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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든일은잘될꺼야 Jul 04. 2023

스파이더맨 :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전작이 워낙 뛰어난 작품이면, 후편을 보기 전에 잔뜩 기대감을 안고 간다. 워낙 높은 기대감에 의외의 수작임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작과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후편의 숙명이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코믹스 기반의 히어로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5점을 줬던 영화이기에 개봉 전까지 선개봉한 미국의 반응과 스포일러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이미 플래시의 호들갑을 겪은 상태에서 받은 충격이 너무 컸기에 더욱 간절하게 자유롭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개봉일날 밤 늦게 극장까지 가는 길에 혹시나 스포를 당할까, 후하거나 박하다는 평가를 듣게 될까 핸드폰을 조심스레 내리곤 했다.


‘멀티버스’


그동안 MCU가 쌓아 올린 금자탑과 같은 이야기거리. 그리고 계속해서 써내려가고 있는 그 멀티버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계속 방대해져가고 있는 멀티버스는 이제는 비슷한 전개가 반복되고 있다. 현재의 고민 속의 과거를 바꾸려다 또 다른 ‘나’를 만나고 다시 ‘나’는 현재의 중요성을 알고 성장해가는 서사시이다. 특히 직전 개봉한 플래시의 멀티버스는 MCU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기에 DCEU까지 혼돈의 멀티버스에 빠져 관심을 끌기 어려운 소재, 지겨운 소재로 취급되었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은 달랐다. 이미 모든 종류의 멀티버스와 광고와 장난감에 존재했던 역대 스파이더맨들이 총집결하는 멀티버스 대형 이벤트 ‘스파이더버스’가 있었기에 스파이더맨의 역사 속 모든 잡다한 멀티버스를 끌어올 수 있었다. 사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살짝 열린 멀티버스는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을 통해 삼스파가 모일 수 있었고, 이 자연스러운 멀티버스의 확장은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통해 이질감없이 뒤섞일 수 있었다. 온갖 장난감과 게임 속 스파이더맨이 나오고, 코믹스판의 스파이더맨이 번호표를 달고 뛰어다닌다. 샘스파와 어스파 회상 신에 톰스파 멀티버스 사건도 코믹하게 다루더니, 심지어 베놈까지 끌고 나온다. 코믹스와 영화 속 명장면과 각종 밈들의 충실한 재활용은 영화 속 깨알같은 즐거움을 준다. 특히 삿대질 장면은 잊지않고 또 보여준다.그렇기에 ‘스파이더버스’를 버리고 ‘유니버스’를 택한 네이밍에서 아쉬움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스파이더버스'라는 이벤트 자체가 3부작의 가장 중심이 되는 기단이니깐.


하나의 사건 속 다른 우주, 마치 멀티버스가 뒤섞인 것처럼 모든 컷이 전환 될 때마다 코믹스를 찢고 나온 작화와 캐릭터 색감, 배경이 쉴새없이 전환된다. 흑백과 디지털칼라, 일러스트와 모델링, 수채화와 그래픽디자인, 실사와 코믹스, 감정에 따른 배색의 변화 등 한 컷 안에서도 다양한 스타일이 혼재되어 보는 두 눈이 즐거워진다. ‘뉴 유니버스’에서 마일즈가 바스키아를 그렸다면 더욱 과감해진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에서 벌쳐의 스케치와 색감을 통해 과감히 르네상스를 꿈꾼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멀티버스라는 배경, 스타일리쉬한 영상 속에 마일스를 통한 성장의식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히어로의 성장과정이 그렇듯 시련이 필요하다. MCU의 메인캐릭터들도 계속되는 성장을 통해왔다면 이번의 마일스도 멀티버스를 겪는 히어로와 같은 시련의 시작을 맞이한다.


마일스에게는 '운명'이라는 시련이 주어진다. 톰스파는 친구들을 위해서, 닥터 스트레인지는 연인을 위해서, 완다는 아이를 위해서, 심지어 DCEU까지 전염된 멀티버스의 플래시는 가족를 위해서 특정 사건을 변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특이점을 건드리는 순간 겉잡을 수 없이 사건이 커지며, 결국 모든 것을 원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특이점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려 한다. 마일스에게 '운명'이라는 특이점은 '공식설정 사건'이다. '공식설정 사건'을 겪어야만 마일스는 스파이더맨이라는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그런데 마일스 스파이더맨은 '운명'이라는 시련에 굴복하지 않을 것 같다.



‘뉴 유니버스’에서 마일스의 세계는 ‘피터 파커’가 죽은 세계이다. 지구 42의 스파이더맨을 물었어야 했던 거미가 마일스를 무는 바람에 피터가 죽고, 스팟이 생겨나고 여러 우주의 차원 포털을 흡수하며 다니게 된다. 이때 마일스를 찾아온 그웬을 몰래 따라가 차원문을 통해 스파이더 인디아가 겪었어야 할 '공식설정 사건'을 틀어버리게 된다.


마일스가 속해있지 않은 ‘스파이더맨 소사이어티’ 는 멀티버스를 이동하며 우주의 질서가 무너지기 전에 ‘공식설정 사건’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가장 리더격이 되는 미겔 오하라는 '공식설정 사건'을 바꾸려다가 가족을 모든 잃은 경험이 있었다. 미겔은 거미줄처럼 엮인 멀티버스를 보여주며 모든 스파이더맨들은 정신적 지주가 되는 삼촌, 아버지, 가장 가까운 서장이 죽어야 진정한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으며, 소중한 사람을 모두 지킬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그것이 바로 모든 스파이더맨이 겪어야 하는 운명인 '공식설정 사건'이다


마일스는 짜여진 알고리즘처럼 죽음과 삶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론하지만, 피터 B를 포함한 대부분의 스파이더맨은 그 희생을 통해 소사이어티에 있을 수 있게 되었고, 그들이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었다며 씁쓸해한다.


미겔의 운명론적 판단에 마일스는 다른 스파이더맨들이 선택하지 않은 길을 선택한다. 정해진 운명은 없고 무슨 일이든 처음은 있으며, 자신이 스파이더맨이 될 운명이 아니었으면 애초에 '공식설정 사건'을 따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론적 사고를 뒷받침하는 '공식설정 사건'은 조금씩 틈이 보이기 시작한다. 스파이더 인디아부터 그웬까지 스스로 일어서야 할 이유를 찾은 이들은 '스파이더맨 소사이어티’에서 벗어나 스스로 행동하게 된다.


마일스는 아버지를 구하러 차원 이동을 하고, 그 곳에서 한번 더 놀라운 시련을 만나게 된다.마일스에 다가온 시련의 과정은 가혹하리만큼 잔인하게 다가온다. 그것도 잠시 마일스의 눈과 손은 빛나기 시작한다. 스스로 운명을 거스르고 개척해나가는 스파이더맨에게 더이상 혼란스러운 현실은 없고 나아가야 할 길만 보이기 때문이다.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는 않았으니 다음이 더욱 기대된다.


into - across - beyond 로 이어지는 스파이더버스 3부작은 분명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고 제시하는 결말일텐데, 그렇기에 더욱 마일스 스파이더맨의 성장기가 기대된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고, 마일스와 마일스, 마일스와 스팟, 마일스와 미겔의 충돌과 대립과 그웬과의 서사가 남겨져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스파이더맨 영화 중에 단언코 최고라고 부를 것이며, 모든 면에서 만족했기에 2024년이 기다려지는 이유로 충분하다.



다채로운 스파이더맨 중의 최고의 스파이더맨


거미줄처럼 이어진 멀티버스를 찢고 찾아가는 나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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