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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아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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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민혜 Nov 06. 2024

내 것 그리고 네 것

아침편지

좋은 아침입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기다란 손가락이 새삼스러워요. 피아노를 좀 치고 싶네요. 잘 잤나요?


어젠 열심히 일하고 밥 했어요. 날이 차요. 올 게 왔을 뿐인데 막상 코끝이 시리니까 놀랍대요. 지난 일요일 나들이하길 잘했다 싶어요. 물론 이제라면 패딩 입고 나가면 되지만요. 처음이자 마지막 가을이라 말해놓고 기정사실이 된 걸까요.


퇴근길 운전하는데 손이 불편한 걸 느꼈어요. 종일 쥐락펴락 고단할 만하지요. 운전대를 잡은 손을 꼼지락댑니다. 고등학생 때 농구하다 왼쪽 손가락을 삔 적이 있어요. 지금까지 욱신거립니다. 또 연년생을 낳은 데다 새벽 내내 젖을 먹여서요. 왼 손으로 머리통을 받치길 잘했네요.


병을 얻은 건 아니지만 그쪽이 아파요. 날이 찰 때, 비가 내릴 때, 몸 상태가 좋지 못할 때면 어김없어요. 운전석에 닿는 어깨부터 등허리를 지나 엉덩뼈까지 훑으며 감각해 봅니다. 어디 하나 내 것이라고 할 게 있는가, 생각이 들어서요.


흔히 돈을 뺏고 뺏기고, 사람을 잃고 뺏겼다는 표현을 써요. 그건 '내 것'이 '남의 것'이 되었다는 말인데요. 과연 여기 삶을 살면서 내 것이라고 부를 게 있나 싶은 겁니다. 언뜻 뜻대로 되는 것도 같지만 그렇지 않아서요. 법과 제도로 묶어둔다 해서 그걸 소유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내 손 하나 마음과 같지 않아요. 아픔을 명령한 적 없어요. 심장이 뛰라고도 멈추라고도 말할 수 없습니다. 아니, 말은 할 수 있지만 말을 듣진 않는다는 거예요. 


"그 사람은 범죄를 저지른 거나 마찬가지예요." 


옳음의 폭력이란 말, 들어보셨을까요? 세상이 말하는 옳음에 집착하는 순간 이곳은 지옥이고 전쟁터예요.


"다 너를 위해 하는 말이야."

"이건 잘못이니까 바로 잡으려는 거예요!"


옳고 그름을 따져서 악을 없애면 세상엔 옳고 선한 것만이 남을까요. 이제 거기부터 다시 선악이 나뉘고 옳고 그름을 가릴 겁니다. 지구의 절반을 없애려고 했던 타노스가 생각나네요. 유대인을 학살했던 히틀러도요.


역사 속에 치정과 전쟁은 모두 '내 것'이 있다는 마음에 비롯해요. 뺏겼다는 아픔을 없애고 싶은 거예요. 우린 왜 이렇게나 서두를까요. 반드시 고통이 없는 곳에 이르게 될 텐데요.


삶은 고통입니다. 피하려는 데 사활을 걸지 마세요. 내 것이 없다면 잃을 것도 뺏길 것도 없습니다. 스쳐 지날 뿐이에요. 잠시 곁에 머무를 때 깊이 감사하게 돼요. 선물 같은 오늘입니다. 따듯하게 다니시고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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