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별거 없는 것 같다. 건강하자.
새해 첫날이 뭐 별 건가.
그래, 뭐 별 건가. 그저 똑같은 하루일 뿐인데.
새해를 맞이하는 마인드가 무미건조해진 지 오래된 것 같다.
친구와 제야의 종을 직접 듣기 위해 종각에 갔고, 가족과 혹은 남자친구와 카운트 다운을 보기도 했지만 '1년이 또 리셋되는구나' 약간의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또 해가 바뀌었다. 점점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빠른 사회 안에서 살아가기 때문일까. 주말을 보며 버티며 살아가기 때문일까.
한 살 두 살 먹을수록 체감 상 시간이 더욱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
누가 나 몰래 시간 배속을 걸어놨나 보다.
원래는 새해 목표를 생각해 보거나 다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주변을 보면 친구들은 새해 첫날 일출을 보며 소원을 빌기도 하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거나 목표를 적는 시간을 마련하기까지 하던데 난 꼭 이뤄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설정하는 것을 지양하는 편이다.
새해를 야심 차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에 무리한 목표들을 세워서 흐지부지 되고 '역시나, 난 다 이루지 못했네'라고 씁쓸함을 느껴버리는 짓들을 도돌이표처럼 겪어서일 것이다.
목표는 삶의 가이드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 나를 옭아매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도 상황이 따라와 주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목표를 이뤄내려고 노력조차 하지 못하는 자신이 무능하게 느껴질 때 객관적으로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자신의 탓으로 여길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목표 리스트를 적는 것을 언제부턴가 그만두게 되었다.
그럴 수도 있지라며 좀 더 유연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올해는 오랜만에 목표를 세워보았다.
올해 목표는 딱 한 가지, 건강하기!
올해 아홉수가 되어서일까.
체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껴서일까.
점점 '건강'에 대한 가치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오랜만에 연락하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건강하지?"라는 안부를 꼭 묻는다.
하지만 들리는 소식은 점점 아프다는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독감을 앓았다는 둥, 간수치가 안 좋다는 둥, 피로누적으로 얼마 전에 수액을 맞았다는 둥 말이다.
워낙 잔병치레가 없던 나 조차도 잔병치레를 하기 시작하는 둥, 정말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언젠가 외삼촌이 놀러 오셨던 날, 과음하고 귀가한 조카를 보고 잔소리를 툭 던졌다.
너 이제 나이 믿고 나댈 나이 지났다. 경각심 좀 가져라.
저 잔소리 틀린 말 하나 없다.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려면 '건강'이 무조건 뒷받침되어야 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즐겁게 느낄 수 있고, 행복을 발견하며 살아갈 수 있다.
어느덧 아파 죽겠는데 병원을 곧 죽어도 안 가는 친구들에게 외삼촌처럼 폭풍 잔소리를 하고 있다.
이것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가 싶다.
새해엔 아무것도 이루지 않아도 되니까 그저 건강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