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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국퀴어 Oct 11. 2022

지방인으로서의 정체성

조재

"조재님 춘천 사람이에요? 당연히 춘천 사람이 아닌 줄 알았어요."


최근 이 말을 세 명에게 들었다. 춘천 사람도 아닌데 어쩜 춘천에 터를 잡고 지역의 문화, 역사와 관련된 일을 하는지 내심 궁금했다고.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자마자 춘천으로 이주해 8년을 살고, 홍천에서 8년, 그리고 다시 춘천에서 1n년을 살았다. 서울에 잠깐 8개월 살았던 때를 빼면 강원도에서 평생을 보냈다고 해도 무방하다.


'춘천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는 정체성이란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내려지지 않아서 춘천에서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에게 물었다. "춘천 사람 같은 건 뭐고, 아닌 건 뭘까?" 그리고 친구들은 몇 가지 추측한 바를 던져주었다.


1) 춘천 사투리

먼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강원도 사투리는 영동지방 사투리에 가깝다. 특유의 억양이 강한 편이지만, 영동지방 내에서도 차이가 있다. (영서지방에 사는 나는 영동지방에 대해 잘 알지 못하므로 그 내부의 차이를 자세히 서술하긴 어렵다. 세대에 따라 옛 사투리를 그대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정도만 안다.) 그리고 영동지방과 영서지방은 더 큰 차이가 존재한다. 영서지방에 속하는 춘천 사람들조차 춘천 사투리를 모를 정도로 미세한 억양이 존재한다. 심지어 나도 춘천 사투리가 있다는 걸 몰랐는데, 취업하며 서울로 이주한 친구 덕에 그 존재를 알게 되었다. 말의 첫 단어를 더 세게 발음한다나? '일요일'을 예로 들면 '일!료일'로 발음하는 식이다. 나는 그 억양이 더 미세한 편이라 춘천 사람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 게 아니냔 추측이었다.


2) 춘천에 대한 무지

춘천 사람 치고 춘천을 잘 모르는 것처럼 보여서 그런 게 아니냐는 두 번째 추측. 지명이나 명소에 관한 것이 대체로 그러할 텐데, 이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이전 한새님의 글처럼 춘천 사람이라고 춘천 맛집을 다 아는 게 아니고, 서울에 산다고(서울도 넓은데) 서울 지명이나 명소를 다 아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3) 행색(?)

(...) 몇 년째 고수하고 있는 숏컷과 드러나는 곳에 한 강렬한 타투 때문일까. 인구가 적고, 보수적인 지역이라 내 행색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 춘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연결 짓기엔 어딘가 아쉬움이 남는다.


친구들은 그밖에 다른 추측도 내놓았지만 그 무엇도 명쾌한 답이 되진 못했다. 그건 대체로 그 지방의 고유한 정체성이라기보다 중앙과 대비되는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이라 중앙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지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은 무엇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질수록 그에 대한 답을 내놓는 사람들의 선입견 혹은 시선만 명확해질 뿐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친구들의 선입견이 강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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