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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재용 Feb 16. 2023

소송당하는 꿈

꿈에서 소장을 받았다. 소송의 형식과 요건도 갖추지 못한 억지 소송이었다. 누가 봐도 엉터리인, 조롱하는 것 같은 소송. 그 때문일지 더욱 분노가 치밀었다. 나에게 소송을 건 상대방에게 전화를 해서 당장 취하하라고 소리치며 분노했다. 잠에서 깼지만 실제 있었던 일처럼 생생하고 잠이 오지 않았다. 소송을 당하는 의뢰인의 심정이 이럴 것이다. 내 의뢰인에게 소송을 당하는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송을 걸었든 당했든 의뢰인들은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 있다. 상대방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에 사로잡혀 있다. "마음을 차분하게 먹으시라", "소송은 변호사에게 맡기고 일상에 충실하시라"라고 이야기해 보지만 그렇게 될 수가 없다.


아버지 뻘을 훨씬 넘어 80이 되신 의뢰인에게 "세상 일이 결국은 순리대로 돌아가게 되어 있으니 너무 일희일비하지 마십시오"라고 타이르기도 한다. "그렇게 잘 되겠죠?" 하고 누그러지나 싶다가도 다시 며칠 후에 전화가 와서 똑같은 하소연이 시작된다.


법정에서 상대방과 싸우는 것도 힘든데 우리 편을 달래고 어르고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내가 변호사인지 심리상담사인지 정신과 의사인지 고달픈 때도 많지만 어쩌랴. 누군가 내 편이 되어주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은 소송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고 어찌 보면 변호사가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역할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열심히 변론을 해도 판결은 내가 아니라 판사가 한다. 하지만 의뢰인의 편이 되어주고 마음을 써주는 것은 온전히 변호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소송을 당했던 꿈에서 화가 났던 이유는 하나 더 있다. 평소 존경하는 변호사님에게  내가 받은 소장을 보여드리고 의견을 구했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소송니까 걱정하지도 마" 이런 반응이 아니라 "그래도 잘 버텨볼 구석이 있는 것  같다"라고 뜨뜻미지근하게 이야기하셨기 때문이다. '아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소송에서 버티긴 뭘 버텨 무조건 이긴다고 해야지!' 그분이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는 서운함 때문에 더욱 분노했던 것 같다. 


소송에서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의뢰인에게 변호사가 내 편을 충분히 들어주지 않았다는 원망을 들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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