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실에서는 수학이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시험을 본다. 그리 중요한 시험이겠냐만은, 아이들의 긴장도는 꽤 높은 편이다. 마치 인생의 큰 전환점인 양 다들 진지하게 임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나 역시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임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그렇게 시험이 무사히 끝나고 정리를 하던 중, 한 녀석이 슬며시 내게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자기 앞에 있던 A란 친구가 컨닝을 한 것 같다고 내용이었다.
깜짝 놀란 나는 A의 시험지를 살펴보았다. 문제와 풀이 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보는데, 한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풀이 과정은 엉뚱하기 그지없는데 답만 맞은 그런 문제였다. 내 마음에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A란 친구가 정말 컨닝을 한 것은 아닌지?
다른 아이들이 모두 나간 후, 나는 A를 따로 불렀다. 평소에도 내성적인 성격의 아이였기에, 내가 부른 것만으로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나는 물어봐야 할 성질의 것이라는 생각했기 혹시 컨닝을 한 것이 아니냐고 차분하게 물었다. 아이는 내 질문에 우물쭈물하며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나는 더더욱 확신이 들었다.
이 아이가 정말 컨닝을 했다고.
그러나 겨우 입을 뗀 아이는 자신은 컨닝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여전히 의심이 가시지 않은 나는 그 이상한 풀이 과정을 다시 내밀며 이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다른 노트에 풀었던 문제라고 하며 그 종이를 가져왔다. 그 순간, 나는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해와 추측을 바탕으로 그럴싸한 사실을 만들어 누군가를 곤란하게 한 것이었다.
아이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나서 자리에 앉았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미워하고, 싫어하고, 의심했던 사람 중에도 이러한 오해들이 쌓여 진실인 것처럼 믿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우리 마음 속에 자리 잡은 오해와 의심은 때로는 가장 소중한 진실을 가리는 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사람을 대할 때 좀 더 신중하고, 좀 더 너그럽게 되기로 다짐했다. 우리가 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때로는 보이지 않는 진실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그나저나 A에게 줄 빼빼로가 어디있었는지 찾아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