽은 책 <피, 생명의 지문>에서 저자가 말하는데요. '피'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병들게 하기도 한다고요. 사람도 그러지 않나요. 사람이 사람을 살리고, 병들게 하지요.
실은 여기 두 눈 꿈뻑이고 있는 건 사람 덕분이에요. 엄마가 나를 낳았지, 하는 이야기냐면 그것도 맞고요. 엄마가 나를 낳기까지 무수한 도움이 있어요. 만일 엄마는 나를 버렸다고 말한다면, 부모 아니라도 나를 먹이거나 챙겨줬던 사람이 꼭 하나씩은 나타나서요. 여태 내가 무사한 것은 내 덕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당연한 이야긴데, 당연하지 않아요. "나는 여태껏 누구 하나 도움 없이 살아왔어."라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게요. 저도 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고요. 그런 말과 생각이 나를 지배했던 시기는 참 어렵고 힘들 때예요. 닭이 먼저인지, 알이 먼저인지 몰라요. 세상 혼자 살아온 것처럼 고마운 줄 몰라서 삶이 괴로워지는 건지, 삶이 괴로우니까 저렇게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가끔 이야길 꺼냈지만 감사는 훈련이에요. 머리 생각은 늘 옳고 그름을 나누고, 네 편과 내 편을 나눕니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찾으려고만 해서요. 이미 내가 가진 것보단 갖지 못한 것을 골라내기 바빠요. 감사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거예요. 우리 생각이 할 줄 아는 거라곤 불평뿐인지 몰라요.
지난 한 주가 고단했다는 분에게 제 경험을 소상히 놓아드렸어요. 비슷하려니 싶은 때를 꺼내서요. 나는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떻게 괜찮아졌는지.
일한다고 읽고 쓴다고, 핸드폰을 만지는 시간은 늘지 않지만요. 편지를 쓰는 이 마음은 그래요. 조금이라도 그대 마음에 가 닿기를, 덜 아프기를. 편안하시기를.
오늘 아이들은 아빠랑 밖에 논다 하고, 저는 어제와 다름없을 것 같아요. 오후엔 글로 읽다 7기 모집 글을 올릴 생각입니다. 저만치 느슨하고 따듯한 독서모임이에요. 관심 가져 주세요. ^^ 그대만큼 아름다운 10월의 어느 날이지요. 행복한 일요일이시길.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